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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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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22g | 128*188*20mm
ISBN13 9791187038917
ISBN10 118703891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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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코비츠가 지목한 엘리트층이 능력주의의 핵심 담지자이지만,능력주의를 믿고 지지함으로써 이것이 사회 전체에 헤게모니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계층은 마코비츠가 말한 최대치(전체 가계의 10퍼센트선)보다는 더 넓고 두텁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는 이들을 일단 ‘지식 중간계급intellectual middle class’이라 부르겠다. 지능을 기준으로 유능함을 인정받아 온 이들이 역사적으로 ‘지식(인)’이라 불려 왔기에 이를 이름에 포함하자는 것이며,이들이 ‘능력’을 통해 사회 피라미드의 최정상을 바라보며 계층 상승을 지향하기에 일단 ‘중간계급’이라 하자는 것이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1장 ‘능력주의는 계급 문제다’」중에서

즉,관료제의 발전과 지식 계급의 성장이 동시에 전개되는 상황(‘능력주의 상황meritocratic conditions’이라 줄여 말할 수 있겠다)이야말로 능력주의의 필수 전제 조건이다. 동아시아의 조숙한 능력주의 사례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영원히 능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동아시아 사회들의 ‘특수한’ 운명이 아니라 오히려 능력주의가 대두하는 이러한 ‘보편적’인 조건이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2장 ‘능력주의의 역사 속 능력주의의 담지자 - 지식 중간계급’」중에서

공교육 확대는 평등의 약속을 실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앞 세대 노동계급이 견지하던 자생적 평등주의만 약화시켰다.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세월을 학교에서 보내게 된 노동자들은 노동계급으로 남은 현재 처지를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시험’에서 실패한 탓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나고 자란 고용주 앞에서 당황하던 시대는 지나갔지만,학교 동기일지도 모르는 관리자 앞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낭패감을 맛볼 수 있음이 확인됐다. 저들은 시험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유능한 자들이고 나는(‘우리는’이 아니다!) 실패한 무능한 존재라는 낯선 생각이 퍼져 나갔다. 이제 노동계급에 속한다는 사실은 자본가보다 더 인간답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인생의 시험에 실패했다는 자책감이 드는 쪽에 더 가까워졌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2장 ‘능력주의의 역사 속 능력주의의 담지자 - 지식 중간계급’」중에서

상위 중간계급은 이런 구조가 지배하는 일상 속에서 실제로 대를 이어 성공하는 경향이 있으며,따라서 능력주의의 열혈 지지자가 되는 게 당연하다. 반면에 하위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은 둘 다 패배를 맛보지만,이 패배에 반응하는 방향은 사뭇 다르다. 노동계급은 경쟁에서 일찌감치 퇴장하며 능력주의를 묵인하더라도 마지 못해 그러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하위 중간계급은 학교와 관료 조직 안의 경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다만 경쟁이 좀 더 ‘공정’해지길 바라거나 아니면 재도전 기회(내가 아니라 자녀를 통해서라도)를 얻길 바란다. 상위 중간계급의 직접적 이익뿐만 아니라 하위 중간계급의 이런 동의와 미련이 능력주의적 사고와 시스템을 지탱해 준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2장 ‘능력주의의 역사 속 능력주의의 담지자 - 지식 중간계급’」중에서

대도시 아파트 소유와 투자,자녀의 학벌 취득을 통한 계급 지위 세습,이것은 1987년 이전에 이미 형성되고 있던 ‘강남 중산층’ 문화의 두 축이었다. 그러고 보면 1990년대부터 지식 중간계급에 확산된 생활양식은 강남 중산층 문화의 확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신중간계급 문화가 준비되고 있었고,이것이 사회를 경쟁 사다리로 보는 세계관을 통해 중간계급을 중간계급으로 묶어 준 것이다. 더구나 이 문화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전 지구적 흐름과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졌다. 부동산시장과 자녀 교육 경쟁에 집착하는 전 세계 중간계급의 표준적 생활 양식은 한국 중간계급에게는 이미 낯익은 것이었다. 이들은 어쩌면 ‘준비된’ 대세였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3장 ‘한국,최첨단 능력주의 사회’」중에서

