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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66g | 130*190*30mm
ISBN13 9791167372208
ISBN10 116737220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제 있었던 일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어제도 오랜 옛날입니다.”
여자의 얼굴이 공중에 떠 있는 여러 개의 문법을 빨아들여, 그걸 체내에서 녹이고 부드럽게 숨 쉬며 입으로 내뱉었다. 듣는 사람은 그 신기한 문장이 문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기능이 멎은 채, 물속을 헤엄치는 기분이 된다. 앞으로의 시대는 액체 문법과 기체 문법이 고체 문법을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여성을 만나고 싶다. 만나서 어디로 걸어가는지 지켜보고 싶다.
--- pp.16~17

오래전 이민자는 하나의 나라를 목표로 떠나 죽을 때까지 그 나라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서, 거기서 쓰는 언어만 외우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이동한다. 그러므로 스쳐 지나간 모든 풍경이 뒤섞인 바람과 같은 언어로 말한다.
--- p.44

한동안 귀를 기울이니, 울음소리 속에서 노래하는 듯한 이상한 언어가 피어올랐다. 뜻은 알 수 없었다. 멜랑콜리한 모음이 공기를 파랗게 물들였다. 나는 무너질 것만 같은 돌계단을 걸어 내려가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지하 통로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 pp.98~99

주상복합건물은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능력을 퇴화시키면서 완성되었다. 화장실이 되어보지 않으면 화장실의 기분을 알 수 없다, 라는 글을 읽고, 그렇다면 나는 화장실이나 수위실이나 구내식당과 같이 다양한 장소가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직업’을 갖는 사람이 된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며, 실제로 인간은 어떠한 ‘장소’에 놓이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 p.105

미래에 물고기가 멸종되었을 때, 바다에 사는 식물로부터 어떻게 생선의 기억을 우려낼지가 요리사의 중요한 과제가 되지 않을까.
--- p.157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져간 과거. 그 언젠가 공기와 함께 나의 입으로 들어와 폐를 가득 채우고, 미림과 간장을 섞은 달면서도 짭짤한 맛과 함께 식도를 내려와 배 속으로 스며들어, 혈관에 잠입하면서 끊임없이 뇌로 투입되었던 그 언어를 이해해줄 상대가 조만간 눈앞에 나타나리라.
--- pp.180~181

나, 정말로 그린란드에 가보고 싶어. 어릴 때 에스키모 소년이 나오는 그림책을 갖고 있었거든.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어. 그 소년은 해달과 말이 통했지. 얼굴이 우리 옆집 살던 애랑 똑같았어. 신기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정말로 있었던 사람들과 그림책에 나온 사람들이 거의 비슷하게 진짜 있었던 현실처럼 느껴져. 그림책에는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나오잖아.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도 많이 나왔지. 어쩌면 나의 출신국은 그림책인지도 몰라.
--- pp.190~191

맨 처음 Hiruko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제껏 밋밋하게 써오던 모어의 매끄러운 표면이 갈라졌고, 파편들이 Hiruko의 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보였다. Hiruko가 쓰는 언어는 모네가 그린 수련이다. 색이 부서지고 흩날려, 아름답지만 아프다.
--- p.228

언어가 기억의 가느다란 물결무늬 주름을 따라 흘러 작게 빛나는 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주워가며, 우리를 아주 먼 곳까지 데리고 가준다. 판스카는 모어보다 훨씬 더 훌륭한 운송 수단이다.
--- p.293

“빛 때문에 병이 났다는 거야?”
“어슴푸레한 공간에 있으면 가까운 사람들과 옅은 어둠 속에서 애매모호한 관계로 지낼 수 있지. 가난이나 나날의 고충을 공유하면서. 하지만 지나치게 밝은 빛에 노출되면, 나는 나, 너는 너로 독립하게 돼. 거울을 들여다보며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지. 빛 속에서 흩어지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는 매년 어두워져.”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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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만약 지구상에서 내가 태어난 나라가 사라지고
나의 언어만 남는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이동한다.
그러므로 스쳐 지나간 모든 풍경이 뒤섞인 바람과 같은 언어로 말한다.”

이것은, 나와 다른 말을 쓰는
당신 곁에서
기꺼이 안개 속을 헤매이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

만난 적 없지만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진 Hiruko와 크누트,
그리고 또 다른 언어 여행자들의
이상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장혜령 (시인)
기후 변화, 테러리즘, 적대적인 정치 구조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책의 인물들은 내부에 새로운 세계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 창의성과 가능성, 사람들 사이의 연결을 찬양하는 쾌활한 디스토피아 소설.
- 포어워드 리뷰스
모네의 붓질 하나하나에 색은 계속 변화하지만 풍경은 하나의 전체로서 드러난다는 크누트의 말처럼, 다와다 요코의 인물들은 인상주의적이다. 유동성, 담백함, 덧없음. 희미한 실체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방식으로, 이들은 함께 소용돌이치며 아름답고 평온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 월 스트리트 저널
다와다 요코는 우리를 해안으로 인도함과 동시에 바다로 내쫓는다. 역설적으로 양쪽 다 같은 곳에 도착한다. Hiruko, 크누트, 아카슈, 텐조, 노라 그리고 Susanoo와 함께,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 그건 분명 부드럽고 낯설며 새로운 장소일 것이다.
- 파이낸셜 타임스
세상의 종말에 대한 책치고, 이 소설은 굉장히 명랑하다. 당신은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더라도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서로를 잘 알아볼 수 있다.
- Wired
페이지를 뛰어넘어 실제로 노래하고 있는 다와다 요코의 언어.
-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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