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기자가 직접 몸으로 부딪혀 얻은 놀라운 뇌의 비밀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 나와 화제다. 잘 나가는 현직기자가 인간의 뇌와 기억력에 관해 낱낱이 파헤친『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는 저자가 건망증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직접 몸으로 겪어낸 ‘임상체험 보고서’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25년 동안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과학전문 기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뇌가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속속들이 파헤친 이 책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건망증을 통해 뇌와 일상을 점검분석하고, 지금 당장 뇌를 관리하지 않으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뇌와 미래의 경고를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유력한 매체의 저널리스트로 다년간 활동해온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의 머리에 심상치 않은 조짐을 발견한다. 잘 써지던 글이 꼬이고,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첫장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고, 글을 쓰는데 필요한 주요 정보들이 머리에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삶을 뒤흔드는 위기 속에서 ‘기억력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총명한 이들에게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등 여러가지 의문을 품은 저자는 그 원인을 찾아 온몸을 내던지는 모험을 감행한다. 뇌와 건망증과의 이 싸움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흥미진진하고 치밀한 ‘뇌탐사 여행’으로 거듭났다.
저자는 인간 기니피그를 자처하며 뇌 촬영을 하고, 판매되는 약물의 효과를 입증하며, 심리, 운동, 섭생, 수면, 호르몬제, 성적체험, 물리적 충돌 등을 통해 다양한 일상이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직접 취재한 세계 최고 뇌질환 전문가들의 생생한 육성부터, 주변에서 흔히 보는 동료의 웃지 못할 해프닝, 의학계의 미더운 충고까지 시공간을 뛰어넘어 살아 있는 정보와 놀라운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뇌과학, 사회학, 심리학, 신경학, 생물학의 경계 넘나드는 즐거운 책읽기
이 책은 기억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단순 사실과 치료법을 나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풍부한 상식과 취재력, 해박한 지적역량을 총동원해 뇌과학, 신경학, 사회학, 심리학, 생물학, 생화학, 영양학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만 봐도 저자가 뇌라는 주제를 얼마나 집요하게 파고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해리엇 러너(임상심리학자), 데이비드 쉥크, 미셸 스테이시, 칼 호노레(작가), 에드워드 할로웰(심리학자), 유홍 지앙(MIT 심리학자), 마르셀 저스트(카네기 멜론대 심리학과), 다니엘 쉑터(하버드대 심리학자, 기억전문가) 개리 스몰(UCLA 신경학 박사, 정신의학자), 칼 코트만(UC 어바인 대학 치매연구소장), 사와구치 토시유키(신경생물학 교수), 제임스 조셉(터프츠 대학 영양학 박사), 데이비드 퍼머터(신경학자, 작가), 다르마 싱칼(대체의학의 권위자), 로렌스 카츠(듀크대학 신경생물학자), 랜디 버크너(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신경과학자), 마이클 메르제니히(UC 샌프란시스코 통합신경과학센터 교수), 브루스 맥이웬(록펠러대학 신경내분비학자), 더글라스 브레머(에모리대학 양전자방사단층센터 소장), 탤리 배럼(해부학자), 마이클 미니(맥길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다니엘 시겔(정신의학자) 등 세계 의학계가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고대문헌부터 최첨단 의학연구소의 최근 성과까지 두루 망라되어 있다.
저자는 ‘뇌’의 구석구석을 시각화시켜 독자의 이해를 돕고, 뇌의 생물학적 속성을 분석하는가 하면, 동물의 임상실험 결과를 들려주며, 무심코 지나친 인간의 심리, 습관, 행동, 인간관계, 물리적 충돌, 성장 과정, 사고방식 등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낱낱이 분석한다.
