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캄프에게 독특한 터치를 가르쳐 주고 발전시킨 사람이 요한 크루이프Johan Cruyff나 루이 판 할Louis Van Gaal, 혹은 아약스의 전 감독이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그의 기본기는 ‘독학’의 결과물이었다.
“저는 그 어떤 감독의 ‘작품’도 아닙니다. 크루이프, 벵거, 그리고 네덜란드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 같은 제가 경험한 최고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제가 하고 싶은 걸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자유를 줬어요. 모두 다 저를 잘 이해해준 분들이었죠.”
--- p.30~31, 「1. 길거리 축구」 중에서
“저는 정말 크루이프를 좋아했어요. 제가 항상 그에게 동의한 것은 아니었더라도 그와 나눈 논의들은 항상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것이었어요. 단순한 원칙에 대한 것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원칙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적이 없었어요.”
그들의 관계는 매우 가깝다기보다는 서로에게 항상 즐거운 것이었지만, 베르캄프는 자기 자신이 크루이프 같은 존재로 성장했다는 말에는 괘념치 않았다.
--- p.66, 「2. 요한 크루이프」 중에서
“나는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가, 어떻게 축구에 접근하는가, 행복한 축구란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모든 건 기본적으로 어제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죠. 항상 가능성과 기회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양보다는 질을 찾고 있었습니다. 항상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 이르고 싶었죠. (중략) 다른 팀들로 갔다면 아마 더 쉬웠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쉬운 걸 원하지 않았어요. AC 밀란이었다면? 판 바스텐의 뒤를 바로 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베르캄프로 기억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저는 다른 선수들의 ‘후계자’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AC 밀란에서 ‘제2의 판 바스텐’이 되거나 바르셀로나에서 ‘제2의 크루이프’가 되거나 그런 것은 원하지 않았어요. 저는 자신만의 길을, 나만의 방식으로 가고 싶었고, 궁극적으로는 데니스 베르캄프가 되고 싶었던 겁니다.”
--- p.144~145, 「4. 인터 밀란」 중에서
“저는 항상 머리속으로 2초, 3초 후에 어떻게 될지를 상상했어요. 그래서 그걸 상상하거나, 느낄 수 있었죠. 종종 ‘그는 이쪽으로 가고, 쟤는 이쪽으로 가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내가 패스했을 때는 둘 다 그 볼을 만질 수 없었죠. 내가 이미 생각한 궤적 밖에 있었으니까. 적절한 방향과 속도의 패스라면. 그래요. 제가 하이버리에서 열린 레스터전에서 비에이라에게 했던 패스처럼 말이에요. 아마 그 경기가 우리가 무패 우승을 달성한 경기였을 거에요. 1-1 무승부를 만드는 골 혹은 2-1 역전골이었을 텐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요(2-1을 만드는 골이었다). 그때 페널티박스에는 선수가 정말 많았지만 비에이라가 침투하려고 할 때 수비수들 틈 사이로 패스를 보낼 수 있었죠. 자랑스러웠고 즐거웠어요. 그 골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골이었기에 더 의미가 깊었죠.”
--- p.244, 「12. 완벽」 중에서
“리더란 무엇일까? 참 재밌는 질문이네요. 크루이프는 한 발로 볼을 밟고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손짓을 했었어요. 크루이프는 리더였죠.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그처럼 볼 위에 올라 서 있어 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 바로 떨어졌을 거에요. 1990년대에 크루이프 같은 리더는 없었어요. 제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모두가 서로에게 코치 역할을 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랬던 거고. 저는 끊임없이 다른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고 했어요. 그런 식으로 이끌었죠. 절대 뒤로 숨지 않았고, 볼을 달라고 요구했어요. 항상 최선을 다해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고 했었죠. 그럼에도 절대 만족하는 법이 없었고, 더 열심히 노력하고자 했어요. 코치로서도 똑같아요. 만약 우리 공격수들이 기회를 놓친다면 생각하기 시작하죠. 어떻게 해야 다음번에 골을 넣게 할까? 저는 좋은 코치가 되서 공격수가 골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가르칠 거예요. 제가 하는 일을 잘하고 싶고,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명성을 쫓지는 않을 거예요. 그게 제가 감독직에 관심이 없는 이유죠.”
--- p.284, 「15. 리더」 중에서
“그건 계산이라기보다는 좀 더 본능적인 거였어요. 왜냐하면 훈련이랑 다른 경기를 치르면서 알게 되잖아요. 어떻게 볼이 튈 것이고, 수비수들이 어떻게 턴할 건지 아는 거죠. 볼이 멈추는 곳에서 언제 수비수를 밀어낼 건지, 그리고 골키퍼는 어디 있는지 다 아는 거예요. 그런 슈팅이나 수비수와의 싸움을 처음 해보는 게 아니니까요. 그전에 해본 경험을 통해서 아는 거죠.”
--- p.330, 「18. 의미의 의미」 중에서
“저는 세상의 관심을 받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앞에 나서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게 제 모습이에요. 선수로서도 제 자신이 아스널의 얼굴 같은 존재라고 보지 않았어요. 물론 선수로서 팀에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눈에 띄지 않게 하는 방법을 좋아했죠. 저는 제 주변에서 문자 그대로 든 것을 받아줄 스트라이커가 필요했어요. 아약스에서는 그게 페테르손이었고, 아스널에서는 라이트와 앙리였죠. 제가 패스를 하거나, 저에게 패스를 줘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어요. 저는 통찰력이 있는 게 강점이에요. 볼을 받고, 패스하는 게 제 특기였고,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죠. 저는 메시나 마라도나처럼 모든 걸 다하는 선수는 아니에요. 원맨쇼를 보여줄 야심도 절대 없었어요. 저는 너무 많은 관심을 받고 싶지도 않았어요. 축구계에는 그런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감독 중에도 있죠. 하지만 저는 팀의 한 선수였고 그게 제 목표였어요. 지금 코치로서의 포부가 있는 것처럼 저는 팀 전체에 퀄리티를 더해주고 싶었어요.”
--- p.397~398, 「21. 미래의 미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