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윽고 손을 떼었을 때 그의 두 눈은 물에 젖은 유리알 같았다. “실은…… 패티가…….” 경감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애가 없어졌어요. 레인 씨, 어떻게 해서든 제발 그 애를 찾아주십시오!” 순간, 레인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는 느린 어조로 되물었다. “페이션스 양이…… 사라졌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니, 제 발로 나가버렸어요.” 경감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눈언저리가 잔주름투성이인 레인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경감의 입술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전부 내 잘못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진작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경감이 탄식하듯 말을 이었다. “그 애는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고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범인 추적에 나선 것 같습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레인 씨,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어요. 어쩌면…….” 그는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끔찍한 예감을 차마 입 밖으로 내놓을 수가 없어 말을 끝맺지 못한 채 그만 입을 다물어버렸다. 레인이 나직한 음성으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페이션스 양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정도로 그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리고 페이션스 양이 제삼의 인물, 그러니까 살인범을 추적하기 위해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신다고요? 그래서 그 살인범한테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경감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힘줄이 불거져 나온 커다란 손으로 주먹을 쥔 채 목가풍의 벤치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두드렸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근처의 커다란 나무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때 뒤쪽 어딘가에서 퀘이시가 정원사와 다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귀머거리 레인에게는 그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그는 발밑의 잔디를 내려다보며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한숨을 내쉬며 푸른 정맥이 돋아나 있는 손을 경감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경감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섬 경감과 페이션스 앞에 무지갯빛 수염의 남자가 나타나 봉투 하나를 맡긴다. 그는 자신으로부터 정기적인 연락이 오지 않을 경우, 드루리 레인의 입회 아래 봉투를 열어보라는 이상한 요구를 남기고 사라진다. 한편 브리태닉 박물관 경비원이자 전직 경찰인 도너휴가 사라지고, 박물관 안에 보관돼 있었던 셰익스피어의 초판본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드루리 레인은 수수께끼의 남자와 봉투 속의 메시지 그리고 실종과 도난 사건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것을 알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