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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희라는 말 속에 푸른 슬픔이 들어 있다

낭희라는 말 속에 푸른 슬픔이 들어 있다

천년의 시-13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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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94g | 128*188*8mm
ISBN13 9788960216655
ISBN10 896021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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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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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도착한 겨울 양식糧食 보퉁이가 작아졌다
해가 갈수록 작아지는
올해가 마지막일지 가슴 가운데 바람길이 생겼다

콩 볶는 냄새
타닥타닥 무쇠솥 아궁이에서 장작 타는 소리
검불 골라내다 꾸벅이는 겨울밤
보퉁이 안에서 싸락눈이 보글보글 내렸다

달그락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두부 넣고 끓이면 심심한 국이 되고 양 볼에 살이 올랐다. 양미리 몇 마리 둥둥 띄워 김장 김치 쫑쫑 끓이면 간간한 찌개가 되고 고단을 녹이는 안주가 된다.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아득한 구수함

설해목 쓰러지고
눈밭을 뛰는 노루 발자국 마을로 내려오면
그리움처럼 달려드는 입 안의 감칠맛

항아리 바닥 긁는 소리 고드름 녹아 흐르고
달래 냉이 한 줌 넣어 뽈뽈뽈 끓으면
향긋한 봄보다 먼저 오는 서러움
---「듬북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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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춘자 시인의 첫 시집은 삶과 죽음을 탐색하는 도정에 놓인다. 그러므로 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시편들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녀의 인식의 깊이를 위한 끊임없는 몸부림이 보인다. “팽팽했던 둔부에 헐렁한 바람이 드나들”거나 “뜨겁게 소용돌이치던 밤의 열정은 바람의 환상통”이었거나 ‘한 줌 재로 누운 백골은 표백제를 뿌려 만든 거짓말 같은 색깔’이었거나 “상유의 밤은 죽었거나 살았거나 침묵이” 있을 뿐이다. 그녀의 시의 이미지는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며 진화한다. “새벽잠 속으로 은밀하게 파고드는 체온처럼” 에로티시즘이 곳곳에 번지고 있는 것도 그녀 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더 세게 쉬지 말고 더 빠르게/ 가슴은 터질 듯 벅찼다/ 내밀한 곳까지 어루만지고 입 맞추며 차라리 고통이라면 멈출 수 있을까”라는 비명에 가까운 성애의 묘사가 시를 뜨겁게 달군다. 심춘자 시인의 시문은 섬세하면서도 힘이 있다. 그녀의 시 세계가 거침없이 커질 것을 믿는다.
- 김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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