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말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 보기로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노교수님께서 책 두 권을 보내왔다. 칠곡할매들이 쓴 시집이었다. 《시가 뭐고?》,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 두 권과 짤막한 한 문장의 글이 있었다.
“한글을 읽히지 못해 까막눈으로 살아오신 할머니들께서 글을 배우시고 처음으로 쓴 시들입니다. 생활 속 경험을 몸으로 겪고 나온 시는 할머니들의 몸에서 육화되어서 나온 것입니다. 말의 질감이 다소 거칠지만, 실체가 있고, 진정 살아있는 시입니다.”
“소장님께서도 칠곡 할머니들과 같이 주어진 여건 속에서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육화된 언어로 그들의 언어로 쓰는 시(詩)는 참으로 가치 있답니다. 자신의 생활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 나 하나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임을 기억하며 열심히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도끼에 맞은 내 영혼은 놀라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던 일이 이런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단 말인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쓴 글이고, 단지 지역주민의 애환을 시로 쓰며 마음으로 나눈 것뿐인데…….‘세상에 보이지 않지만 이런 아름다운 것들도 있구나!’ 마음이 넓어지고 환해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눈을 가지고 살아 있는 글로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주신 분을 생각하며, 시 한 편을 썼다.
--- pp.40~41
요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요리의 각 재료가 신선하고 좋은 맛을 가지고 있을 때, 양념들과의 조화 속에서 하나의 요리가 만들어진다. 또한 독서가 가진 탁월한 특성들이 잘 습득되었을 때, 뇌 속 연결의 조화로 독서의 전체적 탁월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독서백신’은 독서 ‘총체성’을 어떤 방법으로 얻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었고, 효율적 독서법의 습득과 삶의 변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맛으로 비교해본다. 독서로 얻을 수 있는 맛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독서가 줄 수 있는 맛을 단맛, 짠맛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독서에는 단맛과 짠맛을 비롯한 쓴맛, 매운맛, 떨떠름한 맛, 신맛, 담백한 맛, 뜨거운 맛, 매운맛, 느끼한 맛 등 여러 가지 맛이 있다. 독서가 위대한 것은 여러 맛들의 조화로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콤달콤한 맛, 짭짤신맛, 씁쓸짠맛, 단짠맵짠맛, 맵쓴맛, 시큼짭조름한 맛, 매코름신맛 등을 비롯해 만들어낼 수 있는 맛의 세계가 블루오션이다. 독서의 ‘총체성’ 속에 맛있는 요리들이 나오게 된다. 어떤 찰떡궁합의 맛이 빚어질지 모른다. 우리는 독서의 전체적 탁월성 속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고, 평생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고살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독서백신’은 자신만의 레시피(독서법)를 만들 수 있는 독서항체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 pp.95~96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은 독서에서 증명된 방법을 찾고 싶어 한다. 보건진료소장으로 환자 진료를 위해 매일 약을 처방하면서 ‘독서의 총체성를 제대로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독서법을 바탕으로 독서효율을 높이고, 그로 인한 자기 삶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독서백신’이 태어났다.
‘독서백신’은 ‘총체성’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의 본질을 바탕에 두고 있다. 먼저, 책을 깊이 이해하는 정독으로 깊은 사유와 더불어 자신과 연결의 가능성을 두고 읽어야 하고, 요약정리를 통해 자신의 글을 쓰고,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일련 과정의 합으로 만들어졌다. 더불어 거기에 독서 전의 태도와 마음가짐, 독서가 가진 특성에 따라 읽기, 글쓰기, 말하기에서 꼭 기억하고 해야 할 것들, 그에 따른 예시, 독서백신 효력 발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독서백신은 독서항체 형성에 목적이 있다. 독서항체가 형성된다는 것은 독서가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어 힘들지 않고 즐겁게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 pp.188~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