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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취미가 절실해서

그깟 취미가 절실해서

: 퇴근하고 낭만생활

리뷰 총점9.0 리뷰 9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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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64g | 128*188*16mm
ISBN13 9791191018226
ISBN10 11910182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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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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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결제하는 물품 중엔 로봇 장난감이 있다. 어른이 됐다고 경제적 사정이 늘 자유로울 순 없지만, 적어도 몇만 원 정도인 장난감에선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다. 장난감을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고, 도착한 택배를 까는 단계 단계마다 어른 됨의 참된 자유를 깨닫는다. 거듭되는 구매 경험에도 살 때마다 짜릿하게 자각한다. 아 이게 어른이구나. 그래, 나는 이것을 위해 돈을 벌어 온 것이었다.
--- p.6

사회의 눈치를 보는 건 낭만의 고윳값이다. 낭만을 낭만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용함’이고, 현대 사회에서 무용함의 자리는 무척이나 비좁다. 대체로 낭만이라 지칭되는 것들에선 쓸모라곤 볼 수 없고, 선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도 찾기 어렵다. 낭만은 쓸모를 요구하는 사회에선 설 자리가 없는 단어다. 낭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취급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낭만은 이 무용함의 자리에서 빛이 난다. ‘아니어야 하는’ 수많은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선택하게 만드는 마음의 끌림은, 결국엔 가장 앞에 선다.
--- p.21

가끔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나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보며, ‘하여간에 나는 이런 인간인가’ 투명하게 읽히는 것만 같아 실소를 짓는다. 어쩜 내 물건들은 죄다 나 같은 걸까. 내 가방과 옷가지, 컴퓨터와 각종 전자기기, 로봇 장난감들과 기념품, 책 등 어느 하나도 나로부터 벗어나는 게 없다. 어떤 것엔 삶이, 습관이, 쓸모가, 동경이, 취향이 대체로는 복수로 때론 단수로 담겨 있다.
--- p.45

취미에 오롯하게 몰입하면서 생각을 비우고 일과 거리 두는 시간이 길게 생기니 오히려 일에 대한 몰입도와 집중도가 높아졌다. 조립하는 시간 동안 내 책상은 조립에 수반되는 각종 부산물로 어지러워졌으나 머릿속만은 말끔하게 청소된 책상 같아졌다. 일이 일상생활을 야금야금 잡아먹는 걸 멈추게 하고 일과 적절하게 거리를 두니 일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게 된 건 덤이다.
--- p.66

좋아하는 걸 보면 체면도 잊게 되는 것이겠지. 남의 시선이야 아무렴 어때, 가끔 부끄러워지더라도 매사 진심일 때가 좋다. 나이를 먹고도 저렇게 마냥 반짝반짝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 p.117

뭐든 아끼려다 보면 실제의 100%를 사용할 수 없다. 무언가를 한계까지 쓴다는 건 상함을 각오하는 일이다. 아까운 물건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진짜’를 알 수 없게 되고, 그 ‘진짜’를 알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다가 애정이 사그라드는 경우도 생긴다. 과보호 때문에 호감이 사라지는 경우다.
--- pp.18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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