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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시선-0111이동
이효영 | 파란 | 2022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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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0g | 128*208*20mm
ISBN13 9791191897364
ISBN10 119189736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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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불현듯 깊다, 실체보다 무겁거나, 실체보다 빠르다, 계단을 타고 있지만, 계단보다 조금 더 앞이다, 쏠리는 각도는 전부, 갈무리하는 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비를 맞고 있는 것만 같다, 비의 한가운데 혹은, 비 자체로서, 나, 다 떨어지지 못했다, 하늘과 땅 사이, 천둥의 한 점 발현과, 만물의 진동 사이, 그사이, 아니 비를 맞는 것이 아니라, 비의 메커니즘을 맞고 있는, 나,

실체보다 전진, 실체보다 전위, 실체보다 첨예,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는 최고로 섬세하다, 콧날이 살아 있다, 슉 슉 슉, 각도의 숨찬 소리도 들려, 고집스레, 비에서 쏟아지는 비처럼, 나를 뚫고, 나를 덮는, 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계단을 이기며, 조금 더 가파르다,
---「선미장식의 계단」중에서

그날 저는 낭독회에서 소설을 읽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어요 분량은 원고지 50매, 소설치곤 짧다 해도 낭독하기엔 너무 긴 것, 알아요 안다 해도 저는 다 읽었어요 마음먹었어요 행사장은 야외였고 주말 낮이었어요 날씨는 맑았다가 햇빛 사이로 갑자기 비가 왔고 또 금세 그쳤어요 간이 천막이 채 가리지 못한 의자들이 비에 젖어 반짝였어요 사람은 오십 명쯤 됐어요 예상보다 많았죠 반은 앉아 있고 반은 서 있었어요 제 앞으로 시인이 시를 읽었고 제 뒤론 소설가가 에세이를 읽을 예정이에요 저는 원작자 이름만 말하고 소설을 읽었어요 나는 그것에 대해 쓰기로 했다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라고 시작하는 소설이었어요 소설은 시와 달라요 소설은 뭐뭐였다, 뭐뭐 했다, 다, 다, 다,로 끝나잖아요 그 다, 다,로 끝나는 문장들을 저는 읽었던 거예요 사람들은 제법 귀를 기울였고 일부는 행사장에서 나눠 준 음료수를 마셨어요 잠깐씩 핸드폰을 흘끔거리는 이도 있었으나 대체로 예의 바르게 긴 낭독을 들었어요 저는 소설가도, 이 소설의 지은이도 아니기에 지금 낭독에 대한 기분은 의외로 단순했고 반면 묘한 책임감을 가졌어요 사람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또 비가 올지 몰라 이상한 날씨야 너무 맑고 이상한 날씨 햇빛이 강해지느라 사람들의 표정에 그림자가 졌어요 소설의 원작자는 중견의 작가였고 나름 이름났지만 책을 팔아 번 돈보다 상금으로 번 돈이 더 많은 이였어요 대사도 없이 거의 지문뿐인 소설인데, 다행히 낭독 속에선 글자가 주는 긴장감은 사라졌어요 긴 시간의 흐름이 짧은 몇십 분의 다, 다, 다, 소리로 흘러갔어요 아니 결코 짧진 않았지요 전부 낭독하기엔 어떤 소설도 긴 것이니까요 짧으면 안 되어요 짧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뭘까요 시도 에세이도 연설문도 아닌 소설이어야 하는 이유 뭘까요 다, 다, 다, 때문일까요 있었다 보았다 작았다 울었다 무서웠다 궁금했다 달려갔다 쓰러졌다 돌아왔다 먹었다 멀었다 삼켰다 뜨거웠다 썼다 지웠다 있었다가 없었다 집중된 얼굴과 어디 먼 곳으로 떠난 눈빛 다, 다, 다,가 그 모두를 긁었어요 나는 그것에 대해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누군가에겐 고집이었고 나에겐 믿음이었다,라는 마지막을 읽을 때까지 제 입술은 자동화기처럼 돌아갔어요 의도도 감정도 사라지고 중간중간 속삭이는 소리 더 잘 들렸어요 비는 오지 않을 거야 괜찮아 오늘 내릴 건 다 내렸어 저는 읽으면서도 다 듣고 있었어요 햇빛은 구름 사이로 갈라져 좀 더 세밀히 침투했어요 제가 길게 늘어놓은 오후의 구석구석으로 말이에요
---「효영낭독회」중에서

1.

