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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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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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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66g | 140*210*30mm
ISBN13 9788965471387
ISBN10 896547138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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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가 약속한 대로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그것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둔탁한 듯하지만 작품처럼 느껴지는 머그잔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다 줘도 다시 볼 판이었기에 아미는 그가 가까워질수록 잔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블랙이에요. 취향을 몰라 내 취향으로 탔어요.”
그가 쑥 내밀자 아미는 블랙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그가 머그컵에 커피를 가져왔다는 것이 더욱 중요해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정말 타왔네요.”
“그럼 내가 거짓말하겠습니까?”
“어떻게 그래요?”
“뭘 말입니까?”
“제가 알기론 사무실은 아무나 못 들어간다는데.”
“누가 그래요. 일꾼은 사람 아닙니까? 내일부터 커피 마시고 싶으면 자판기 마시지 말고 나한테 말해요. 내가 직접 드립으로 해줄 테니까.”
“이거 드립커피예요?”
“물론. 난 드립 아니면 안 마시거든.”
“에?”
대체 이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아미는 정체 모를 남자를 유심히 보았다. 아무리 봐도 일꾼이었다. 다만 작업복이 늘 깨끗하다는 것과 작업 신발을 신었음에도…… 어? 그러고 보니 흙도 안 묻고 구두를 신었네? 대체 정체가 뭐지?
아미의 의심스런 눈길이 제 옆통수에 닿았음에도 그는 늘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벤치에 앉아선 커피를 음미할 뿐이었다. 지그시 눈을 감다가 한 모금 마시고는 긴 다리를 꼰 채 허리를 깊숙이 등받이에 파묻었다. 그리곤 한 손은 의자의 등받이 뒤로 늘어트렸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귀족처럼 고고해 보였다.
‘참, 알 수 없는 남자야.’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그를 쳐다보는데 귀티가 나는 외모의 소유자는 은테안경이 흘러내리는지 슬쩍 올리고 있었다.
‘저 은테안경도 고급스럽단 말이야.’
아미는 항상 그를 볼 때마다 느꼈지만, 그는 다른 일꾼들과 달리 깨끗한 작업복과 그을리지 않은 하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부 또한 마치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윤이 나고 매끄러웠다. 자신은 여자지만 요즘 마방을 치우느라 주근깨가 듬성듬성 나 있었다. 가끔 시간이 남아 방목장의 풀을 뽑다 보면 자외선에 생긴 잡티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면 오이를 잘라 팩을 해 붙였는데, 엄마한테 반찬할 오이를 다 썼다고 등짝을 맞기도 했었다. 그런데 남자치곤 자신보다도 더욱 말끔한 피부가 부러울 정도였기에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보며 자신에게 훈계할 정도로 경마에 대해 잘 아는 풍부한 상식을 가진 그를 훔쳐보았다.
‘에효! 이러니 드립커피도 맛이 안 나네.’
풍부한 짙은 향의 커피 맛도 모르겠고, 아무튼 아미는 그로 인해 생각이 복잡해졌다.
‘궁금한데 어떻게 커피를 내왔냐고 물어볼까?’
복잡한 머릿속을 풀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까지 그가 제 밑처럼 막 대하고 훈계를 했는데 이제 와 그런 것을 묻자니 괜히 싫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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