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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지 | 파란 | 2022년 11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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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42g | 128*208*20mm
ISBN13 9791191897395
ISBN10 1191897397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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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미를 좋아할 이유는 열 가지도 넘지만, 싫어할 이유도 그만큼은 된다. 거미 눈과 내 눈이 딱 소리 나게 마주친 적이 있다. 땅거미였는데, 두 눈이 딱 소리 나게 마주친 거다. 거미도 나도 얼어붙었다. 초점과 초점 사이에서 불이 일었다. 푸른 불꽃이었다. 내가 먼저 초점을 옮겨서 불꽃을 거두었다. 그제야 땅거미가 움직였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한 마리의 땅거미가 움직이자 그에 딸린 대군이 움직였다. 걸음아 나 살려라가 아니었다. 서열별로 한 줄 종대를 이룬 그대로 보폭을 맞추며 줄줄이 따라갔다. 그 이사가 그렇게 아름다웠다. 거미 눈이 밝고 맑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거미」중에서

율(律)이 밤일 때 눈을 떴다
낯선 두근거림으로 넝쿨이 자란다

깊은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는 누군가
이름을 주기 전부터 같은 율을 타고 있는 누군가
젖지 않은 율로 하모니를 만드는 누군가

불타는 율을 끌며 혜성으로 사라지는 광경이
아름다워서 떨었다, 또 다른 율이 숨바꼭질로 연달아
또 다른 율을 태어나게 하였으므로

헝클어지며 출렁거리며 내려오는 넝쿨 도르래
젖은 율을 말리며 걸터앉아 부르는 노래

모두 가난하였으나 자연 그대로의 율은
서로 공명하며 우주 율을 연결해 놓는다

율의 인드라망 모두 재 되기 전에 말 걸어 보자
소리 내어 부탁하지 않아도 새로운 율들 태어나지만
태어나는 율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해도
우주 안의 율은 변함이 없다

그때까지의 카오스
카오스의 연속

불꽃놀이처럼 포탄이 터지는 전선을 벗어나서
모깃불 연기에 매운 눈물을 훌쩍이며
삶은 감자를 나누어 먹던
피난지 언덕의 별밭

전쟁은 끝났으나 평화는 오래도록 오지 않았다
폐허 위로 인공의 율들 우후죽순 돋아났고
오염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우주의 율이 죽어 갔다

별이 보고 싶다
---「별이 보고 싶다」중에서

‘지금’은 언제나 새로 돋는 잎이다

나는 시간 여행자
‘지금’이라는 간이역에 있다
역사도 역무원도 벽시계도 철로도 어떤 형상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야 명명하는 순간 과거가 되는 간이역
‘아니야’ 하는 순간 ‘허공’이라는 ‘폐역’이 되겠지만
‘지금’은 ‘지금’ 이대로 초록빛이다, 모든 탈것들의 간이역

허공이 다시 뭉쳐져서 또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바닷가에서 놀던 사투리를 못 버려
오해를 사기도 하는 아버지의 딸
그 아이 앞에 자주 머물게 된다
할 수 있다면 얼마간이라도 그 아이 곁에 있어 주고 싶다
나는 너무 많이 헤매었다 어떤 표지판도 지름길도 없었다
그 아이에게 세 개의 기회 주머니를 주고 싶다
때맞춰 쓸 수 있게, 친절하게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지금’은 언제나 ‘현재’
‘지금’은 ‘여기’와 짝이다

이불 하나 요 하나 싣고 서울행 야간열차를 탔지
얼마나 미웠으면 동전 한 닢 던져 주는 사람이 없었지
죽거나 살거나 달아나거나 따지지 않고 깊은 병을 만들었지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입히고 연필도 잘 깎아 주는 엄마가 되었지
기슭도 없고 부피도 무게도 없는 긴 시점
철새 발자국을 따라가다 비행기도 타 보는 ‘지금’

‘지금’ 여기까지 썼을 때 정전이 되네
예고 없이 갑자기 끊어져 버린 전기
전기 하나 끊어지니 원시시대로 먹통 회귀한다

바탕화면에 잔뜩 깔아 놓고 마무리 중이었는데
오늘이 마감일인데, 남은 시간 다섯 시간
마감 안에 넣지 못하면 자동 탈락인데
‘지금’은 자비가 없네

