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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이웃들

펭귄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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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72g | 135*200*20mm
ISBN13 9791168610958
ISBN10 116861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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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눈을 꼭 감고 이를 앙다물었다. 빌고 매달리는 대신 견딜 준비를 하는 거였다. 순간 뒷목을 타고 찌르르 쥐가 났다. 어린 게 벌써부터 견디려 들다니…. 침대에서 이를 앙다물고 남편의 거친 숨결을 견뎌내던 내 모습도 지금 이 아이 같았을까? 나도 더는 어쩔 수 없어지는 순간이 또 오고 말았다.
---「아무도 모른다」중에서

‘허들링’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달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동그랗게 모여서 허들링을 하는 펭귄들처럼 누군가 엄마와 나에게도 따뜻한 안쪽 자리를 한 번쯤 양보해주면 참 좋겠다.
---「펭귄의 이웃들」중에서

이렇게 작아져 버린 운동화를 다시 신을 때마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이 아저씨들이 알까? 신발을 다 신고 일어서자 발톱이 빠질 듯이 아팠다. “그런데 말이에요. 아저씨, 벌을 안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말이에요. 벌 받을 짓을 안 하게 좀 해주면 안 돼요?”
---「촉법소년」중에서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가며 내 몸을 살펴본 적도 있었지만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욕실 딸린 방 하나와 거실 하나가 전부인 오피스텔에 산다는 건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웃이라고 인사를 하는 일이 없다는 게 특징이라는 걸 알기에 어색하지도 않다.
---「조건만남」중에서

최상류층만 가질 수 있는 명품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늘 고독하던 내 모습이 무심하게 나를 내려다보던 누드와 겹쳐진다. 한 번 눈물이 솟기 시작하자 봇물이 터진 듯 걷잡을 수가 없다. 직수입된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으면서도 짝퉁 취급을 받는 것만 같다.
---「스톡홀름 신드롬」중에서

어항 속은 평화로워 보였다. 아침마다 조그만 스푼으로 먹이를 떠서 넣어주기만 하면 언제까지나 평화롭기만 할 곳이었다. 그러나 한 방울의 이물질이라도 섞여 들면 그 고즈넉한 평화는 지극히 불안해진다. 단 한 방울만으로도.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어항을 잠식해간다. 건망증 따위로 외면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잊히고 있는 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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