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환경 속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저마다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 가정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아빠는 원만하고 바른 부부관계와 자녀 양육에 있어서 자신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아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명할 수 있어야 아이에게도 삶의 길을 안내하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20

만약 아이의 잘못된 행동과 습관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으나 지금 당장 이를 해결할 좋은 방안이 없다면 차라리 그 갈등 상황을 잠시 미뤄두는 게 좋습니다. 그 기다림의 끝에 두 사람의 깊은 신뢰와 사랑이 싹트게 됩니다. 물론 아이를 상대로 기다리는 일이 마치 도를 닦는 것과 같은 힘든 과정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참는 것보다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기지가 필요할 때도 많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좋은 아빠가 되는 일 또한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능숙한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 p.54

실례로 많은 ‘아버지 참여 연구’ 도구 중엔 좋은 아빠의 구성 요건으로 ‘아이와 가정의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항목이 있습니다. 인생의 타임 테이블을 만들고 시기별로 아빠 스스로의 목표와 가정의 연대별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세세한 계획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로드맵을 그려봄으로써 지금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자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 나와 가정 그리고 아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닥쳐올 미래의 일들을 예상하며 달성해야 할 목표들을 인생의 큰 흐름 속에서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 p. 73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어느 따스한 봄날 창가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아버지의 행복한 모습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노라고 말합니다. 독일의 심한 핍박을 받는 암울한 전시 상황에서도 책을 읽다가 가끔씩 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는 평생 잊지 못했습니다. “너는 틀림없이 미래에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영민한 머리를 가졌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좋은 습관을 가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던 아버지. 에리히 프롬은 아버지의 그 말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 p.94

“한 명의 아버지가 백 명의 스승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빠의 역할은 아이들의 성장에 결정적입니다.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가 닿을 수 있도록 가정이라는 배의 선장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그 윗세대와 자식 세대를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p.110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는 몇 년 동안 남자 선생님인 저를 가장 반겼던 것은 아빠에 목말라 있던 아이들과 바쁜 아빠의 빈자리를 메워주기를 바라는 어머니들이었습니다. 첫날, 유치원 교실로 들어서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남자 선생님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아이들은 신기한 듯 저를 바라볼 뿐 누구도 선뜻 말을 걸어
오지 못했지요.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 뒤 한 아이가 용기를 내어 제게 물었습니다. “운전하시는 아저씨예요? 그런데 여긴 왜 오셨어요?” 제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이번에는 다른 아이가 “그럼 사범님이세요?”라고 묻더군요. 자신이 다니는 태권도 학원 사범님을 떠올린 모양입니다. 지금도 남자 유치원 교사를 찾아보기 어렵긴 마찬가지
이지만 20년 전에는 더더욱 그랬으니 아이들 눈에 신기하게 보이는 게 당연했을 것입니다.
--- pp.125-126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한 버코 글리슨(Berko Gleason) 박사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 재론의 여지가 없겠지만 아이들은 출생 초기부터 주 양육자인 부모의 대화와 타인과의 경험을 통해 상호작용의 기술과 대화법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외부 환경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받는 영향이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빠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는 아이의 언어와 인지 발달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질문을 통해 아이의 사고를 자극시키는 것은 아빠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입니다.
--- p.146

저의 박사 논문 연구에서는 아빠의 양육 참여 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아이들의 사회적 유능감이 뛰어났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권위적 스타일과 독재적 스타일이 잘 조화된 양육 태도를 가질 때 아이들의 사회적 유능감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아이들의 의견을 잘 듣고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훈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이 두 가지 양육 태도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빠들은 아이들의 학업과 진로에 대해서도 항상 준비하고 격려하며 비전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p.177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고민을 자녀와 나누기를 주저합니다. 아이들을 대화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부모의 고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과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때로는 엄마 아빠의 고민 상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문제 해결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아이들이 부모의 고충을 알게 되고 고민을 공유하려는 노력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때도 있습니다.
--- pp.190-191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어린 시절 그토록 다짐했건만, 성인이 된 어느 날 문득 아버지처럼 행동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간혹 내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할 때가 있습니다.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잔상, 그 그림자를 밟으며 아버지가 걸
어간 길을 다시 걷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아버지의 말과 행동, 습관들이 부지불식간에 내 것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b>아이는 부모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는다<br/>부모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할 뿐이다</b><br/><br/>저자는 『아이의 미래, 아빠하기에 달렸다』(21세기북스 펴냄)에서 20년 동안 유아교육 전공자로서 연구했던 이론과, 한국과 미국의 유치원 현장에서 교사와 아버지 연구자로 참여하며 경험한 것들, 또 유아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강의들을 통해 아빠가 가졌으면 하는 삶의 좋은 습관 10가지를소개한다. <br/><br/>아빠습관1 아빠는 개똥철학자 : 아빠가 살아오면서 느낀 점이나 삶에 대한 철학을 꾸밈없이 아이의 눈높이로 이야기하자. 철학이 있는 아빠는 그 자체로 훌륭한 멘토다. <br/>아빠습관2 아빠는 순수한 스토커 : 아빠가 아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관찰이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되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br/>아빠습관3 아빠는 위대한 미래학자 : 아빠들은 엄마와 달리 교육의 시류나 방법에 휘말리지 않는 나름의 고집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멀리 보는 훈련을 통해 아이의 미래를 그려보자.<br/>아빠습관4 거부할 수 없는 없는 아빠의 운명 : 바쁜 업무 때문에 가정에 충실한 시간이 없는 아빠들은 고민이 많다. 이때 아빠에게 필요한 사랑의 기술은 무엇일까. 그리고 아빠의 묵직한 한 마디는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일까?<br/>아빠습관5 하루 10분, 아빠는 슈퍼 개구쟁이 :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감성을 발달시킨다. 매일 10분 아이와 몸을 부대끼며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놀이터다.<br/>아빠습관6 아빠는 못 말리는 질문쟁이 : 질문은 아이의 창의성 발달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와 길을 걸을 때, 만화영화를 볼 때 수시로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보자.<br/>아빠습관7 아빠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 :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아빠의 고민을 털어놓아보자. 이를 통해 아빠와 아이가 수평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br/>아빠습관8 아빠는 엄마를 많이많이 사랑해 : 화목한 가정의 아빠가 되는 법은 어렵지 않다. 하루에 한 번씩 아이 앞에서 아내를 칭찬해보자. 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에게 다정한 아이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다.<br/>아빠습관9 아빠와 엄마가 만드는 환상의 팀워크 : 엄마의 권리와 역할에 대해서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다. 중요한 건 아내를 정서적으로 지원하고 격려해주는 것이다. <br/>아빠습관10 아빠의 유산 : 어린 시절의 상처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 자신의 상처부터 치유하고 아이에게 기억되고 싶은 아빠의 모습 그대로 노력하고 실천하자.<br/><br/>어렵게만 느껴지는 아빠 육아의 출발은 작은 습관의 변화로 시작된다. 아빠의 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가 태어난 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의 말과 행동, 삶의 철학을 그대로 배우며 자라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이는 생활 습관부터 철학이 담긴 생각 습관까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빠의 10가지 습관을 통해 아이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