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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Blu 세트 + 2014 다이어리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Blu 세트 + 2014 다이어리

[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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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131*187*35mm
ISBN13 9788973817108
ISBN10 89738171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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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말이죠.’
나는 말했다.
‘봄은 출발의 계절이에요. 만남과 헤어짐의, 그리고 출발의.’
마치 우리가 9월을 그렇게 느끼는 것처럼, 이라고 덧붙이자, 마빈은 내 말뜻을 이해하고, ‘봄이? 재미있군’ 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나 미국에서나, 입학과 신학기는 9월이다. 긴긴 여름휴가가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두들 자기 생활을 시작한다.
‘그거 아주 동양적이군.’
마빈은 사려 깊은 표정으로 말했다.
‘식물의 사이클하고 같잖아.’
‘그래요. 재밌죠?’ --- p.231

여기는, 오늘, 내가 있을 장소가 아니다. 주변의 모든 것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활짝 열려있는 창문과, 거기로 내려다보이는 밀라노 거리, 작업대에 널려 있는 공구 하나하나와, 빨갛고 조그만 체라 조각. 오늘, 5월25일에, 여기는 내가 있을 장소가 아니다. -약속해줄 거야? 그렇게 말한 것은 나였다. -피렌체의 두오모에, 너랑 오르고 싶어. 같이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 어디에 살든, 우리는 같이 있고, 그 곳에서 같이 떠날 거라고. 피크닉처럼. --- pp.234~235

약간 비스듬하게, 그러나 거의 등이 똑바로 보이는 위치에서, 나는 그 사람이 쥰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설마, 하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저 등은 쥰세이의 등이다. 틀림없다. 쥰세이의 등이다. 움직일 수 없었다. 잠시 그 자리에 선 채로, 나는 쥰세이를 보았다. 자그마한 몸집에, 꼿꼿한 자세,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어도 전혀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그리운 쥰세이. 말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지 않았다. 믿어도 좋을지, 그것을 망설였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쥰세이가 그 쥰세이라고, 약속한 대로 내 생일에 이 곳에 와주었다고, 믿어도 좋은 것인지. --- p.241

서른 살 생일 축하해. 쥰세이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미소, 잊고 있었다. 이 사람의 미소는, 이렇게도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오리라곤 생각 안 했어. 쥰세이의 목소리는, 오히려 난감하다는 듯이 들렸다. 이미 그런 약속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라고 말했을 때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절대로 오지 않을 라고 생각했어. 라고 말했을 때도. 행복하게? 잘 모를 소리였다. 벌써 잊고 있다. 마빈도, 밀라노도, 어떤 이야기 속의 일처럼 멀다. 그런데 와 주었어. 쥰세이가 말했다. 쥰세이가 말을 하면 할수록,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쥰이를 난감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어째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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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so_아오이의 이야기

저녁나절이면 기우는 햇살을 받으며 습관적으로 욕조에 목욕물을 받는 여자가 있다. 한적한 시간이면 엷은 칵테일을 마시며 책을 읽는 여자. 아침, 앙티크 보석가게에서 첫 손님을 기다리며 창밖으로 오가는 낯익은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여자. 그 이름은 아오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목욕물은 따스하고, 어깨를 주물러주는 애인 ??마빈??의 손길은 듬직하고 푸근한데, 그녀의 목덜미로 서늘한 고독과 악몽의 그림자가 어린다. 온 젊음과 존재를 바쳐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의 봉인된 옛추억은 그녀를 어떤 가슴에서도 안식할 수 없는 어둠에 가두고 있다. 그 어두운 추억으로부터 해방되지 않는 한, 그녀는 그녀 자신일 수 없다. 그녀의 예쁘장하게 포장된 일상, 그러나 허망하고 위태롭고 껍질 같은. 마침내 그 위태로움에 균열이 생기고…….
10년 전,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짧은 여행을 떠난다. 또는 현재의 허위와 결별하려는 여행을. 그리하여 과거가 머물러 있는 고도(古都) 피렌체,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에서 거의 그녀 자신의 분신인 아가타 쥰세이와 재회의 기쁨을 누린다. 헤어짐의 이유였던 오해가 풀리고 사랑도 재확인하지만, 그녀 자신으로 돌아온 그녀는 사람의 있을 곳이란 오직 자기 가슴뿐이라는 깨달음을 안고 새로운 내일을 예감하며 발길을 돌린다.

Blu_쥰세이의 이야기

세계의 미술품 중 3분의 1이 있다는 이탈리아의 고도(古都) 피렌체에서 고미술품 복원사로 일하고 있는 ‘쥰세이’. 그의 곁에는, ‘대낮에 창을 열어둔 채로 나를 원하’며 ‘스릴 있다고’ 좋아하는, 새끼고양이 같은 애인 ‘메미’가 있다. 몇 년 전 진심으로 사랑했다가 헤어진 연인 ‘아오이’와 10년 뒤,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그녀의 서른 번째 생일날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그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너무도 오래된, 어쩌면 이미 잊힌 약속이므로. 메미와 달리 ‘겨울날의 외풍 같은 목소리’를 지닌 아오이를 만나기 위해서랄까, 그녀와 파국을 맞이하면서 유채화 복원의 길로 점점 기울어져간 쥰세이. 잃어버린 시간을 돌이키는, 세계에서 유일한 직업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그는 복원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아오이와 약속한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 애인 메미, 여선생 조반나의 기억을 뒤로 한 채 두오모에 오르기 위해 다시 피렌체를 찾는다. 그리고 10년 만의 뜨거운 재회. 그러나 아오이는 폭풍 같은 3일이 지난 후 그녀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쥰세이는 더 이상 과거를 되살리거나,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 퍼지게 하기 위해 그녀보다 15분 먼저 도착하는 국제특급 티켓을 끊는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가는 그곳에서 조용히 그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백년을 살아갈 것을 맹세하며 트랩에 발을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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