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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인 러브

헬렌 켈러 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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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460g | 131*187*30mm
ISBN13 9788973816859
ISBN10 897381685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여덟 살이었다. 벨 박사는 내가 소리를 들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새 발명품을 가지고 있다고 애니에게 말했다. 그것이 있으면 지화를 모르는 사람도 청각장애인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헬렌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벨 박사는 애니에게 그렇게 말했다. 애니가 그의 말을 내게 써준 후 그는 커다랗고 두툼한 장갑을 내 작은 손에 끼웠다. 장갑에는 ‘보통’ 알파벳 글자들이 박혀 있었다. 장갑을 끼고 손을 들면 글자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손바닥에서 글자들을 느꼈다. 벨 박사는 먼저 ‘h’를 누르고 나서 ‘e’를 눌렀다. 그러고는 더 세게 ‘l’을 두 번 눌렀다. 마지막 글자는 ‘o’였다.
H?e?l?l?o(안녕).
나도 똑같이 대답했다. 강렬한 기쁨이 온몸을 휘저었다. 나는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애니의 통역 없이 누군가와 대화한 것이다. 벨 박사는 연습을 하면 청력이 있는 사람들이 쉽게 그의 발명품을 익혀 내게 말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헬렌은 자유를 얻게 될 겁니다.”
그는 애니에게 그렇게 말했고 애니는 그의 말을 내게 써주었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나는 터스컴비아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애니에게 계속 글씨를 썼다. 지화에 능숙하지 못한 아버지는 물론이고 이브 고모든 누구든 모두와 곧 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애니는 글씨로 대답했다.
“아니,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애니는 자기가 내 옆을 지키는 한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그녀가 모두 말해줄 거라고. 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애니는 자신의 외로움 때문에 나를 옆에 두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우리 둘 모두 기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외톨이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나이가 더 들었다. 닳고 닳은 이야기 외에 새로운 이야기를 갖고 싶다.
--- pp. 61~62

피터는 글을 읽을 때 목소리가 더 빨라졌다. 나는 손가락을 그의 입에 계속 대고 그의 말을 읽었다.
“이런 식으로 눈이 멀고 벙어리가 되는 경우는 모두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거예요. 신문에 따르면 전쟁 쇼크로 한 영국 병원에 실려 간 병사들이 2017명에 달한다는군요.”
“피터.”
나는 손가락으로 피부가 팽팽한 그의 광대뼈를 훑었다.
“당신이 관련 기사를 써보는 게 어때요? [뉴욕 타임스]에 실린 당신의 글을 내가 볼 수 있게요. ‘피터 페이건 통신원의 특집 기사’, 어때요?”
나는 냅킨을 집어서 입을 닦았다. 빵 부스러기가 입에 붙어 있지 않기를 바랐다.
피터가 내게 몸을 기울였다.
“지저분한 아가씨 같으니.”
그는 내 블라우스에서 빵 부스러기를 능숙하게 털어냈다. 나는 더 지저분해지고 싶어졌다.
“물론 전쟁 쇼크에 관한 기사는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그것을 절대 실어주지 않을 거예요. 난 단지 [보스턴 헤럴드]의 비상근 기자였을 뿐이에요. 기억해요? 이제 당신의 예쁜 드레스에서 나머지 부스러기를 털어내게 해줘요.”
--- p. 89

“한쪽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애원할까요?”
“네.”
“‘네’라니, 뭐가요?”
“당신이 애원했으면 좋겠어요.”
“못됐구먼. 당신에게 절이라도 하라는 거예요?”
“당연하죠.”
“분부대로 합지요.”
그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이게 있어서 다행이에요.”
“반지?”
“더 좋은 거. 정교하게 뾰족한 손톱.”
그는 맨살이 드러난 나의 종아리 뒤쪽을 긁고는 허벅지 안쪽을 강하게 눌렀다.
“허락할 거죠?”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헬렌, 결혼합시다. 우리 도망쳐요.”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말했다.
“애원할게요.”
그의 숨결이 내 허벅지를 덥히고 그의 손은 내 스커트 안을 파고들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앞에서 거의 낸 적이 없는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네.”
나는 피터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거칠한 그의 곱슬머리에서 티크 냄새, 머나먼 곳의 나무 냄새가 났다. 비록 그는 청혼을 했지만, 나는 두려움이 그를 쥐고 뒤흔들고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보통 여자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일이 나를 돌봐야 하는 날들이 끝도 없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두렵지 않았다. 우리는 결혼해서 도망칠 것이다.
--- pp. 164~165

