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놔요'라? 그 다음에는 '치한 같으니'나 뭐 그런 말이 나와야 되는 거 아니오?'
'놓아 줘요, 라일리 씨. 안 그러면......'
갑자기 그가 폭소를 터뜨렸다. 아주 오랫동안 크게. 그녀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위아래로 훑어보는 그의 눈동자는 반짝이고 있었다. 존 라일리는 새 PD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턱 바로 아래 길이로 다듬어진 짙은색 곱슬머리였다. 검은 눈썹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그 아래 아쿠아마린빛 눈에는 분노의 불꽃이 튀고 있었다. 건방져 보이는 코. 키스하고 싶은 입술. 그래, 정말로 키스하고 싶어지는 입술이었다. 저 뾰로통한 아랫입술을 장난스럽게 깨물어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부분은 턱 끝에 얕게 파진, 세로로 된 건방져 보이는 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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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거군. 그렇지?'
라일리가 숨가쁜 목소리로 물었다. 브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아, 이제 알았어'
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턱을 잡아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의 눈을 마주 보게 했다.
'침대에서의 문제가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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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줄 수 있냐고? 오늘밤 이미 그녀는 고집불통인 연회업자와 언쟁을 하고, 파티를 앞둔 판에 갑작스레 나타난 별거중인 남편을 상대해야 한 데다가, 기꺼이 함께 일하고 싶지만 사적인 관계로는 얽혀들고 싶지 않은 남자의 관심을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여 피해야 했으며, 피 흘리는 남자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고, 그의 손이 봉합되는 동안 간호사 노릇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성적인 접근을 물리치며 동시에 엉망이 된 그들의 결혼 문제를 직면해야만 했다. 여기에 또 골칫거리가 생겨난단 말인가? 이건 마치 드라마 <환상특급>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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