더 성장할 수 없을 때
선물은 박스가 된다
이제는 증명할 때라고
리본을 몸에 매고
머나먼 능선을 향해
떨어진다 번지점프처럼
애인 있습니까 있습니다 정말 있습니까 있다니까요 그럼 이름을 크게 외치세요
애인의 이름으로 당신을 새기세요

2.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슈뢰딩거의 생사이자 희로애락
네가 관찰할 때만 존재한다 선물은
너에게 압도된다 너는 선물을 장악한다

박스가 있고 박스 안이 있고 혹은 박스보다 더 깊은 곳 마치 악기 같은 울음의 내부가 있다 해도 결국 무엇이기에 모두 선물이 됐나 너와 어디서 만나고 교차하나 어디까지가 나의 흐름이고 어디까지가 너의 확답인가 이곳은 종착지인가 출발지인가 기념일은 양력인지 음력인지 불기나 단기는 왜 아닌지 이제 선물 전달식을 갖겠습니다, 해도 자타(自他)는 자꾸 어긋나고 나에게서 너에게로 줄 수 있나 주게 되나 줄까 말까 너에게 줄까 너에게 준다 정말이다 주렁주렁 눈을 달아도 상자란 결국 거대한 입
벌리고 열리고 드러나고
제압당한다 오직 너의 손으로 해체되는
내가 세운 세계 수렴청정하는
선물은 오직 너다
너에게 입부터 먹힌 거다 나는

3.

정처 없다

4.

우리로 가득한 날들도 있었지
너와 내가 한 방에 폭 담겨
하나의 좋은 제품이던 시절 정말 있었다

너는 언제 나를 떠났나?
쥐도 새도 모르게
공개된 오늘의 방은 절벽

홀로 외로이
내가
낭창거린다 허공에
흩어지는 아 붉은 리본
---「선물 상자 고르기」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 사람이 시인이 되는 순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놀랍게도 이효영의 첫 시집에는 그 순간을 명징하게 포착해 내는 시가 있다. 텍스트… 텍스트… 텍스트… 섬유학과 지하 편직실에서 스스로도 몰랐던 삶의 결들이 응집되어 형태를 갖추는 모습을 홀연히 지켜보는 어떤 순간. “이후로 나는” “기계처럼/길고 외로운 운동이 되리란 것을” 깨닫는 순간. 휴일의 실습실에서 “기계처럼 기계를 바라”본 적 없지만 이효영의 시를 읽다 보면 언젠가 그런 장소에서 설명할 길 없는 감정에 휩싸였던 것만 같고, 앞으로 무슨 수를 쓰든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겠구나 중얼거렸던 것만 같다. 한 사람의 시인이 탄생하는 기묘한 순간 속에 함께 놓이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이 시집은 제공한다.

이 시집 곳곳엔 유머가 배치되어 있다. 서울역 근처에 있던 ‘선미장식’에서 이효영 시인과 함께 시를 읽고 쓰던 시절, 그의 시에 종종 출몰하던 유머가 좋았다. “아빠 나는 이렇게는 못 살아” 남친 철수가 영희에게 삔을 줬다면서 숨도 안 쉬고 “아빠 나는 못 살아”를 반복하는 화자를 비롯해 “세무사와 함께 공원에 갔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거나 낭독회에서 단편소설 전문을 끝까지 읽어 버리는 조금씩은 비켜나 있는 존재들을 호명하는 시인의 방식 쪽으로 마음이 기울곤 했다. 하지만 그때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왜 그의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는지. 그의 시가 얼마나 쓸쓸하게 아름다웠는지. “어떤 유머도 아름다운 노래를 이길 순 없겠지요”라는 문장을 발견하고 나서야, 그가 다 알면서도 지는 쪽으로 기꺼이 기울었다는 것을 알았다. “판다가 한국에 올 거라고” “신비한 중국의 동물 판다를” “네가 가서 보라”고 처음 말해 준 외할머니에게 “미안해요 멋지게 살지 못해서”라고 고백하는 한편 “게으른 판다에게는/자연도 멀어 흑백/두 가지 색 이상을 섞을 수 있다”고 선언하는 사람이라는 것 또한.

“나의 시선은 크고 아름다운 줄기”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흑백/두 가지 색 이상을 섞”어 만들어 낸 쓸쓸하고 애틋한, 그래서 아름다운 시가 이 시집엔 가득하다. “자신을 벗고 더 생존하는 혀를 상상”하는 건 이 시집을 읽는 이들의 몫이 될 것이다.
- 임승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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