기업별 노동조합도 노동조합이기는 하다. 노동법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기업별 노동조합을 노동계급 조직이라 할 수는 없다. 산업별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계급’으로 묶지만,기업별 노동조합의 조직 대상은 단지 ‘종업원’이기 때문이다. (…) 기업별 노동조합은 노동계급보다는 지식 중간계급에게 유리한 조직 형태였다. 사무직·전문직이 중심이 된 기업 단위 노동조합은 승진 사다리 아래쪽에 있는 사원들의 목소리를 내는 기구로는 제격이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고용된 생산직·서비스직 노동자들에게는 만들고 꾸려 가기 참으로 벅찬 조직 형태였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3장 ‘한국,최첨단 능력주의 사회’」중에서

또 다른 중대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기업별 노동조합을 통해 다른 노동자 집단보다 더 많이 확보한 임금 소득이 주로 어디에 쓰였느냐는 것이다. 그 용처는 지식 중간계급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가 소유주가 되고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충당하는 데 쓰였다. (…) 한국에서는 노동자들 역시 사회를 거대한 경쟁 사다리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원청과 하청,정규직과 비정규직 등등의 격차와 차별은 사회를 다른 무엇으로 상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3장 ‘한국,최첨단 능력주의 사회’」중에서

사실 상위 계층만 있다면 능력주의가 이토록 세를 넓히며 번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능력주의의 성공 비밀은 지식 중간계급 상위 계층이 아니라,하위 계층의 열띤 지지에 있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3장 ‘한국,최첨단 능력주의 사회’」중에서

이것은 한국 사회의 공론장이 구조적으로 지식 중간계급의 관심사나 지향,가치에 편향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언론 등에서 일하는 이들이 지식 중간계급이고,온라인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데 가장 능란한 것도 지식 중간계급이다. 이들이 자신을 중간계급으로 만드는 그 세계관에 별다른 의심을 던지지 않을 때,‘공정’한 경쟁은 부각되지만 차별에 맞선 ‘평등’은 가려지게 된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3장 ‘한국,최첨단 능력주의 사회’」중에서

지금 해야 하고 또한 할 수 있는 일은 과거에 노동계급이 능력주의 확산을 막는 세력이 되게 만든 요소들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능력주의에 맞서는 세력의 요건을 ‘일반화’하는 작업이다. (…)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능이라는 평가 기준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의 독특한 사회적 상황과 위치였다. 이에 더해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에 맞서는 주체라는 자부심을 부여한 이상·이념이라는 요소가 있었고,노동자들을 결집해 사회적 실체로 만든 노동조합이나 좌파 정당 같은 조직도 중요한 요소였다. ‘좋았던 옛날’의 노동계급이 그대로 부활할 수는 없겠지만,현재의 사뭇 다른 사회적 주체들 사이에서 이런 요소들이 새롭게 배양될 수 있을지 타진해 봐야 한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4장 ‘능력주의 대 다원적 능력 사회’」중에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물음 자체다. 그람시가 강조했듯이,인간이란 (정해져 있는 답이 아니라) “인간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와 결합된 모든 경직된 이데올로기들은 인간을 이미 누군가로 좁게 규정해 놓는다. 서로 경쟁하는 존재이고,항상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경제인이며,경제적 기여에 따라 거대한 피라미드의 각 층에 배치될 수 있는 대상이다. 능력주의의 가장 뻔뻔한 점이 여기에 있다. 능력주의 안에는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이미 나와 있다. 능력주의 안에서 인간은 살과 피를 지닌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조물인 게 아니라,오히려 이것이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 목표가 된다. 이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에 따라 부와 권력이 배분되며,누구든 빠짐없이 이 경주에 동참하는 것이 곧 자유이자 평등(한국식 표현으로는 ‘공정’)이 된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4장 ‘능력주의 대 다원적 능력 사회’」중에서

