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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자면서도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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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00g | 130*210*12mm
ISBN13 9791196215965
ISBN10 119621596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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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밀려오면
살포시 눈을 감는 꽃
어둠이 짙어지면
가냘픈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든다

무슨 꿈을 꾸는가

잠든 얼굴에서
소록소록 향기가 난다

온유한 당신
그대도 꽃처럼 언제나 향기롭다.
---「꽃은 자면서도 향기를」중에서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하더라도
쓰고 싶다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하더라도
사랑하고 싶다

내가 시를 쓸 때
어느 별의 시인은
이제 막 마침표를 찍고 펜을 놓으리

그이 역시
그렇게 썼으리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하더라도
쓰고 싶다고.
---「시인의 마음」중에서

꽃은 나무에서 피어나는
최고의 아름다움입니다
꽃은 모양새에 따라서
향도 가지각색이랍니다
담장을 넘는 라일락 향기
특별한 날을 만드는 장미꽃 향기
백리를 가는 백리향 향기

향기는
사람에게도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서는 꽃보다 더
상콤한 향기가 새어 나옵니다

그 향기는
말에 있습니다
따뜻한 말 공손한 말
언어 한마디 한마디는
멀리 멀리 갈 수 있는 향기입니다

따뜻한 말과 사랑의 말은
꽃과 달리 시들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향기가 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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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엔 높고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소리도 있고 들으면 귀를 씻고 싶은 소리도 있다. 흘러가는 세상의 강물에 귀를 씻고 가만히 침묵 속으로 잠기고 싶은 날들.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 쉬고 싶은 날들. 그러한 시간들을 지나며 계절이 바뀐다. 상실의 폭우가 쏟아졌던 여름이 가고 이마를 서늘하게 해주는 가을이 온다. 가을은, 나와 그대에게 마침내 당도해 그 찬란한 빛으로 우리들 마음을 어루만진다. 김용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꽃은 자면서도 향기를』은, 그 가을 빛 같다. 스스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을 어루만지는 영롱한 가을빛이 시 한 편 한 편에서 빛나고 있다. 시에 어린 빛들은 고요하고 따사롭다.

김용헌 시인의 시를 읽는 동안, 독자들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시가 내준 오솔길로 가만가만 걸어 들어가 시의 나무 그늘 아래에 편안히 앉아 쉴 수 있다. 그리하면, 그토록 소망하던 위로가 맑은 샘물처럼 찰랑찰랑 마음을 채워 주리라. 시가 닿아야 할 곳은 사람의 마음이다. 둥글고 넓고 깊은 세계인 그 마음. 자면서도 향기를 내는 꽃처럼 은은한 그 마음. 김용헌 시인의 『꽃은 자면서도 향기를』과 함께 그 세계에 이르기를 축원드린다.
- 김조숙 (한국작가회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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