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이야기할 체질은 사상체질(四象體質)로, 1894년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선생이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이란 책을 통해 주창한 이론입니다. 사상은 태양ㆍ소양ㆍ태음ㆍ소음을 지칭하는 말로, 사람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희로애락 네 가지 감정의 편차에 의하여 장부(臟腑) 기운의 대소가 결정되고 그로 인하여 사람마다 생리와 병리가 다르게 결정된다고 보아 각 체질별로 병에 대한 치료법과 양생법을 다르게 제시했습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한의학은 도교적 관점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상의학은 한의학에 유교의 심학(心學)을 도입한 최초의 시도로 병의 원인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난치병의 탁월한 치료효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말」
우리의 삶에서 왜 체질이 중요할까요? 각자 타고난 체질적 품성은 다르며, 그로 인하여 밖으로 나타나는 감정의 표출도 체질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자신의 체질을 알아 체질적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인격적으로도 좀 더 완전해지고 건강을 지켜 무병장수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체질의학에서는 체질적 소인으로 인하여 각자에게 특별히 오기 쉬운 병들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체질에 맞게 식이와 섭생을 한다면 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이미 병이 들었어도 체질이론을 통한 치료로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습니다. ---「체질과 마음」
실제로 다른 체질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속한 체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섭생과 수양을 잘 한 사람은 오히려 체질판별이 쉽지 않으며, 이런 사람들 중에 건강한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체질은 한의사가 판별하기 어려운 체질, 곧 체질적 장점은 계속 유지하고 단점은 보완한 체질입니다. 어찌 보면 진료실에서 그리 넉넉하지 못한 한의사와의 상담시간 동안 쉽게 체질이 판별되는 사람은 자신의 체질적 단점을 많이 노출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체질은」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병이 없다’고 판정된 경우에도 한의학에서는 몇 가지로 세분화하여 몸의 상태를 판정합니다. 완실무병(完實無病)은 심신이 완전하게 건실하여 병이 없는 최상의 상태를 의미하며, 체질별로 그 조건이 다릅니다. 어떠한 사람에게는 땀을 많이 흘리는 현상이 몸이 아주 허한 상태로서 점차 위급한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몸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완실무병의 조건은 각자의 체질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완실무병」
병이 나는 이유는 크게 보면 자신에게 맞지 않은 음식과 욕심에 의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섭취하는 음식의 기운과 맛에 의하여 몸과 마음은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을 언뜻 편식이라 생각하여 영양분이 결핍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체질에 맞는 과일과 채소, 육류, 생선, 곡물이 모두 포함되므로 절대로 영양의 불균형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가짓수만 조금 줄어들 뿐 영양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음식의 가짓수를 줄여 먹는다 해도 옛날 임금보다 더 풍요하게 먹는 셈입니다. ---「체질과 증상에 맞는 맞춤 편식」
특히 몸이 찬 소음인이 찬 성질의 물을 잘 마시지 않고 게다가 커피, 녹차, 코코아, 초콜릿, 보리차, 옥수수차, 토마토, 감자, 와인, 맥주 등 이뇨작용이 심한 것들을 자주 섭취한다면 체액량이 줄어들 것은 자명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사람들 중에는 순환혈액량이 줄어 수족냉증, 월경통, 두통, 어지러움, 만성피로, 저혈압, 피부질환 등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염분을 제한하지 말고 자신의 체질과 증상을 참조하여 염분의 섭취를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소음인 환자 중에는 짜게만 먹어도 병이 낫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많습니다. ---「짜고 맵게 먹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기혈음양(氣血陰陽)의 조화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보양(補養)이나, 대중이 선호하는 대부분의 보양식은 보양(補陽)에만 치우쳐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태양인과 소양인처럼 병의 양상이 양(陽)의 성향을 띠는 사람들에게는 보양식이 오히려 몸의 건강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보약과 마찬가지로 보양식도 반드시 자신의 체질과 현재의 몸 상태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묻지마식 남용과 요용은 오히려 몸의 건강을 해칩니다. 우리 몸의 양기(陽氣)란 다름 아닌 혈액의 작용을 말합니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생명의 동력이 되는 것도 모두 혈액이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도하게 땀을 내어 수분이나 혈액량이 부족하게 되면 직접적인 양기(陽氣)의 손실을 가져옵니다.
---「보양식, 체질에 맞게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