이렇게 돌봄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능력 다원주의는 다른 어떤 노동자의 능력 다원주의보다 더 강력하고 예리하게 능력주의의 핵심을 향해 돌진한다. “보살핌,관심,걱정,슬픔,애통,곤경”이 주조를 이루는 직업 활동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역량들이란 영이 열거한 저 “친절함과 용기,상상력과 감수성,공감과 아량”처럼 능력merit과 능력 아닌 것의 경계에 선 역량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돌봄 노동자들의 직업 ‘능력’은 현존 자본주의에서는 ‘반反능력’이자 ‘탈脫능력’이다. 이들은 이 경계 지대에서 던지는 참으로 아프고 난처한 물음을 통해 사회가 능력주의의 단잠에서 깨어나도록 흔들 수 있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4장 ‘능력주의 대 다원적 능력 사회’」중에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지식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의 상호 작용은 지식 중간계급 쪽의 능력주의 추종과 노동계급 쪽의 무력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지식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의 동맹이 능력주의를 넘어선 사회를 열기는커녕 둘의 긴장과 충돌,크나큰 세력 격차가 능력주의의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식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의 관계에 관한 한,한국 사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실이 되어 있는 것이다.
---「능력주의,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4장 ‘능력주의 대 다원적 능력 사회’」중에서

언젠가 B가 없는 쉬는 시간에 학부생 한 명이 오름에게 다가왔다. 자신들끼리 무언가 보며 웃다가 그와 눈이 마주친 참이었다. 이것 좀 보셔야 한다며 내민 핸드폰 화면에는 B의 페이스북 프로필이 있었다. “W 대학교 재학 중”이라는 한 줄의 소개는 그가 본교생인지 분교생인지 알 수 없게 했다. 그러나 그건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 굳이 본교와 분교를 나누어 자신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더 적었다. 오름도 학부생 시절 SNS 프로필을 그렇게 해 두지 않았던가. 학교 선택란에서 분교를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 그에게 학부생이 말했다.
“여기 프로필 사진 좀 보세요.”
손가락이 가리킨 프로필 사진 속의 B는 서울 본교의 정문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B는 W 대학 본교뿐 아니라 그 이상의 대학에 진학할 것을 기대받는 최상위권 학생이었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출신이었고,내신 성적도 높았고,학생생활기록부 개인별 세부 능력 특기사항의 정성적 지표도 모두 좋았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와 그의 부모가 쏟은 노력이 어떠했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수시모집에서는 운이 없었고 정시모집까지 떠밀려 와 몇 번의 실패를 반복한 끝에 그는 결심했다. 자신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W 대학에라도 가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은 분교에 진학해 1년 뒤 소속변경을 통해 본교로 가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는 같은 마음으로 진학한 수십 명의 최상위권 학생들과 다시 경쟁해야 했다.