뇌와 기억력에 관한 저자의 탐사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그 밑바닥에 깔린 인간의 실체를 보게 해준다. 건망증이라는 현상을 통해 뇌에 관해 새로운 발견을 이룩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비로소 막연하게 궁금해했던, ‘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우리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에 대한 궁극의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뇌과학 선도하는 전문가들의 최근 동향, 연구 성과 공개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은 세계 최고의 뇌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와 고급 의학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MIT대학, 스탠포드 대학,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시카고 러시 대학, UCLA 연구소 등 내로라하는 곳을 직접 방문해 MRI, 양전자단층촬영(PET), fMRI 촬영, MMSE, 내분비계 수치 검사, 신경심리학테스트, 심리상담, 기억처방 프로그램, 두뇌 에어로빅, 약물치삔, 수면과 명상요법 등을 몸소 체험하고 그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아직 한국에서 체험할 수 없는 선진화된 치삔기법과 약물, 연구결과의 실태와 장단점을 비교분석, 독자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았거나 실험중인 연구결과, 치삔법 등을 곁눈질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나 관련업종 전문가들이 참조할 만한 지침서로도 손색이 없다.
몰랐거나 잘못 알았던 뇌와 건망증에 대한 오류와 편견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을 뒤집는 놀라운 비밀을 폭로하고 있는 점도 통쾌하다. 우리는 그동안 뇌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몇가지 예를 살펴보자.
어릴 적 받았던 스트레스가 뇌를 손상시킬까? 놀라지 마시라. 아동기 심리적 스트레스가 중년의 기억 상실과 인지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UC어바인 대학 연구결과). 스킨십이 적을수록 뇌가 빨리 노화될까? 그렇다. 어릴 적 박탈이 스트레스 반응을 불러일으켜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해마 손상을 가져온다(맥길 대학 정신의학과 마이클 미니 교수의 연구). 자녀 교육에 팔을 걷어부친 엄마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폐경 여성이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머리가 좋아질까? 맞다. 뉴런이 고장을 일으키거나 죽는 걸 방지하는 데 에스트로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스탠포드 대학 신경과학자 로버트 사폴스키).
머리를 자주 부딪히면 정말 머리가 멍청해질까?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거의 눈치채지 못한 가벼운 두뇌 충격도 몇주 혹은 몇 년 뒤 영구적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주는 남자와 여자 중 누구의 뇌에 더 위험할까? 알코올로 인한 뇌 위축은 여성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나며 여성이 남성보다 인지능력에 더 민감한 영향을 받고, 심할 경우 진토닉 한잔으로도 뇌를 치명상을 입는다(듀크 대학 ‘알코올로 인한 일시적 기억상실’ 연구 결과). 잠자는 시간도 뇌에 영향을 미칠까? 매일 8시간 정도 잠을 자지 않으면 두뇌는 난관에 부딪치며 주의력과 공간학습, 정보처리 속도 및 정확도, 작동기억, 반응시간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밥을 먹는 것보다 야채와 과일이 뇌에 좋을까? 밥이나 곡물이 좋다. 하지만 포도당이 너무 부족해도, 너무 넘쳐도 뇌의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보의 오류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뇌질환의 판단기준으로 삼아왔던 뇌스캔이 정확한 상태를 말해주는데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 시중에 판매되는 머리 좋은 약이 특정인에게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점, 오락으로 분류하는 테트리스가 실제로 머리회전에 도움을 준다는 점 등이 그예다. 이외에도 저자는 사람들이 흔히 갖기 쉬운 질문, 예컨대 ‘건망증과 치매는 어떻게 다를까?’ ‘어떻게 하면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로부터 안전할까?’ 등에 친절하고 명쾌한 답을 준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다룸에 있어 철저하게 의학과 과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특유의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생소한 의학정보와 치삔법 등을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상식을 엎고, 뇌를 새롭게 바라보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예민한 뇌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뇌를 어떻게 관리할 때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디지털이 초래할 뇌질환에 대한 대안 제시
