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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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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경 설계 이야기

김영민 | 한숲 | 2016년 0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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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512g | 152*210*17mm
ISBN13 9791195159277
ISBN10 119515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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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맥락을 존중해야 한다는 오래된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맥락에서 벗어나 설계를 해 본 경험이 없을 때 맥락에 대한 강요는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자칫 맥락이 사고의 한계를 좁히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맥락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맥락은 설계가 기댈 수 있는 하나의 대상이자 가치이지 전부가 아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맥락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지 맥락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다. --- p,105

조경가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은 창조의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발견의 능력이다. 비어있음이 채워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진리를 발견하는 능력, 지금은 죽은 듯 얼어붙은 땅에서 찬란하게 피어날 생명을 알아채는 능력,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돌무더기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 감히 말하건대, 그림을 그리지 않는 설계야 말로 가장 고차원적인 설계이며 예술로서 조경의 정점이다. --- p.124

대부분 우리는 설계의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요시한다. 설계의 개념과 공간에 대한 구상이 평면도로 표현되든, 투시도로 표현되든, 다이어그램으로 표현되든 결국 내용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매체는 설계가의 구상을 전달하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동일한 개념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느냐 단면도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발전할 수가 있다. 설계의 매체가 도구에 불과하다는 말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구가 내용의 목적과 실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보다도 도구의 진화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설계도 마찬가지다. 설계의 목표는 그림을 그리는 데 있지 않다. 그러나 그림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머리와 입속에서 맴돌고 있는 설계는 설계가 아니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기도 한다. 매체가 설계가의 생각을 지배하기도 한다. 매체에 종속되지 않고 매체를 다루는 설계가가 되기 위해서는 매체의 힘과 가능성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 p.165

중간발표는 꽤 성공적이었다. 나의 설계를 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던 교수님도 지적보다는 긍정적인 조언을 많이 주셨고, 어떤 교수님은 최종발표가 기대된다는 격려까지 해주셨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저 설계는 며칠 전 잡지에서 본 그럴듯한 작품들을 짜깁기하여 베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베낄 의도는 없었다. 참조만 한다는 것이 결국 베끼기가 되어 버렸다. 다른 안을 다시 그려보아도 내 눈 앞에 있는 모작만 못한 느낌이다. 그냥 이 안으로 끝까지 가볼까? 그러다 원작을 알고 있는 교수님이 지적을 하시거나 친구들이 알아채고 비아냥거릴까봐 걱정이다. 지적과 비웃음을 제쳐두고, 좋은 조경가가 되고 싶다는 내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작가는 자신만의 생각과 개성을 작품에 담아야 한다고 배워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긴다. 생각을 해보면 어디까지가 참조이고 표절인지 헷갈린다. 좋은 사례를 찾아보라는 교수님들의 조언이 베끼기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배우는 과정이라면 어느 정도의 베끼기는 공부의 일부가 아닐까? 그렇다면 실무에서는 베끼기가 윤리적으로 해서는 안 될 짓일까? 베끼기는 과연 나쁜 짓인가? --- p.169

“디자이너는 더 이상 영웅적인 작가나 계획가의 자세로 회의에 들어갈 수 없다. 그는 참여하고, 대화하고, 공유하고, 의견을 굽히고, 수정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프로젝트에서 건축가, 조경가, 교통전문가, 생태학자, 경제학자, 예술가, 정치가들은 한 테이블에 앉아 협력하고 함께 일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의 말이다. 굳이 작가의 죽음을 선언하지 않더라도, 자연의 의지에 따라 정원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형태를 만들도록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더라도, 작가가 설계를 지배한다는 생각은 이미 낡은 고정관념이 되어버렸다. 남과 역할을 나눌 수 있는 설계를 할 때 설계가는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게 된다. 작가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설계가 탄생한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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