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귀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보여준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낯설게 느껴지던 그가 따뜻하고 친근한 존재가 된다. 왜 이제서야 그를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좋아진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이내 친구가 된다.
‘듣기’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다. 사람들은 큰일을 하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단번에 듣기의 관문을 통과하여 그것에 달통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런 욕심은 매번 실패한다. 아무리 듣는 방법을 익힌다 해도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면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듣기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 p.8
조금 자란 아이들은 들판에 나가 하루 종일 새소리나 바람 소리, 벌레들이 우는 소리, 냇가의 돌멩이가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덕에 인디언 아이들은 새소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들판에서 나는 벌레 소리, 바람 소리는 말할 것도 없다. 물 흐르는 소리, 천둥 치는 소리, 달빛이 내는 소리까지도.
그때쯤 되면 어른들은 귀로만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라고 가르친다. 모든 소리에는 감정이 있고 사연이 있으니 그것을 들으라는 것이다. 자연의 친구들이 내는 소리에 귀가 완전히 열릴 때쯤, 그들은 소리만 듣고도 바람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나무가 슬퍼하는지 기뻐하는지 안다. 새들의 노랫소리에 담긴 이야기와 강물의 사연을 알아들을 때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온 선물을 찾기 위해 내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 p.11
어르신들의 가르침은 한결같다. 자신들이 그 또래에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자상하게 들려주는 것이다. 만일 내 인생의 과제가 무엇인지 안다면, 그래서 온전히 거기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일찌감치 방황을 끝내고 주어진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게 주어진 선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기나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따라서 신명탐구를 통해 신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해도, 마을 공동체의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족과 이웃을 위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 p.13
우리 몸의 여섯 개의 감각기관(육근六根 : 불교에서는 눈, 귀, 코, 입, 피부의 오감(五感)외에 의식도 감각기관의 하나로 여기는데, 의식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지각하기 때문이다)가운데 왜 하필이면 듣기인가? 부처님은 이 경의 앞부분에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마음의 육근은 다 제각각인 듯하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하나를 통하게 되면 나머지도 모두 밝게 드러나 스스로 청정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원리로 말하면 어느 감각을 통해서도 해탈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도 육근 가운데 굳이 듣기가 깨달음에 가장 이르기 쉬운 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귀가 우리의 집착으로부터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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