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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42g | 135*205*20mm
ISBN13 9791167372048
ISBN10 116737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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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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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항에는 언제나 비린 것이 꾸덕꾸덕 말라가는 냄새가 떠돌았다. 냄새는 초항의 해풍에 실려 골목 구석까지 스며들었다. 날씨가 맑든 흐리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한결같았다. 코를 싸쥘 만큼 역하지는 않으나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낼 때면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리게 할 만큼의 힘은 있었다. 사람들은 냄새에 섞인 소금기 때문에 쉽게 갈증을 일으키곤 했다.
--- p.9

내기 낚시 두 게임에 천만 원, 한 판에 오백만 원짜리 낚시였다. 지금껏 더러 내기를 해봤으나 오백만 원은커녕 오십만 원짜리도 없었다. 고작 해야 저녁 회식비 면제나 마리당 만 원 정도 걸린 내기 낚시였다. 심장이 뛰었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오늘은 운이 좋아 이길지 몰라도 다음 본 게임까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 pp.30~31

‘꾼이 이 정도는 돼야 고기 입장에서도 덜 억울하지 않겠나. 우짜다가 재수가 없어서 잡힌 게 아니라 애초에 내 바늘을 피할 방법이 없었던 게 돼야 한다, 이 말이다.’ 아버지의 캐스팅 실력은 분명 놀라웠다. 그런데 이어진 설명은 도무지 무슨 얘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 p.62

신이 나서 외치고 있는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아버지였다. 아버지, 저예요. 어서 당기세요. 그러나 장환의 목소리는 물을 뚫고 나가지 못했다. 소용돌이는 계속해서 거세지고 손아귀의 낚싯줄로 전해져 오는 아버지의 힘은 약해지고 있었다. 장환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떻게든 버티기만 하면 아버지가 끌어올려줄 것 같았다.
--- p.77

그 순간 어디선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롱하지 마라! 고기는 지금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죽음을 코앞에 둔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고 미루는 걸 두고 아버지는 희롱이라 했다.
--- p.119

남자의 마음이 다시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큰돈을 한 달 만에 어디서 구할까 하는 생각으로 급격히 침울해졌다. 원금은 절반도 안 됐는데 빌릴 때 약정한 연이율의 이자가 매월 복리로 붙으니 두 배가 되는 데는 딱 8개월이 걸렸다. 헤엄쳐 달아나고자 할 때 허리를 잡아끌던 힘이 생각났다. 가느다랗고 질긴 힘이었다. 단번에 와락 끌어당기지 않으면서 놓아줄 듯한 여지로 희롱하는 힘이었다.
--- pp.135~136

제안서대로 테마파크가 조성되기만 하면 신천지가 열릴 판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게 뻔하고 개발 이익도 그 규모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선생이 가져가라고 하고, 김재복은 테마파크의 운영권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입장료 수입 따위는 푼돈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보다는 해안 수질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미끼나 집어제 같은 것들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쪽을 생각했다.
--- p.188

찌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찌가 사라지는 걸 본 순간 장환의 몸이 의식에 앞서 반응했다. 힘껏 챔질을 하는데 수면 가까이에 드리워져 있던 초릿대가 조금도 들어올려지지 않은 채 아래를 굽어보고만 있었다. 누가 봐도 밑걸림이었다. 장환은 실망감에 낚싯대를 휘어진 그대로 든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의 완벽한 캐스팅이라 생각했는데 뭐가 잘못되었던 건지 생각해보았다. 그 순간 초릿대가 수면 아래까지 더 처박혔다.
--- p.240

장환은 잠시 수면을 쳐다보다가 부질없는 짓인 걸 깨닫고 그만 눈을 거두려 했다. 그 순간 물밑에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림자를 보자마자 장환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흥분했다. 지금까지 방생한 고기를 재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처럼 얼굴을 한 번 내밀어주는 상상만 했을 뿐이었고 그건 그저 장환의 습관이었다. 그런데 그림자가 점점 수면 가까이 다가왔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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