그에게 자신과 동류인 이들은 물리쳐야 할 경쟁자일 뿐이었고,주변의 동기들은 자신과 곧 마주칠 일이 없어질 몇 등급 아래의 인간들이었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는 삶을 그는 앞으로도 몇 개월간 더 살 예정이다. B는 동기들이 자신을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떻게든 서울의 본교로 가고 나면,그렇게 다른 세계로 진입하고 나면 과거의 노력과 지금의 노력을 모두 보상받고 그들과는 몰랐던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 믿음만으로 한 시절을 버텨 내는 중이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완벽한 소속변경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 걸까. 아니,애초에 그러한 가능성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있는 걸까. 어쩌면 이것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패자부활전인지도 모른다. 오름은 이 분교의 학생들이 어느 거대한 미끄럼틀의 중간쯤에 있는 것을 상상한다. 오르기는 어렵고,머물기 위해서도 분투해야 하고,누군가의 허리를 잡고 함께 내려가기는 쉬운.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그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처음 이 W 지역에 왔던 날을 떠올린다. 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그가 내린 곳은 몹시 허름한 공용버스터미널이었다. 1980년대를 다룬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낡은 시설이었고 노숙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에는 인생을 서글프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지역과 지역을 수평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수직으로 하강한 듯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아 주변을 둘러보니 같은 대학 새내기로 보이는 몇몇은 이미 울고 있었다. (…) 어쩌면 그 터미널에 내린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은 이렇게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어디까지 더 미끄러지게 될 것인가. 이 미끄럼틀에서 뭐라도 잡고 싶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대학국어 기말시험 당일,갑작스레 시험장이 바뀌었고 홈페이지의 공지 사항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십여 명의 학생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못 하는 일이 있었다. 시험에 응시하지 않으면 D나 F를 받게 된다. 오름은 그들을 구제하고 싶었다. 불성실한게 아니라 운이 없었던 학생들일 뿐이었다. 그는 그들에게 대체 과제를 제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은
그것을 불공정으로 받아들였다.
“제가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변경된 시험장을 찾았을 때,그들은 더 나은 학점을 받기 위해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대체 과제를 내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원칙대로 F 학점을 부여해야 합니다.”
“기말고사 대체 과제라니.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화가 납니다.”
“이건 아니죠. 교무처와 학과사무실에 정식으로 항의하겠습니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맥도널드에서 일을 시작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오름은 매장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학부생들을 보았다. 퇴근하려 막 계단을 내려가던 참이었다. 1층으로 가려면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지나야 했다. 누군가는 크루복을 입은 그가 자신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도 있을 테고,그러면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그를 보았다는 소문이 곧 퍼질 것이었다. 일을 그만두게 될지도 몰랐다. 오름은 몸을 돌려 다시 건자재실로 올라갔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근데 뭐,여기는 지방대니까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노력 안 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벌 받는 거죠.”
그의 입에서 ‘벌’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오름은 몹시 슬퍼지고 말았다. 그래. 자신의 삶도 그의 삶도 결국 형벌을 받는 중인지도 모른다. 사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남들보다 노력하지 않은 죄. 그에 더해 소속을 변경할 수 있는 사다리를 주었는데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죄.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어린 시절부터 공부는 더 높은 데로 가기 위한 사다리였다. 노동도 다른 무엇도 아닌, 그저 열심히,잘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숭고함과 공정성이라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환상이 겹겹이 쌓여서,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사다리 아래 지식노동자들의 접근을 가로막는다. 오름은 자신이 공부를 계속하려고 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되짚어 본다. 재미있어서였을까,아니면 교수가 되고 싶어서였을까. 그 출발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시간강사에서 정규직 교수로의 소속변경을 꿈꾸며 공부하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 욕망은 어디에서 왔을까. 욕망을 가진 순간부터 다른 출구를 상상할 수 없게 된 듯했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어느 대학에서 강의했느냐는 그의 말에 오름은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만다. 다시 학생들 앞의 교수라도 된 듯 고양되었던 몸이 차게 식는다. 명문대가 아니면 그가 실망할 게 분명하다.
오름은 거짓말이라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사실대로 답하기로 한다.
“아,그,W 대학 강원도 분교에서 강의했습니다.”
W 대학의 분교라는 말을 들은 그는 의아하다는 듯 다시 묻는다.
“거기 출신이신 건 아니죠?”
그 목소리에는 아까까지의 호감이나 다정함 같은 것은 없다. 오름은 다시 답한다.
“맞습니다. 거기에서 공부했어요.”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우리는 스스로 승강기로 걸어 들어간다. 아니,그 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기를 강요받는다. 타인의 욕망으로 직조된 그 좁은 공간에는 어떤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깥에서 누군가가 상승 버튼을 눌러주기를,그리고 잘 버텨냈으니 이제 그만 나오라며 열림 버튼을 눌러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운이 좋은 누군가는 조금 더 빨리 위로 도착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추락한다. 조금 더 좋은 승강기를 타는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하강 버튼만 있는 승강기를 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지만 그 승강기 안에는 상승과 하강이 아닌,다른 버튼이 애초부터 존재한다.
열림 버튼이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잘 보이지 않고 그 버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질문을 시작하는 순간,그리고 거기에 답하는 순간 버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누르면 타인의 욕망으로 움직이던 하나의 세계가 멈춘다. 오름은 맥도널드에서 일하면서,그리고 윤과 지훈,경훈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 대학에서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처음으로 묻게 되었고,그때 희미하게 빛나는 열림 버튼을 발견했다. 그것을 누르고 대학이라는 승강기 안에서 나온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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