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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거위가

어느 날 거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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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274g | 120*188*16mm
ISBN13 9788932040530
ISBN10 893204053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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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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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각자의 취향이라고 생각하세요?” 옆집 여자가 밥그릇에 담긴 커피를 홀짝였다. “유튜브 3억 뷰를 찍지 않았어도, 또 다른 BTS네 뭐네 화제에 오르지 않았어도 이랬을까요? 다들 그럴듯한 말에 속는 거예요. 그게 진짜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옆집 여자가 커피에 입김을 불었다.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강상미가 중얼댔다.
“저기 걸린 티 팬티를 생각하세요.” 옆집 여자가 현관을 지나 강상미 집 너머에 있을 단풍나무를 가리켰다. “저기 팬티가 걸렸다고요.”
강상미가 옆집 여자에게서 시선을 돌려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유리문에 그녀가 비쳤다. 강상미는 어둡고 흐린 공간에 파묻힌 자그마한 노인을 마주했다.
---「팬티」중에서

말을 멈추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목을 늘어트린 닭다리가 엉덩이를 씰룩이며 울었다. 그아하- 아내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꿈틀거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만해?” 아내가 키득거렸다. “진짜 사람 같잖아.”
아내를 따라 웃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카운터 아래 있는 손수건과 종잇조각이 떠올랐다. 분명히 봤어요. 와사비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어느 날 거위가」중에서

김수민이 최고의 실험체였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복부를 둘러싼 살과 큰 흉부 때문이었다. “두꺼운 피하 지방, 큰 폐와 폐활량, 높은 미오글로빈 수치, 낮은 골밀도를 보면 마치 이 실험을 위해 태어난 아이처럼 느껴진다.” 책임 연구원의 말이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인용되었다. 김수민은 2년 동안 세 차례 수술을 받았고 열여섯 살 봄, 포근한 바람이 부는 날에 포항 구룡포에서 바다로 들어갔다.
---「숨통」중에서

정면에서 식기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소리를 따라 그림을 쳐다보았다. 책상과 의자 사이로 여자의 허리가 불쑥 솟아오르더니 뒤이어 어깨와 머리가 올라왔다. 여자가 의자에 앉은 뒤 도시락 뚜껑을 열고 밥을 떴다. 렌틸콩과 귀리가 섞인 듯한 자주색 잡곡밥이었다. 그림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오른발을 뒤로 내딛는데 구두 끌리는 소리가 났다. 여자가 수저를 내려놓고 의자를 돌렸다.
---「점심 같이 먹을래요?」중에서

“이거 진짜 비밀인데” 율이 불쑥 말한다. “우리 고모는 밖에서 수영한다.”
채우가 율을 바라본다. “그럼 안 되는데.”
“산소통 메고 하는 거야. 허락받고.”
“위험할 텐데.” 채우가 말한다. “배에 부딪히면 죽을 수도 있대.”
율이 고개를 든다.
“못 믿겠으면 말아.”
---「우리 집에 놀러 와」중에서

확실히 그날의 마파두부는 어떤 힘이 있었다. 지운이 한 말도 의미심장했다. 인생에 의문이 들 때 마파두부를 먹고 확신이 들었다. 그날 마파두부를 먹지 않은 사람은 호진밖에 없었다. [……] “사는 데 필요하진 않아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있죠.” 내 표정을 본 그녀가 곧 말을 덧붙였다.
“맛이 확실히 다르거든요.”
---「좋아질 거예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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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평범한 일상에 한 방울의 상상력을 떨어뜨린다면 어떤 무늬의 이야기가 나타날까? 그에 대한 다채로운 대답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깊고 넓은 바다를 잠영하는 것만 같았다. 바닷속에서 예상 밖의 장면과 생명체를 만나다가 숨이 차올라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너무나도 고요하고 예사로운 이 세상이 오히려 기이하게 느껴지는 경험. 소설을 다 읽은 뒤에는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혹시 당신도 믿을 수 없는 비밀을 하나쯤 품고서 태연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 최진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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