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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82g | 128*204*20mm
ISBN13 9788960781153
ISBN10 896078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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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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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이 입원했을 때 병명은
전분의 과부하로 생긴
분리 불안증이었다

시금치나
당근이나
혹여
외롭다든가
쓸쓸하다든가를 넣어 센불에
볶았다

추적추적
메타세콰이어 길이 어둠속에
바스락거릴 때

죽음에 이르는 병을 덖어주었다

그것이 온 세상의 것을
위무해주지 않았던가?

시가 그렇고
절망이 그렇고
다시 불러보는
외로움이 그러했다

몸을 빨래처럼 뒤틀어
채 털어내지 못한 계절까지 뒤집어
햇볕에 말렸다
곰팡이처럼 피어오르던 말년의
건선같은 옹졸함도
딱정이 지어 떨어지고

그렇게 나는 완경(完經)*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완경은 폐경의 다른 말. 폐경은 월경이 끝난다는 부정적인 말이지만, 완경은 월경을 완성하고, 월경으로부터 몸이 해방된다는 긍정적 뉘앙스의 말이다.
---「잡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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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에 칼집을 넣듯, 일상의 언어에 시의 칼집을!
음식의 수사학으로 만나는 시의 불꽃!

음식(요리)의 은유나 알레고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시인은 음식의 수사학을 버리지 않는다. 요리는 그가 세계를 만나고, 경험하고, 해석하고, 지각하는 격자(grid)이다. 그는 식자재를 다듬고 가공해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상 최고의 감각을 향유한다. 그는 요리의 감각으로 세계를 읽을 때, 세계가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안다. 그는 세계를 요리하는 다양한 방법을 안다. 그는 세계를 염장하고, 덖고, 삶고, 튀기고, 끓이고, 말린다. 식자재에 깊은 칼집을 넣듯, 그는 세계 안에 감각의 칼날을 깊숙이 꽂는다. 그때 이쪽의 살과 저쪽의 살이 만나 섬광처럼 흘러내리는 것이 그의 시다.
- 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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