올 여름 프랑스는 어린 아이들이 차안에서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하나같이 자신의 아이가 뒷좌석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부모들이 차 문을 잠그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다. 모두를 망연자실하게 만든 이런 일이 비단 특별히 멍청하거나 억세게 운이 나쁜 몇 사람만의 이야기일까? 나의 일이 아니기에 웃으며 지나칠 수도 있는 이런 사연 속에는 사실 절대로 그냥 지나치면 안될 치명적 비수가 숨어 있다. 내일은 바로 당신이 주인공이 될 확률도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뇌의 빠른 퇴화와 건망증이 가져다줄 위험과 심각성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속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한국의 평균수명은 79.1세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을 앞질렀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머지 않아 세계 인구 85명 중 1명이 뇌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더 위험한 것은 디지털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생활환경이다. 원하는 정보는 검색어 하나로 쉽게 해결되고, 외우지 않아도 모든 기억을 저장하는 휴대전화, 땀흘리지 않고도 몰두할 수 있는 컴퓨터 게임,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이것들은 뇌를 쉽게 지치게 하고 사고력을 감퇴시키며 노화를 촉진하다는 점에서 뇌에 치명적이다. 저자는 디지털에 익숙한 엄지족들이야말로 뇌질환을 경계해야 하는 1순위로 꼽고 있다. 또 사회가 빠른 속도로 시각화되면서 촉각을 잃어버린 점 또한 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한다. 바야흐로 편리한 문명이 뇌의 퇴화를 조장하고 질병을 촉진하는 매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젊어서부터 준비하지 않을 경우 미래 사회가 맞닥뜨릴 위험성에 대한 적절한 경고이자 대안이다. 기억력 쇠퇴와 건망증 때문에 일과 직장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 날로 늘고 있는 뇌질환의 심각성과 그 폐해가 경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집보다, 몸보다 먼저 관리해야 하는 것, 뇌
머리에 뭔가 예전과 다른 변화를 감지하면서도 막상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사람은 극소수다. ‘건망증 쯤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갈지 말지 망설이는 독자에게 이 책은 더욱 유용하다. 저자는 다양한 치삔요법을 통해 내게 맞는 치삔법이 무엇일지 가늠하게 해준다. 저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호르몬제, 수면제, 감기약, 심지어 멀미약에도 일시적인 기억상실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의사들은 누구도 이 부작용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고 고백하며 생활 속에서 흔히 범하는 약물의 유해성을 경고한다. 흔히 먹는 생선, 담배와 건강보조식품 등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본 독자들은 언제쯤 자신이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한마디로 몇 백만 원의 병원비를 절감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최고의 치삔대체제로 손색이 없다.
건망증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흔히 남자보다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저자는 진화론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며 “가사일과 직장, 육아까지 수십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여성이야말로 정보를 골라 내보내는 뇌기능이 남자에 비해 쉽게 약화된다”고 말한다. 건망증을 방치한 후 맞게 되는 맞게 되는 결과를 직장과 가정의 예를 통해 보여주는 저자는 신체의 어떤 부분보다 소중한 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축처진 뱃살과 얼굴에 낀 기미를 위해서는 수십만원도 아끼지 않는 여성들이 지금 인테리어나 몸매, 아이의 건강이나 남편의 승진보다 훨씬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뇌라는 저자의 지적은 어떤 말보다 울림이 크다.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 방치하면 치명적 결과 초래
건망증과 뇌의 노화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던 강연자가 어느날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할 얘기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에서 핵심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어물거리다가 망친다면? 독창성과 차별화가 생명인 광고쟁이가 더 이상 반짝이는 창의력을 잃는다면? 글로 밥벌이를 하는 작가가 상황에 꼭 맞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 심각한 건망증은 곧 생존투쟁이 된다.
기억력 감퇴에 따른 문제는 일반 직장인, 가정주부, 학생 등도 피해갈 수 없다. 해외에서 오는 바이어 마중을 까맣게 잊은 채 열심히 보고서를 쓰고 있는 김 대리, 어떻게 허구한 날 중요한 일 한두 개는 꼭 놓치냐며 후배 직원 앞에서 망신당한 장 실장, 시장에 갔다 딴 물건만 잔뜩 사오는 아내, 외우고 또 외워도 금세 잊어버리는 수험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건망증 때문에 울고 웃는다. 하지만 뇌의 활동성과 기억력이 곧 능력과 직결되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이런 실수는 웃고 지나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아니다. 이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뇌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들이다.
이 책은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하도록 도와주는 출발점으로서 손색없는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