피터가 썼다.
“헬렌, 이들은 나와 이야기하는 중이에요.”
“하지만 나도 알아야…….”
“알았어요. [보스턴 글로브]의 오룰크 기자가 알고 싶답니다. 혹시 내가…….”
“당신이 뭐요?”
“내가 헬렌 켈러의 남자가 되고 싶은지.”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피터의 손이 내 손안에서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를 끌어당기고 싶었지만 그는 그 자리를 뜨려고 하지 않았다.
피터가 댄슨의 다음 질문을 내게 써주었다.
“헨리 포드가 평화 협상을 하러 영국으로 갈 유력 인사들을 위해 배를 한 척 빌렸다는 소식이 방금 떴어요. 배가 출항하면 함께 가시겠습니까, 헬렌?”
피터는 뒤로 물러나 집 쪽으로 더 붙었다.
“이 집을 살 때 앤드루 카네기가 돈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 돈과 지금 전쟁을 지원하는 카네기의 돈은 뭐가 다르죠?”
피터가 내 손에 쓰는 글자들이 점차 힘을 잃었다.
“아뇨, 이 집은 카네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당신을 포함한 켈러 집안사람들은 카네기의 지원을 받고 있잖아요?”
나는 현관 전등이 머리 위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 pp. 219~220

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마. 그 불한당과 무슨 짓을 하고 있었니? 말해.”
“어머니, 제발. 그이에게 가게 해주세요.”
“아니, 나랑 여기에 있어.”
나는 현관문 옆에 서서 자물쇠를 찾았지만 어머니가 차갑게 내 양손을 붙잡았다.
“그래, 우리 둘에게도 몇 달이나마 좋은 시절이 있었어.”
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청력과 시력을 잃기 전, 어머니가 평범한 아기 엄마였고 나는 평범한 아기였던 그 열아홉 달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내게 ‘비극’이 일어난 후 어머니는 그 시절을 자기 인생과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머니에게는 밀드러드와 필립스 브룩스가 있었다. 게다가 두 의붓아들까지. 하지만 피터가 나를 어루만졌던 것처럼 아버지가 어머니를 굶주린 듯 어루만진 적이 있었을까? 피터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도 용광로 같은 입술로 어머니에게 자신의 몸을 온전히 바쳤을까?
나는 어머니에게 사랑이었고 슬픔이었다.
나는 몸을 쭉 펴고 머리를 높이 들었다. 피터를 다시 찾으려면 그를 위해 싸워야 했다. 두려운 것은 나의 분노였다. 내가 땔감이었다면 활활 타올랐을 정도로 나는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 pp. 384~385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눈과 귀가 먼 벙어리 소녀 헬렌 켈러. 위대한 스승을 만나 삼중고의 장애를 이겨내고 래드클리프 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전 세계인에게 ‘인간 승리’의 표본이자 ‘살아 있는 성녀’였다.
하지만 서른일곱 살이 된 헬렌의 삶은 결코 위대하지도, 성스럽지도 않다. 유명인이 된 이후 실질적으로 가족을 부양하게 된 헬렌은 생계를 위해 앤 설리번과 함께 미 대륙을 돌며 순회강연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약 20년 동안 헬렌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던 앤 설리번의 건강마저 악화되어 헬렌은 피터 페이건이라는 남자를 비서로 고용하기에 이른다.
서른일곱 살, 피터와의 벼락같은 사랑은 헬렌을 다시 한 번 눈멀게 했지만 대중은 물론 그녀의 가족과 앤 설리번마저도 헬렌 켈러는 누군가의 여인이 될 자격도, 권리도 없다고 여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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