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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가를 죽이기까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가를 죽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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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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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284g | 128*188*20mm
ISBN13 9791138434621
ISBN10 113843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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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사람이 초라하게 몰락해버린 모습을 보고 ‘제발 죽어줘’라고 생각하는 것이 경애이고, ‘그래도 살아줘’라고 생각하는 것이 집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하루카와 유마가 죽었으면 했다.』

특이한 유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소설가라고 해야 할까. 세련되었다. 처음 느꼈던 감상이 그것이었다. 어지럽혀진 방, 실종된 소설가, 그리고 이 문서 파일까지 감안하면 꽤 괜찮은 도입부인 것 같다. 이렇게까지 준비가 잘 되어 있으니 어떤 퍼포먼스 같기도 했다.
“뭔가 찾아낸 것 있나?”
그녀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것은 같은 방에 있던 선배 형사의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그녀는 한없이 그 한 문장에서 눈을 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단순한 실종사건인데도 윗사람이 2인조 수사를 명령한 건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일까. 이렇게 특이한 현장에는 묘한 인력이 있다.
“그거, 무사했나? 그렇다면 뭔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군.”
그의 시선은 좀 전까지 내가 보고 있던 노트북 PC에 쏠려 있었다. 책장이 부러지고, TV가 깨지고, 가구가 모조리 뒤집어진 방 안에서 유일하게 무사했던 물건이다.
“아뇨. 파일은 거의 다 지워진 상태입니다. 남아있던 건 제목이 ‘방’이라는 워드 파일 하나뿐이네요.”
“소설인가?”
“모르겠습니다. 유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우선은 실제로 방을 조사해보는 게 낫겠죠.”
“이렇게 ‘척 보기에도 뭔가 있습니다’ 같은 방은 오히려 알아보기 힘들단 말이지.”
그래도 두 사람이 마주해야 할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토시마 경찰서 수사1과. 위압감 넘치는 이름을 대며 문을 연 이 방이 사건 해결을 위한 유일한 광맥이었다.

소설가 하루카와 유마가 사라진 지 이틀이 지났다.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건지, 인터넷 뉴스는 이미 그의 수수께끼 같은 실종으로 떠들썩하다. 광신적인 팬에게 납치당했다거나, 묘한 종교에 빠졌다거나. 이렇게 방이 매우 어지럽혀진 상태라는 사실이 퍼지면 그런 소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나중에 듣게 될 터무니없는 질문을 생각하니 기분이 매우 우울해졌다.
“하루카와 사건은 이미 소문이 퍼진 모양이네요.”
“TV에 자주 출연해서 그렇지. 얌전히 틀어박혀서 소설이나 썼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타입이 아니었던 거겠죠.”
하루카와의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를 떠올리며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루카와는 우아한 몸짓이 밉살스러울 정도로 잘 어울리는 훈남이었다.
그저께 개최된 팬 이벤트 직후, 하루카와는 갑작스럽게 실종되었다. 연락도 전혀 되지 않았고, 편집자가 집으로 찾아왔는데도 전혀 나올 기색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기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낌새를 눈치챈 그녀가 경찰에 신고하여 이 방을 수사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런 참상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대체 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어지럽혀진 집 안에서 뒤늦게나마 그렇게 생각했다. 그 우아한 분위기와 지금 방 상태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뭐, 얼굴도 잘생겼으니까.”
“소설은 얼굴로 쓰는 게 아니라고요. 뭐, 그의 연예인 기질이 인기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만.”
“왠지 수상쩍단 말이지. 승승장구하는 녀석들은.”
“아뇨, 승승장구라고 하기는……, 그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습니다. 데뷔작이 인기를 끌었고, 두 번째 작품까지는 네임 밸류로 잘 팔리긴 했지만……, 세 번째 작품이 좀. 그 이후로 1, 2년 정도는 글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되어버린 모양이라 재능이 바닥났다는 말까지 들었죠. 하지만 복귀한 뒤로는 엄청난 속도로 신작을 발표했고……, 그렇게 지금 같은 지위에 오른 겁니다.”
“호오, 그렇군.”
“그런데도 인생을 내팽개치고 싶어진다면 사람은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 되겠죠. 그런데 연애 쪽은요? 정해진 상대가 따로 있었던 걸까요?”
“나는 있었다고 보는데……, 잘 살펴보니 누군가가 있었던 것 같은 흔적이 보이잖아. 냉장고 내용물에 통일감이 없고, 칫솔이 두 개 있어.”
“그럼 동거하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건가요?”
“이 여자, 저 여자, 마구 끌어들였을 가능성도 있잖아.”
어찌 됐든 그는 나름대로 유명한 소설가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있군.”
“뭐죠?”
“……택배 말이야.”
남자가 씁쓸하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봬도 사생활 쪽 인간관계는 전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남자였던 모양이니까. 쇼핑조차 대부분 홈쇼핑으로 때웠을 정도야. 그러니 그 녀석과 택배 기사는 잘 알고 지내는 사이지. 담당이 좀 바뀌어도 말이야. 나는 그 업자에게 물어보았어. 항상 하루카와 본인이 받았냐고 말이지. 답은 예스였고.”
“그게 어쨌다는 거죠?”
“누군가하고 같이 사는데 그 동거인은 택배를 한 번도 받지 않았어. 그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때 깨달았다. 택배조차 받지 않는 동거인. 다시 말해 동거인이 다른 사람들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는 뜻일 것이다. 하루카와 유마는 그 동거인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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