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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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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해방과 분단, 친일파, 현대사의 환희와 분노의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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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36g | 153*224*20mm
ISBN13 9788997889570
ISBN10 8997889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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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대사에 관심이 없다보니까 막연히, 해방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해방을 맞았는지를 잘 모른다. 해방을 어떻게 맞았는지를 여러 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해방을 주체적으로 맞았다는 것이다. 해방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게 아니다. 끊임없이 항일 투쟁을 해온 분들이 중심이 되어 주체적으로 맞았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처럼 주체적으로 해방을 맞은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점을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23쪽)

정리하면 한국은 해방을 통해 시민 혁명이자 정치적 혁명, 사회적 혁명, 경제적 혁명, 문화적 혁명을 맞았다. 그야말로 유사 이래 이렇게 큰 변화를 순식간에, 한꺼번에 맞이하게 됐다는 것, 이건 정말 대단한 거였다. 젊은 사람들은 ‘공기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해방도 자연스럽게 왔네’, 이렇게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국내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가면서 싸워 우리가 해방을 맞이하게 됐는가와 연관시켜서 해방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해방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데도 뉴라이트는 해방을 몹시 폄하한다.(47쪽)

찬탁 대 반탁은 적절한 규정이 아니다. 그간 나는 이런 지적을 참 많이 했다. 우익이 반탁 투쟁을 했다는 점에서 반탁은 맞다. 그러나 좌익은 모스크바3상회의 결정을 지지한 것이지, 신탁 통치 하나를 지지한 것이 아니었다. 모스크바3상회의 결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임시정부 수립이었다. 좌익은 임시정부 수립을 중심에 놓고 ‘모스크바3상회의 결정을 지지한다’, 이렇게 나왔는데 지금까지 우리는 ‘찬탁, 반탁’ 식으로 교육을 받아왔다.(76쪽)

국내에 사회주의가 1919~1920년경부터 들어왔다고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그때부터 한국에선 극과 극의 대결이 나타난다. 일제 때 지하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이 조선공산당이었다. 공산주의가 사회주의의 대종을 이뤘다. 그 시기에 그런 곳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련은 공산 국가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에서도 공산당이 그렇게까지 강력한 힘을 가진 곳은 없었다.(111쪽)

정부 수립 이후에도 극단적인 점은 비슷하다. 이승만 정권은 지금으로 따지면 중도적 혁신계로 볼 수 있는 조봉암이나 진보당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박정희 유신 체제는 그보다도 훨씬 더 심한 1인 독재 정권이었다. 일제 시대 이래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도파, 균형 감각을 가진 합리적 보수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될 수 없었다. 이런 점도 우리 근현대사를 굴곡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113쪽)

남북 협상은 통일 정부를 세우기 위한 최후의 노력이었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수천 년간 같은 지역에 살면서 하나의 정부를 세웠다. 그것도 중앙 집권적으로 사회와 역사를 발전시켜온 나라다. 이런 나라가 전 세계에 없다.(120쪽)

마魔의 선, 가슴을 도려내는 단장斷腸의 선이라고 불린 데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38선은 한국인한테 너무나도 큰 고통과 재앙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해방 직후는 물론이고 1960~1970년대까지도 ‘한국의 모든 비극은 38선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했다.(134쪽)

우선 이승만이 ‘건국’을 했나? 난 몇 년째 강연이나 글에서 용어 문제에 비중을 두고 많이 얘기하고 있다. 이 경우 이승만 ‘건국’이라고 쓰는 것보다는 정부 수립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건국’이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정부 수립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고 적절하며, 특히 이승만 ‘건국’이라는 말은 부정확하고 부적절하다는 점을 심도 있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188쪽)

그런데 이승만이 자유민주주의를 심었나? 이건 진실과 너무 거리가 먼 얘기 아니겠는가. 자유민주주의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활동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승만이나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쓰니까 마치 이들이 자유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하면서 역사 논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선 보통 선거가 기본인데 ‘곤봉 선거’, ‘경찰 선거’가 말해주듯 선거 때조차 정치적 자유가 있었나? 보통 선거조차 이승만 정부 같은 데에서 제대로 했나? 부정 선거로 얼룩지지 않았나. 이런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남조선과도입법의원에서 다룬 보통 선거 법안 문제에서도 이승만이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204쪽)

당시 외국에선 이승만 정권에 대해 ‘경찰 통치를 하고 있다. 경찰 국가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빨갱이몰이 같은 것이 많은 비판을 받고 그랬다. 영국 언론에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길 기다리는 것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보도가 나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하지 않았나.(208쪽)

3·15 부정 선거가 어떻게 치러질 수 있었나. 당시 장차관이나 자유당 고위 간부들이 얼마만큼 친일 행위를 했던 자인가, 이걸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선거에서 경찰이 핵심 역할을 했는데, 당시 서울시경국장을 포함해 경찰국장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 친일 행위자들이었다.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자들, 양식이나 양심을 찾을 수 없는 자들에 의해 정권이 전단될 때 그 정권은 어떻게 되는지, 그게 얼마만큼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283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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