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노처럼 나 또한 모든 등반가들이 특별한 정신 훈련법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 날, 라이플Rifle에서 암벽등반을 하던 중, 뛰어난 등반가이자 애덤스주립대학 심리학 교수인 제프 엘리슨Jeff Elison에게 나의 조사와 자체적 실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할 기회가 있었다. 알고 보니, 엘리슨 또한 내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들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인지심리학, 스포츠 심리학, 사회심리학, 진화심리학 등 정신 훈련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분야의 심리학에도 정통한 사람이었다. 곧 우리는 머리를 맞댔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대변할 수 있는 이 책을 만들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지식이 모든 등반가들로 하여금 심리적 게임 능력과 전반적인 등반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22 「서문」 중에서
추락이나 실패의 두려움 같은 문제는 실력과 재미 둘 다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두려움과 이에 대한 반응이 스크립트 된다. 이제 뇌와 신경세포, 스크립트를 어느 정도 이해했으므로, 스크립트의 원칙과 자동성, 그리고 심리적 게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엘리스의 ABC 과정을 적용해볼 것이다. 이는 곧 문제가 되는 스크립트를 가려내 이것의 영향력을 줄이고, 보다 생산적인 스크립트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체력 훈련은 실력을 향상시키며 등반을 보다 재미있게 해주지만, 정신 훈련은 직접적으로 이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 나아가 최대한의 효과를 위해 정신 훈련을 체력 훈련과 병행할 수도 있다. 매달려 있을 수 있는 신체적인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체력 훈련에서는 정체기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정신 훈련은 성공을 향한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일주일 내내 연습할 수도 있다. 또한 확실하게 이득을 주며 현재의 정체기를 넘어설 수 있게도 해준다.
--- p.56 「뇌와 실행」 중에서
우리가 등반을 즐기고 등반의 라이프스타일에 전념하게 되는 이유를 말 해주는 또 한 가지 이론으로 성격 이론Personality theory이 있다. 특히 자극 추구 성격sensation-seeking personality이란 참신함, 복잡함, 강렬함, 흥분감, 심지어 특별한 보상이 따르는 두려움을 찾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모험가risk-taker’가 있는데,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경멸조로 이 말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성격에서 위험은 필수 요소가 아니다. 예를 들어, 자극 추구자들은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서 특이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을 즐긴다. 심리학자들은 위험이 핵심이 아니며, 위험은 자극 추구자들이 지루함과 싸우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라고 지적해왔다.
--- p.69 「뇌와 재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쟁이나 도피 메커니즘이 우리의 뇌와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변화시킨다. 가볍거나 적당한 수준에서는 두려움이 집중력을 돕고 주의력을 높이며, 그 결과 작업 기억력(단기 기억력)을 높여준다. 이런 유용한 수준에서는 주의력의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한 자료(홀드, 대안, 확보, 추락, 안전 등)로부터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업 기억은 의식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주의력과 작업 기억력의 향상은 곧 우리가 더 잘 생각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온사이트 등반에서 중요한 모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더 확실하게 인식하고 생각하고 기억함으로써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어느 정도(끔찍하지 않을 정도) 두려운 경험을 한 생생한 기억들을 떠올려봐라. 모든 것이 선명해진 어느 한 순간을 떠올려봐라. 가야 할 루트가 보이며 거의 본능적으로 반응했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는 불안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뿐이다.
