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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의 애절한 고백

한 친구의 애절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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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153*225*30mm
ISBN13 9791187909491
ISBN10 1187909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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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 사 왔는디 워쩔라나 몰르겠네유! 호호!”
7학년 넘은 남자들은 점점 할 일이 없어져 날마다 집에서 짱박혀 지내기가 일쑤지만, 여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바빠진다고나 할까? 오늘도 마누라가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시장을 보러 나갔다가 들어오며 건네오는 말이었다.
“으응? 뭘 사왔길래 그리 호들갑이여?”
이에 내가 케이블TV에서 떠들어대는 요즘 정치판의 방송을 시청하다가 대꾸하자 마누라가 시장바구니를 쿵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아유! 오랜만에 영등포 재래시장엘 갔더니 글쎄 이렇게 향기좋은 모과를 잔뜩 놓구 팔잖유?”
“아! 그래서 모과주라두 담글라구 사왔남?”
“으이구! 당신은 술을 별루 좋아허지 안찮유? 그냥 거실 탁자에 놓아두구 향기나 맡을라구유!”
하면서 마누라는 과일바구니에 누렇게 익은 모과를 한가득 담아 거실 탁자 한 귀퉁이에 놓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언젠가 한 친구가 모과에 대해 했던 농담이 생각나서 입을 열었다.

“하하! 여보! 모과는 누굴 닮았는지 알어? 그건 바루 마누라를 닮아서 남편들을 세 번 놀라게 한다는구먼!”
“뭐라구유? 왜 모과가 세 번이나 놀라게 해유?”
“에, 첫째는 모과는 못생겨서 놀라구! 둘째는 이렇게 못생긴 과일의 향이 너무 좋아서 놀라구! 셋째는 모과의 향기에 비해 맛이 너무 시구 떫어서 놀란다는 거지! ”
“아니 그걸 말이라구 허슈?”
“응! 대다수 남편들에겐 마누라가 못생겨 뵈구, 그래두 모과향 같은 정은 있구, 허지만 시구 떫은 모과맛처럼 애교가 없는 게 또한 마누라들이잖여?”
하고 늘어놓다가 나는 문득 내 고향 청양에서 살 때 모과나무에 얽힌 추억이 생각났던 것이다.

“아버지! 우리두 당숙댁처럼 모과나무를 심으면 안 되나유?”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가끔씩 제사를 지내러 당숙댁에 가게 되면 바로 큰사랑방 앞 화단에 커다란 모과나무가 있었는데, 단단한 나무줄기에 반질반질한 잎사귀가 달리고, 오월에 피는 연분홍 꽃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얘! 큰댁의 모과나무는 큰할아버지가 학자셔서 모과꽃의 아름다움과 모과향을 맡으며 시흥을 돋구시느라 심으셨단 말이다.”
그때 나는 아버지 말씀의 뜻을 잘 몰랐기에 더 이상 모과나무를 심자고 졸라대지 않았으나, 모과나무가 있는 당숙댁이 무척이나 부러웠던 것이다.
“은집아! 너두 중학교 갈려면 도장이 필요헌디 한 개 파줄까? 난 우리 형이 모과나무루 도장을 파 준다구 했거든! 네 것두 부탁해줄께!”

이처럼 모과나무는 나뭇결이 아주 단단하여 도장을 파거나 화초장을 만들 때 재목으로 쓰여지기도 했다. 내가 바로 이런 고향에서의 모과나무의 추억에 잠겼을 때 마누라가 작심한 듯 건네왔다.
“아유! 아까 당신이 모과가 마누라 닮았다구 했쥬? 내가 보기엔 남편들 같구먼유! 늙을수록 대머리 남편들 보면 모과처럼 못 생겼구유! 몸에선 모과 썩은 것 같은 냄새가 나구유! 마누라헌티 허는 말마두 입맛 떨어지는 소리만 허니께유! 안 그류?”*
---「제67화 : 모과 같은 마누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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