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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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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애지시선-053이동
김현욱 | 애지 | 2013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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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50g | 128*188*20mm
ISBN13 9788992219488
ISBN10 8992219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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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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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사거리 한 귀퉁이에 이글루가 들어섰다
북극곰의 어금니로 말뚝 박고
푸르뎅뎅한 얼음천막으로 서슬 퍼런 집
이마에 검은 띠 두른 에스키모인이
결가부좌로 들어앉아 있다
불의 경계 밖으로 쫓겨나면
누구나 날고기를 먹어야 하는 법
이따금 확성기에서
비정규직 철폐라는 낯선 낱말들이
대낮 오로라로 펄럭거리다가 주저앉는다
이곳은 불의 나라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경고에
용광로의 교시를 받드는 곳
불씨를 가진 사제만이
수많은 목숨의 도가니마다
불 지필 수 있는 땅에
고드름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에스키모인이 천천히 녹기 시작한다
이글루 둘러싼
거대한 불의 바리케이드 틈으로
차가운 희망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얼음불꽃으로 타올라 세상 덥힐 때까지
---「이글루」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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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김현욱의 시는 그보다 더 젊다. 싱싱한 상상력이 시의 줄기를 타고 봄물 오르듯 솟아 올라와 꽃을 활짝 피운다. 그의 꽃들은 유리 온실 속에서 상품으로 관리된 꽃이 아니다 오히려 저마다 큼직한 상처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꽃들이 자라난 땅이 잔혹한 경쟁의 폐기물과 독가스로 가득 덮여 있는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그가 재배한 ‘꽃’의 목록에는 무한 생존 경쟁에서 벼랑끝으로 밀려난 이시대의 구조적인 희생자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지하철 땅바닥에 드러 누운 노숙자, 정리해고된 노동자, 빚으로 음독하여 세상을 하직한 농군과, 취업에 오래도록 실패하고 결국은 화장터로 간 고향친구와, 생존의 망루를 지키다 산화해 간 용산 철거민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노래하는 대상에 대해 따뜻하고 진솔한 눈길을 보내는 대신, 역설과 반어, 때로 냉소의 언어까지 동원하여 뿌리와 줄기, 잎까지 철저하게 해부하고, 여러 각도로 조명기와 현미경까지 들이대어 진실의 핵심을 파고든다. 대상이 결코 만만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모더니스트이면서 사랑을 아는 리얼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배창환 (시인)
우주의 산책자 보이저호와 같은 운명을 타고난 김현욱 시인은 지금도 은하계 ‘어딘가를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그가 유영하듯 걸으며 전송해오는 사진에는 곳곳의 행성 모습이 가감없이 담겨 있는데, 그의 렌즈가 유독 자주 머무는 곳은 소소한것들이 ‘깨지고 잘려’가며 만들어 놓은 후미진 자리이다. 특히 ‘녹색’을 ‘우주 최고의 문명’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농부들 아니 외계인들’을 향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단순한 산책자가 아니라 탐험가에 가깝다. 자신의 온 ‘인생을 볼모로’ 최고 순도의 ‘우라늄235’를 얻기 위해 쉬지 않고 찾아 헤맨다. 그 우라늄을 원료로 한 ‘핵폭탄’ 같은시를 써보겠다는 다부진 꿈을 안은 채 오늘도 그는 ‘일상에서 꿈에서 무의식’에서 고비샅샅 우주의 망망대해를 훑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자신을 ‘가엾은 약소시인’이라 수줍게 명명하고 있는 이 폭발적 잠재력의 소유자,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보이저 씨의 다음 항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고증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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