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스칼렛
리뷰 총점8.9 리뷰 59건 | 판매지수 252
정가
13,800
판매가
12,420 (10% 할인)
구매 시 참고사항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522쪽 | 660g | 140*210*35mm
ISBN13 9791185051314
ISBN10 118505131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벌써 2주째였다. 2주 동안이나 할머니는 혼자 몸으로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것이다. 무방비 상태로, 모두에게 잊힌 채로. 어쩌면…… 어쩌면 이미 돌아가셨는지도 모른다. 누가 납치해서 살해한 뒤 어둡고 축축한 배수로에 시신을 방치해뒀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에? 그리고 왜? 대체 왜? 왜?
왈칵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눈을 깜빡여 삼켜버렸다. 스칼렛은 화물칸 문을 탕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다가 우뚝 멈춰 섰다. 그 싸움꾼이 술집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참았던 눈물이 찔끔 솟았다. 스칼렛은 눈물이 뺨에 흘러내리기 전에 잽싸게 닦아내고서 싸움꾼을 쳐다보면서 그의 분위기가 험악한지 아닌지 살펴보았다. 싸움꾼은 비행선 머리 부분에서 열 발짝쯤 떨어져 있었는데, 살기를 띠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소심하게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롤랑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을 때도 딱히 살기를 드러내진 않았다.
“괜찮을지 걱정돼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싸움꾼은 술집의 어수선한 소음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칼렛은 비행선에 얹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두려워해야 할지 아니면 으쓱해해야 할지 몰라서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롤랑만 하겠어요? 아까 나올 때 보니까 목이 시퍼렇게 멍들었던데요.”
싸움꾼이 주방 문 쪽으로 잠깐 눈길을 던졌다.
“그놈은 더 당해도 싸요.”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오후 내내 분노와 설움에 시달리면서 참고만 있었더니 웃을 기운이 안 났다.
“끼어들지 말지 그랬어요. 알아서 할 수 있었는데.”
싸움꾼은 어려운 퍼즐 조각을 푸는 것 같은 눈길로 스칼렛을 곁눈질했다.
“그렇군요. 저는 혹시라도 당신이 총을 꺼내 들까 봐 불안했거든요. 그러면 사태가 더 악화됐을 테니까요. 아, 그렇다고 당신이 미쳤다는 뜻은 아닙니다.”
목덜미의 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 같았다. 스칼렛은 반사적으로 등허리에 차고 있는 작은 피스톨을 더듬었다. 내내 피부에 닿아 있던 총에는 따뜻한 온기가 배어 있었다. 열한 살 생일 때 할머니에게 받은 선물이다. 할머니는 ‘모르는 사람이 낯선 곳으로 끌고 가려고 할지도 모르니까’라며 총을 건네고는 유난스럽게 거듭 주의를 주었고, 총을 다루는 방법도 가르쳐주셨다. 그때부터 총을 빼놓고 집 밖을 나선 적이 단 하루도 없다. 아무리 우스꽝스럽고 쓸데없는 짓으로 보이더라도. 그로부터 7년 동안 스칼렛이 늘 입고 다니는 입는 빨간색 후드 점퍼 안에 권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태까지는. --- pp.34-35

“왔군요.”
스칼렛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 울프가 벽의 그래피티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한 듯 돌연히 옆에 다가와 서 있었다. 깜박이는 전구들의 칙칙한 불빛이 초록색 눈동자에 비쳐 보였다. 울프는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미안해요.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닌데…….”
스칼렛은 그의 사과를 못 들은 척했다. 주위가 어두워서 울프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던 그 문신의 윤곽이 지금은 기억 속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었다. ‘부지깽이를 줬던 사람의 팔에 문신이 있었어’라던 아빠의 말도.
침착하게 대처하려고 억지로 묻어두었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 스칼렛은 울프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가슴팍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울프의 키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증오심이 끓어오른 나머지 맨손으로 그의 두개골을 으스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디 계셔?”
울프는 두 손을 옆구리에 늘어뜨린 채 어리둥절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뭐라고?”
“우리 할머니 말이야! 할머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울프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꿈뻑였다. 스칼렛이 외국어로 말하기라도 한 듯 그녀의 말뜻을 해석하기 위해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할머니?”
스칼렛은 이를 갈면서 더욱 세게 그의 가슴팍을 퍽 후려쳤다. 울프는 움찔했지만 아파서라기보다는 놀라서 그러는 것 같았다.
“네 짓인 거 다 알아. 네가 우리 할머니를 납치해서 가둬놨잖아. 그리고 우리 아빠를 고문했잖아! 뭘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할머니를 돌려줘, 당장!”
울프가 스칼렛의 어깨너머를 흘끔 바라보았다.
“미안……. 링에서 나를 부르고 있어. 가봐야 할 것 같아.”
스칼렛은 잽싸게 울프의 손목을 붙잡는 동시에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팔뚝의 문신이 새겨진 부위를 총부리로 눌렀다.
“아빠가 이 문신을 봤다고 했어. 네가 아무리 약에 취하게 했어도 이것만은 기억하시더라고. 이거랑 똑같은 문신을 한 사람이 세상에 둘이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더군다나 납치범들이 우리 아빠를 일주일 동안 고문하고 풀어준 날, 하필이면 네가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난 게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고 봐. 안 그래?” --- pp.89-90