--- p.87 「두려움과 실행」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수준에서 추락의 두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추락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새로 만든 스크립트를 계속 조율하라. 자발적 회복과 본능으로의 회귀 원리를 기억할 것이다. 이런 원리들은 추락의 두려움이 한동안 추락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온다고 말해준다. 즉 일정 기간 등반을 할 수 없었다면 다시 시작할 때 연습 과정에 추락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두려움의 역학관계를 상기해보면, 추락의 두려움을 해소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것들이 있다. 추락의 두려움이 줄면 생각하고 집중 하고 기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섬세한 동작에서는 초점도 정밀해야 한다. 방금 말한 프로젝트에서 멀리 있는 홀드를 뛰어 잡을 준비를 했을 때 나는 포켓 홀드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야가 흐려져서 초점이 분산되는 것만 같았다. 사실 나의 주의를 분산시킨 것은 다음에 올 것들, 즉 추락과 그 궤적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일단 추락을 연습하고 두려움을 마음에서 떨쳐내자 본질에 충실할 수 있었다. 이 동작이 내게 입력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마음을 가라앉히자 갑자기 그 포켓 홀드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 p.127 「추락과 긴장 완화를 위한 훈련과 전술」 중에서
요컨대 실패의 두려움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좋지 않게 보인다는 것과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 전부이다. 실패의 두려움에서 당혹감과 수치심이 중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통계적 분석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세 가지 이유에서 거울 자아나 이와 관련된 감정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첫째, 우리의 개인주의 문화는 인식의 결핍을 조장한다. 둘째, 느낌이라는 것은 너무 가벼워서 우리는 이것을 의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셋째, 감정은 우리가 그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행동을 피하도록 우리의 행동을 압박할 수 있다.(군중 앞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 등) 다시 말해, 우리는 실패의 두려움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쁘게 보이거나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위험 을 미리 피함으로써 그렇게 자주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 p.159 「실패의 두려움」 중에서
출발하기 전 가끔씩 이것은 그냥 등반일 뿐이라고 분명히 상기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잘 모르겠으면 그냥 ‘성공 아니면 추락이지 뭐, 안전한 추락. 혹은 한 번 더 하면 되지 뭐.’라고 단순하게 생각함으로써 압박감을 줄일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웃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보통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웃음으로써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의식적인 자각 없이 웃음을 행복과 긴장완화로 상호 연관시킨다. 행복과 긴장완화는 휴식의 질을 높여준다. 성과-불안 곡선에서 자신의 위치에 문제가 있다면(과잉흥분) 이 같은 단순한 전술이 효과가 클 수 있다. 자신을 어떻게 속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학 연구들도 많이 나와 있다. 내가 ‘단지 등반일 뿐이야’라는 전술을 작년 한 해 동안 백 번 정도 사용한 이유는 바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등반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이 (추종하는 다른 믿음들과 마찬 가지로) 비합리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 사실이 밝혀졌다고 해서 동기부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등반이 암 치료 책이나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것을 즐길 수 있고 동기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 p.178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과 전술」 중에서
상호 창조적이란 말은 함께 그리고 서로 나란히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각자는 맡은 바 역할을 하게 된다. 상호 창조적인 코칭에 참여하면 자신과 파트너는 서로가 발전할 수 있게(혹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돕는다. 기존의 코치와 학생 관계가 아니며,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함께 시험하고 이를 활용해 더 나은 등반을 하게 된다.
정의로 보면, 상호 창조적인 코칭에서는 자신과 파트너가 자발적으로 협력한다. 따라서 코칭하기 원치 않거나 코칭을 받지 않으려는 파트너와는 상호 창조적인 관계가 될 수 없다. 여기서는 자신과 파트너가 최적의 효과를 만들기 위해 상호 창조적인 관계를 맺는 데 합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p.220 「상호창조적인 코칭」 중에서
몰입을 촉진하는 상태를 파악하면 우리는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추구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몰입을 돕는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몰입을 촉진하는 세 가지 조절 가능한 조건은 확실한 목표와 피드백, 그리고 도전과 기술 간 균형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 두 조건은 등반에서 언제나 상당히 명확하다. 하지만 온사이트 등반이냐, 레드포인트 등반이냐가 아닌 다른 목표를 정하고자 할 때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프로젝트의 한 구간을 부드럽게 연결한다거나, 기술 훈련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적절한 목표가 될 수 있다. 등반자가 집중을 시작하게 하고, 성공의 맛을 느끼게 하고, 즐기게 하고, 몰입하게 하는 데는 세부 목표를 정하는 것이 특히 중요할 수 있다.
즉각적인 외부의 피드백은 몰입 경험 도중에는 개입되기 힘들다. 이때는 집중력이나 자기의식 상실 같은 다른 몰입의 특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파트너의 좋은 피드백은 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진보를 촉진할 수 있다. 이 점은 맥그래스의 상호 창조적인 코칭 파트너십에 대한 논의와 분명 중복된다. 성과는 세 번째 조건인 균형에서 필수 항목이기 때문에 성과를 향상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몰입을 향상할 수 있다.
--- p.264 「몰입―실행과 놀이를 하나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