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진정 편리성을 원한다. 하지만, 의료 시스템에는 이러한 목소리가 미치지 않고 있다. 고객에게 '환자'라는 딱지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고객의 편리성을 경시해 온 증거이다. 의료 종사자들은 거들먹거리며 말한다. "됐다 그래! 불편한 게 뭐 어떻다고!" 편익 따위는 화장수나 냉동 식품과도 같은 싸구려 사치로 치부한다. "의료 행위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켜 준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솜씨로, 그런데 편리성 운운하며 그런 하찮은 것들을 요구한다고?"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불편하고 번거로운 의료는 치명적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고 예방 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한다. 불편함은 사람들의 건강을 손상시키고 의료비를 상승시킨다.

최근 굴지의 의약품 및 의료기 업체인 존슨 앤 존슨의 직원 가정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세 유아 중 적절한 예방 접종을 받은 경우는 45%에 불과했다. 이들 가정은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거의 모든 자녀들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염려스러운 것은 1989년 이래 미국 전역에서 아이들의 저조한 예방 접종률로 인해 홍역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놀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취학 전 아동이 적절한 예방 접종을 받지 않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어째서 중산층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예방 접종을 시키지 않는 것일까? 자세히 분석해 보면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편리성과 지식의 부족이다. "아이를 의사에게 데려가기 위해 일손을 놓기가 어렵다"는 것과 "예약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편리성에 있어서의 2대 장애 요인이다. 그리고, "생후 2개월부터 예방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식이 있는가", "부친이 대졸인가"라는 것이 지식의 2대 요인이다. 보험 혜택의 유무와 비용은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저자는 동정심 없고, 탐욕스럽고, 변화를 거부하는 미국 의료계를 통박하고 있다. 사용하지도 않는 불필요한 여분의 의료 기술을 끌어안은 초점 없는 다목적형의 비대한 의료 기관들은 여전히 권위만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혁명 상황이다.<br/><br/>소비자가 주도하는 자유로운 시장 원리가 미국의 현재 의료 시스템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위적이고 비대해진 의료 조직들은 조만간 다 망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빈사 상태에 빠져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던 미국의 제조업도 바로 시장의 힘에 의해 다시 숨통이 트이면서 세계 일류의 서비스 산업과 하이테크 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의료 분야에서도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이미 시장에는 구비되어 있다. 또한 그것은 오직 시장에만 있는 힘이다.<br/><br/>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시장에서는 고객 중시로 편리하고, 친절하고, 적정한 가격에, 의료 정보도 풍부하고, 이용하기도 쉬운 의료 서비스와 상품이 제공된다. 이 지진은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남김없이 분쇄한다. 교통편도 나쁘고 불편한 시간대에만 이용이 가능했던 거대한 의료 시설과 대규모 관리 의료 네트워크는 저자가 '의료 전문화 공장'이라고 명명한 조직으로 교체된다. 여기에서는 만성병 환자나 특정 수술을 받는 환자, 또는 일상적으로 곧잘 일어나는 질병의 진단, 검사, 처치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제 각각 편리하고 전문화된 치료가 이루어진다.<br/><br/>저자는 묻는다. 다가올 누가 의료 서비스 혁명의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 것인가?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도 아니고, 건강보험 기관도 아니다. 바로 소비자와 의료 기관 사이에 성립된 '시장'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병원이 살아 남으려면 리사이징이 필요한 것이다. 병원은 부단히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며, 끊임없이 비용을 절감하며, 소비자가 요구하는 유용한 의료 기술만을 구비한 목적이 뚜렷한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