“이코?”
신더가 컴퓨터를 마주보며 말을 걸었다. 스피커는 켜져 있나? 사운드 및 데이터 입력 설정은 맞게 되어 있나? 창고에서 탈출할 때는 카스웰과 협동해서 어찌어찌 비행선을 조종해냈지만, 앞으로는 자동 제어가 없으면 곤란한데…….
“신더?”
신더는 너무 안심해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이코! 맞아, 나야! 나 신더야!”
신더는 머리 위에 매달린 냉각 튜브를 움켜잡았다. 엔진의 일부를, 즉 이코의 몸 일부를 만진 것이다. 이제 이코는 비행선이다.
“신더, 시각 센서가 고장 난 것 같다. 네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기분이 이상하다.”
신더는 이코의 인격 칩을 꽂은 슬롯을 살펴보았다. 완벽하게 맞았다. 안전하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호환 문제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더는 활짝 웃었다.
“알아, 이코. 당분간 적응을 좀 해야 할 거야. 우주선의 자동 제어 시스템에 널 설치했거든. A. 214 램피언, 클래스 11.3이야. 네트워크 연결되지? 시스템 사양을 다운로드 받아야 해.”
“뭐라고? 램피언? 우주선?!”
신더는 몸을 움찔했다. 엔진실에는 스피커가 하나뿐인데도 이코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우리가 우주선에는 대체 왜 탄 거냐?”
“얘기하자면 길어. 어쨌든 난 이렇게라도 네 칩을…….”
“앗, 신더! 신더!”
느닷없이 이코가 울부짖는 바람에 신더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하루 종일 어디 있었던 거냐? 아주머니가 엄청나게 화가 났다. 그리고 피어니…… 피어니가…….”
신더는 말문이 막혔다. --- pp.181-182

유리처럼 매끄러운 열차 지붕에 두 사람이 쿵 부닥치면서 공중에 떠 있던 차체가 살짝 내려앉았다. 그 순간 뭔가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울프가 발을 헛디딘 것이다.
울프의 어깨가 왼편으로 기울면서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착지하는 순간의 반동 때문에 스칼렛은 울프에게서 튕겨나가 선로 옆 언덕 쪽으로 날아갔다. 비명을 지르면서 울프의 셔츠를 붙잡았지만, 천이 북 찢어지는 바람에 스칼렛은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눈앞에서 온 세상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그때 손 하나가 스칼렛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어깨를 잡아당기는 화끈한 통증과 함께 그녀는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 앞에 흩날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칼렛은 발버둥 치면서 한 손을 뻗어 올려 울프의 팔을 가까스로 움켜잡았다. 땀에 젖은 손이 미끄러질까 봐 필사적으로,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었다.
울프가 으르렁거리며 신음을 토해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순간 스칼렛의 몸이 번쩍 들려 올라갔다. 뭐라도 발 디딜 곳을 찾아 열차의 옆면을 무작정 걷어차던 스칼렛은 마침내 지붕 위로 완전히 끌어올려졌다. 울프는 스칼렛을 지붕 한가운데로 안전하게 당겨놓은 뒤, 그녀의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걷어내고는 어깨를 움켜잡고 멍이 든 손목을 문지르며 여기저기를 미친 듯이 더듬었다. 스칼렛이 무사히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려는 듯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순간 집중력이 흩어져서 미끄러져버렸어. 미안해. 스칼렛, 괜찮아?”
호흡이 마구 흔들렸다. 빙빙 돌던 세상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온 신경이 웅웅 울리고 몸속까지 떨리는 것 같았다. 스칼렛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울프를 올려다보면서 후들후들 떨리는 손을 들어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그녀는 헐떡거리면서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울프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눈동자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어깨뼈가 당기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스칼렛은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울프의 팔을 동여맨 붕대가 빨갛게 물든 게 눈에 띄었다. 다친 팔로 스칼렛을 끌어올리느라 상처가 벌어진 것이다.
“피 나잖아!”
붕대에 손을 뻗는데 울프가 덥석 붙잡았다. 아플 정도로 세게. 어느새 스칼렛은 울프의 밑에 깔린 채 강렬하고도 겁에 질린 눈동자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의 호흡은 여전히 거칠었고, 스칼렛의 몸은 계속 떨렸다.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 휭휭 몰아치는 바람과 눈앞의 울프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울프는 너무나도 연약해 보였다. 한 치만 움직여도 산산이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 pp.272-27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47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1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절판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