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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웃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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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72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6563
ISBN10 896021656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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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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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총을 맞으면 백발백중 더는 골목의 자유를
누비지 못한다며 소방 구조대원은 죽음과 삶을 재단하듯 말했다

순간, 어딘가에 늘 도취되어 있던 나는
나의 시는 멈춰 있는 심장이었다

기사회생해서 돌아오면
삶에서 기사회생하여 죽음으로 되돌아갔다

좀 살아 봐서 아는데
사는 일이란 참 소태 씹는 맛이지,

가슴에 표적을 그리고
표적으로 살아왔었어,

목줄을 벗어던진 표적은 이미 바람이었다
야성의 눈빛이 빛 속에서 빛났다

나는 개의 눈빛이 빛나고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나도록 협조했다
목덜미라도 물리면 야성의 눈빛이 돌아올 것만 같았다

두 번째 마취총이 바람을 뚫고 지나갔다

마당엔 목줄에 묶인 개 두 마리와 내가
골목의 자유를 향하여 버둥거리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웃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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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수의 두 번째 시집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웃었다』 속의 시들은 첫 시집 『새를 만났다』에서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언어들이 시를 관통하고 있음을 본다. 본래의 시가 지닌 기본 형태가 하나도 훼손되지 않은 채 명징하게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소 추상적인 시어들을 꼭꼭 씹으면 구체화된 사물의 향취를 달짝지근하게 느끼게 되는, 정동수만의 특별한 시적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심상과 현실, 구상具象과 추상抽象의 절묘한 조화, 이게 정동수 시의 미덕이다.
- 김태수 (시인)
그는 가야산 부근의 산골에서 나고 자라 도회지로 떠났다가, 고향의 흙과 바람, 물과 별, 그리고 무수한 생명들의 부름에 답하여 귀향한 농부 시인이다. 그가 첫 시집 『새를 만났다』에서 땀내 달콤한 성주 참외를 “누이의 이마처럼 맑다”(「소금 열매」)고 노래했을 때 나는 그 놀라운 직관과 깊은 사유, 묘사력을 찬탄했는데, 벗할수록 참 과묵하고 솔직한, 천생 흙의 시인이었다. 그가 자리한 이 시대의 “숲과 골짜기와 그 너머”는 ‘외롭고, 어둡고, 그래서 더 빛나는’ 곳이다. 그는 ‘산벚나무’와 ‘안개’와 ‘휘파람새’ , 혹은 삶에서 만나는 여러 존재들의 ‘중심’에 들어가 따뜻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건져 내어 아름다운 시어로 견고하게 그려 냄으로써 우리를 사물의 ‘본성’ 속으로 인도하는 힘을 가졌다. 어찌 놀랍지 않은가!
- 배창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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