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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한문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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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한문 공부

: 문법이 잡히면 고전이 보인다

정춘수 | 부키 | 2018년 04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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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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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524g | 148*218*30mm
ISBN13 9788960516243
ISBN10 8960516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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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自然은 전통적 의미와 근대적 의미 사이에 격차가 꽤 크게 벌어진 단어입니다. 근대적 의미라 함은 19세기 중반 일본에서 서구어인 네이처nature의 번역어로 자연을 차용하면서 형성된 뜻이지요. 인간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만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의 총체를 가리킵니다. 자연의 전통적 의미는 이와 달랐습니다. ‘인간의 행위를 더하지 않은, 인위적이지 않은’, ‘스스로’ 또는 ‘저절로’라는 뜻이었습니다. 즉 ‘자연스럽다’의 자연에 가까웠지요. 그래서 문장에서도 형용사나 부사로 쓰여서 서술어를 구성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자연 역시 전통적 용법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 p.24

君君은 ‘임금이 임금답다’처럼 서술어를 형용사로 풀이하는 해석 외에 ‘임금이 임금이다’ 또는 ‘임금이 임금 노릇 하다’처럼 서술어를 동사로 풀이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臣臣, 父父, 子子도 마찬가지이다. 이 구절의 서술어를 형용사로 풀이하는 것은 전통적인 해석의 한 관례이다. 그렇지만 한문에선 관례도 어법의 한 요소이므로 쉽사리 무시하기 어렵다.
--- p.33

之는 한문에서 사용 빈도가 대단히 높은 한자입니다. (...) 1) 동사로 쓸 때는 ‘가다’란 뜻이다. 2) 대명사(대사)로 쓸 때는 ‘그’, ‘그것’이란 뜻이다. 3) 조사(어조사)로 쓸 때는 ~의(한), ~을(를), ~이(가) 등으로 해석된다. (...) 한편 조사(어조사)로 쓸 때의 之는 ‘~의’로 쓰이는 예만 들었지만 용법이 다양합니다. 목적어를 之 앞으로 끌어왔을 땐 ‘~을(를)’로, 之를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삽입해서 절을 만들 때는 ‘~이(가)’로 풀이하지요. 은(는)은 두 경우 모두에 붙일 수 있습니다.
--- p.37-38

한문에서는 동사나 형용사뿐 아니라 명사도 동사 자리에 놓여서 서술어 구실을 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題目敵國이라 하면 제목의 적국(수식 관계)이나 제목과 적국(병렬 관계)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者와 也의 삽입은 이런 모호성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 p.51

是도 원래는 ‘옳다’는 뜻 외에 대명사로 써서 ‘이, 이것(곳)’이란 뜻을 나타낸 한자였습니다. 전국 시대 말기까지는 ‘~이다’라는 뜻으로 잘 쓰지 않았지요. 주어가 길 때 그 주어를 是로 다시 지칭해서 주어임을 분명히 해 주다가 한나라 이후부터 ‘~이다’란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是 앞에 부사어가 오거나 是 앞의 주어가 간단하다면 그때의 是는 ‘~이다’란 뜻일 확률이 높습니다.
--- p.63

惟는 보통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새기는 한자입니다. 사유思惟라는 단어에 그런 뜻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사어로 쓰면 ‘오직, 단지, 바라건대’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이 惟(維,唯)가 爲나 是 같은 구실을 할 때가 있습니다. 논어, 맹자보다 앞선 시기에 쓰인 시경이나 서경 같은 텍스트text에서 그렇게 쓰였습니다. (...) 논어, 맹자 시기 이후에는 이런 용법이 사라지고 ‘오직, 단지’ 같은 부사적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 p.67

한문에서 ‘~하는 것’ ‘~하는 바’의 뜻으로 흔이 쓰이는 ‘所+동사’ 구조에서 所 뒤에는 항상 동사가 온다. 所 뒤에 명사(대명사)나 형용사로 자주 쓰이는 글자가 오더라도 그 글자는 동사처럼 해석해야 한다. 우리말로 의미 차이가 크진 않지만 所親도 ‘친한 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 ‘가까이하는 사람으로 풀이해서 행위를 강조하는 게 한문 어법에 더 부합하는 식이다.
--- p.115

而는 한문에서 접속사를 대표하는 한자입니다. 단어와 단어, 구와 구, 절과 절 사이를 이어서 병렬이나 나열, 시간의 전후, 상반이나 전환, 가정, 인과 관계 등을 나타냅니다. 뜻의 범위가 무척 넓은 단어입니다. 그렇지만 이때 而가 앞뒤 구절을 어떤 관계로 연결 짓는지는 而가 지닌 고유의 뜻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뒤 구절의 의미 관계에 따라 좌우되므로 문맥을 통해 추론하지요. 而의 사용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아예 문법적인 제한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而는 주로 동사(동사구)나 형용사(형용사구)를 연결합니다.
--- p.120

不과 非는 둘 다 ‘아니다’로 기본 훈을 새기지만 쓰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不은 주로 동사나 형용사 앞에서 동작이나 행위, 상태를 부정합니다. 非는 명사 앞에서 여러 판단을 부정하지요. 그러므로 不 다음에 오는 단어는 동사로 풀이하고, 非 다음에 오는 단어는 명사로 풀이해서 이를 부정합니다. 不은 보통 ‘~지 않다(못하다)’로, 非는 ‘~이 아니다’라고 해석합니다.
--- p.138

국가는 보통 영토와 국민, 주권을 지닌 사회 집단으로 정의됩니다. 영어의 네이션nation에 대응하는 개념이지요. 근대 일본에서 통용된 규정을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는 단어입니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한문 문맥에서는 병렬 관계나 수식 관계로 해석됐습니다. 국토와 왕의 가문 또는 국왕과 신하의 가문을 뜻하거나 나라의 가문 또는 그 가문과 동일시되는 왕을 뜻했지요. 위 구절에서 국가는 당연히 전통적 의미를 따릅니다. 한문에서 기원한 단어는 이렇게 전통적 의미, 서구어의 의미, 서구어를 번역하거나 서구어에 대응해서 재해석된 의미라는 세 가지 결을 지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 p.174

苦, 餓가 ‘~게 하다’로 해석되는 근거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苦는 형용사의 뜻으로, 餓는 자동사의 뜻으로 쓰여서 목적어가 필요 없는데도 그 뒤에 목적어가 왔다는 사실이지요. 이처럼 ‘형용사 또는 자동사 서술어+목적어’가 문장 의미만으로 사동을 표현하는 가장 흔한 조건입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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