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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자유

건축과 자유

: 잔카를로 데 카를로와 프랑코 분추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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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420g | 125*203*17mm
ISBN13 9791189534325
ISBN10 118953432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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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느 날 우리는 스칼라 광장 갤러리 모퉁이 쪽에 있는 알가니 책방의 가판대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곳에 외국 신문을 펼쳐보러 자주 가는 편이었는데, 우리를 찾는 파시스트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도록 약간의 변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가판대 한쪽에 알프레트 로스의 책 『새로운 건축』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책값은 비쌌고 우리는 터무니없이 가난했어요. 하지만 줄리아나가 맑은 눈으로 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책 우리가 사요.”
--- p.68

제가 스파도니라는 인간을 트럭에서 보았을 때, 그는 실컷 두들겨 맞은데다 사람들이 뱉은 침으로 뒤범벅이 된 굴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이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그런 폭력 자체를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모두들 즐거워하는 분위기였지만, 저는 만신창이가 된 그 비열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면 볼수록 마치 제 자신의 파멸을 목격하는 것 같았어요.
--- p.88

밖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우비를 다시 챙겨 입고 가져왔던 두루마리 도화지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죠.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레제가 제게 두루마리 안에는 뭐가 있냐고 묻더군요. 배의 설계도라고 대답하자, 툴툴거리면서 그걸 보고 싶다고 그랬어요. 두루마리를 펼쳐주었더니 도면을 하나하나씩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질문을 던지면서 설명을 요구했어요. 그러다가 마치 그곳에는 없는 누군가에게 속삭이듯 천천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주가 좀 있군!”
--- p.138

새벽 4시 반경이 되자 모두들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CIAM과는 이제 함께할 수 없다는 걸 느낀 거죠. 그 누구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오랜 영광의 시대는 끝났고, CIAM은 영예로운 대변자 대신 콧대 높은 사제들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니고 해산을 막아보려는 움직임도 없었죠. CIAM이 해체된 건 더 이상 생존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p.179

돈을 적게 들여 지은 집이 가격도 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앞서 오늘날 자원이 어떤 식으로 배분되는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못사는 사람들의 주택은 저비용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결정하기에 앞서, 이미 잘사는 사람들을 더 배부르게 하기 위해 추진되는 아무런 의미 없는 사업들과 불필요한 시도들 때문에 어마어마한 자원이 낭비된다는 사실부터 지적해야 하지 않을까요?
--- p.245

제가 시에나의 탑을 계획하면서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설계자는 자신이 막대기 한 묶음을 허리춤에 매달고 비계를 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구조를 가늠하면서 어느 부분이 견고하고 어느 부분이 허술한지 파악한 뒤 가장 적절해 보이는 막대기를 꺼내 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거죠.
--- p.327~328

설계를 하면서 저는 우아하게 차려입고 바다를 바라보는 신사와 숙녀들의 모습을 자주 떠올리곤 했어요. 하늘에는 구름에 가려진 만월, 블루문이 있고, 앞쪽에는 이젤 위로 베네치아를 그린 그림 한 폭이 놓여 있는 모습을 떠올렸죠. 이것이 바로 리도입니다. 아주 독특한 베네치아만의 공간이자 건축적 일탈과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죠. 이 도시의 현대적인 잠재력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기를 바랍니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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