‘지금’ 내가 아무리 발을 동동 굴러 보아야
한 덩어리 한 라인으로 묶어진 공동체 운명 안이다
역린이 허용되지 않는 물결을 골라 탔구나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전기 하나에게 너무 많은 권리를 몰아주고 있는 ‘지금’

할아버지 댁에 가면 전기가 아예 없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등잔대가 방바닥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조그만 사기 등잔에 석유를 붓고, 심지 끝을 돋우어서 불을 밝혔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촛불은 제삿날에나 구경하는 사치품이었다
그때의 ‘지금’과 지금의 ‘지금’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지금’도 전기 안 들어오네
벌써 세 시간째
남은 시간 네 시간

읍내 집에서도 자주 정전이었다
토막 초를 얻어 두었다 빌린 책을 읽었다
내 귀는 불 꺼라 불 꺼라 잔소리를 달고 살았다
앞 머리카락도 눈썹도 콧구멍도 그을음을 달고 살았다
밤이 그렇게 길었다
그때의 ‘지금’과 지금의 ‘지금’은 어느 쪽이 더 밝은가

해가 있을 동안은 농사를 지었고
달도 없는 밤이면 자식 농사를 지었다
신화 속의 남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시간이며 곳이며 자(尺)며 저울이며 나이며 너이며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지금’
정곡은 아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지금’ 전기가 들어왔네
인터넷이 연결되고 PC가 순한 양처럼
와이파이가 팩스가 프린트가 스캐너가
냉장고가 보온밥통이 전기주전자가 선풍기가 에어컨이 엘리베이터가
참고 있던 숨을 다시 쉬기 ‘시작’하네

‘나’를 따라 옮겨 다니는 ‘지금’이라는 삼각점
헤아릴 수 없는 ‘지금’이 산정의 삼각점 앞으로 나를 불렀다
‘지금’이 산맥을 이루었다
그 산 그 산맥 그 삼각점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나는 ‘지금’의 축적이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하게 해 준 신발들
잠시라도 비루하지 않았다는 그런 반짝임
등산화 두 짝을 엎어 놓고
바닥을 들여다보면 보인다

‘지금’이란 어디에도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말뚝일 뿐인데
‘지금’은 언제나 에누리가 없었다

‘지금’은 언제나 새로 돋아나는 잎이다
‘지금’ 방금 떨어져 버린 초록 잎들은 어디 있는가
---「지금-에필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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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에두르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 그의 시에는 마치 제3의 눈으로 본 것 같은 생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이 디테일로 살아 있다. 한마디로 그는 꿰뚫어 보는 사람이다. 사물을, 현상을, 시간을!

「거미」라는 시에는 시인이 대상을 홀리듯 포착하고 관통하는 찰나가 가슴 서늘하게 그려져 있다 “거미 눈과 내 눈이 딱 소리 나게 마주친 적이 있다. 땅거미였는데, 두 눈이 딱 소리 나게 마주친 거다. 거미도 나도 얼어붙었다. 초점과 초점 사이에서 불이 일었다. 푸른 불꽃이었다. 내가 먼저 초점을 옮겨서 불꽃을 거두었다. 그제야 땅거미가 움직였다.” 그렇다. 시인의 안광에 대상이 새파랗게 얼어붙는 순간! 그것이 바로 시적 순간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안광으로 대상을 얼어붙일 수 있는 힘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타고난 영적 에너자이저인지도 모른다. 해서 그의 시는 늘 싱싱하다. 펄떡펄떡 뛴다. 그의 시에는 가라앉지 않는 분노가 있고 절망이 있고 저항이 있고 그칠 줄 모르는 질문이 있다. 그는 끊임없이 묻는다. 대체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이 무정란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시시각각 밀려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대체 무어냐고.

그리고 그는 스무 살 청년처럼 당당하게 말한다. 길은 (어디에나) 없는 편이 좋다고. 묻지 않아도 다 아는 길은 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 이경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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