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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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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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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668g | 153*224*20mm
ISBN13 9788992985284
ISBN10 899298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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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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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지혜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학 및 정치학 수학. 2003년부터 독일에 거주하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신데렐라 카니발》《씽커스:20세기를 창조한 12명의 지식 정복자들》《스물다섯 나를 즐겁게 하는 의외의 행복》《토니오 크뢰거》《바쁠수록 돌아가라》《후회 없는 나를 위한 40가지》《행복의 연금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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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라는 책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영국인 동물학자 도킨스는 오래 전부터 어떤 종교적 믿음도 거부해 왔다. 그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신이 ‘편협하고 불공정하며 뒤끝이 많은 괴짜 통치자’이자 ‘여성에게 적대적이고 동성애를 혐오하며 인종차별적이고 아동학살과 민중학살을 일삼는, 역겨운 데다 과대망상에 빠져 있고 가학 피학적이고 변덕스러우며 교활하기까지 한 폭군’이라고 가차 없이 비난한다. 그는 현재 옥스퍼드Oxford에서 대중이해Public Understanding를 가르치는 교수이다. 이런 학자를 그토록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비단 이슬람과 기독교로 특징 지워지는 종교적 근본주의뿐이 아니다. 종교관이 ‘진실을 파헤치는 지성에게 위협’이 될지 모른다는 근심도 이에 한몫했다. 도킨스는 종교적 믿음이 인간으로 하여금 ‘아무런 답도 주지 못하는 뭔가에 만족하게끔’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학자들과 계몽된 휴머니스트가 온 힘을 모아 그에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킨스를 지지하는 학자도 다수이다.《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에서 ‘종교가 세상을 어떻게 오염시키는지’ 설명한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종교의 종말The End of Faith》을 쓴 신경학자 샘 해리스Sam Harris, 《주문을 깨다Breaking the Spell》를 통해 종교라는 거짓 마술을 타파하고자 한 생물철학자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 ‘우리에게는 신이 필요 없다’라는 신념을 지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옹프레Michel Onfray가 그들이다. 동시에 반대 진영도 생겨났다. 스탠퍼드의 기독교 성향을 지닌 생물학자 조앤 러프가든Joan Roughgarden은 《진화와 기독교 신앙Evolution and Christian Faith》에서 진화론이 기독교 신앙과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정부의 인간게놈프로젝트 총지휘자이자 독실한 기독교도인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는 《신의 언어The Language of God》를 통해 ‘신앙의 증거’ 비슷한 것을 제시하고자 했다.
물론 진화생물학이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철저히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은 도킨스도 인정한다. “그러나 반박할 수 없는 것은 그것 말고도 무한히 많다.” 그러니 정신이 만들어내는 것을 모두 믿어야 한다는 건 아니어도 한참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가령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도 얼마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 풍자 종교는 2005년 바비 헨더슨Bobby Henderson에 의해 창시되었다. ‘면Noodle성’을 숭배하는 이 종교는 어느덧 ‘파스타파리안Pastafarian’이라는 수제자들로 구성된 공동체까지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헨더슨은 심지어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복음서》도 집필했다. 도킨스는 근본주의적 신자들의 척도에 비추어 보면 이 우스꽝스러운 종교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파게티 괴물이 존재할 확률은 신의 존재 확률과 마찬가지로 매우 희박하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떠받드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학문이 아닌 각 종교의 의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신을 부정하는 것 역시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p.301

리처드 도킨스같은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인류학자를 끌어다 붙이곤 한다. 그러나 정작 인류학자들은 앞서 서술한 이유 때문에 종교에 대한 그들의 적대적인 태도에 거리를 둔다. 프랑크푸르트의 한 심포지엄에서 파스칼 보이어를 만났을 때, 그는 ‘새로운 무신론자들을 보면 다소 당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을 비롯한 동료들의 연구 결과는 초자연적 존재와 제식화된 행동 방식에 대한 믿음을 발달시키는 것이 인간의 평범한 본성임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킨스가 이를 다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듯하다고 했다.
“무신론자들은 바르게 사고할 능력이 없거나 지나치게 제한적인 시각만을 지녔거나 세뇌 당한 사람이 종교를 갖는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인간이 ‘바르게’, 다시 말해 무신론적으로 생각하도록 계몽하는 것이 그에 대한 해결책이라 여기지요.” 보이어는 이렇게 정리한 뒤 한마디 덧붙였다. “제가 보기에 이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습니다.” 그 이유는 뇌의 자연적 기능방식이 바로 종교적인 생각을 낳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뇌는 자연이 정해 놓은 방식 그대로 기능한다. 종교적 사고를 뿌리 뽑을 경우 지금보다 합리적이고 심지어는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도킨스의 가정은 실질적 증거가 전혀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보이어는 주장한다. 스스로를 ‘아젠다Agenda 없는 무신론자’라 칭하는 보이어는 자신의 이론에도 예외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어떤 문화에서건 종교적 물음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일정 정도 있으니까요. 이는 그저 표현형(phenotypic,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 외적으로 드러나는 형질 ―역자 주)의 일종일 뿐입니다.” 그를 현대 진화학적 종교 연구의 대표주자 중 한 사람으로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종교적 중립성인지도 모른다.
다른 인류학자 및 진화생물학자들도 매우 유사한 주장을 한다. 스콧 애트런은 자신도 무신론자이며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행사하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항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앙 자체를 퇴치하려는 시도는 ‘낭만적 사랑의 비이성을 퇴치’하려 애쓰는 일만큼이나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천국에 가고 싶어 조급해하는 아들을 둔 영국인 진화생물학자 루이스 월퍼트는 도킨스의 공격적인 종교비판보다 훨씬 온건하고 관대한 관점을 내놓았다. 현명하게도 월퍼트는 타인의 신념은 거부할지언정 ‘믿음이라는 능력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간파했다.--- p.331

일본 선불교의 도겐 기겐(1200―1253) 선사는 대략 비슷한 시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마치 메아리처럼 그와 비슷하게 들리는 가르침을 남겼다. “도를 탐구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다. 자신을 탐구한다는 것은 자신을 잊는다는 뜻이다. 자신을 잊는다는 것은 전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선승인 그는 대표작 《정법안장(쇼보겐조, 正法眼藏)》에서 이러한 공식을 바탕으로 선불교의 근본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비슷한 관념은 비단 기독교와 동아시아 신비사상에만 있는 게 아니다. 뜻밖에도 한 코미디언이 최근에 이를 증명했다. 하페 케르켈링(Hape Kerkeling)은 일약 베스트셀러가 된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원제: Ich bin dann mal weg)》에서 야고보 순례길 체험을 이야기한다. 여러 주 동안 도보여행을 하며 그는 궁핍함과 발 통증, 아름다운 풍광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체험했다. 〈차이트〉지와의 인터뷰 중에 순례길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매우 진지한 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십니까? 사람은 언제나 나는 나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본인이 만들어내는 합성물일 뿐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면 꽤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닙니다. 코미디언도 아닙니다.” 그리고 케르켈링은 역설적인 선불교 경구처럼 들리는 깨달음을 피력했다. “‘나’는 사실 본질적이지 않으며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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