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와 같이 그 병의 뿌리가 깊고 오랜 세월 쌓여서 만들어진 병은 환자 스스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당뇨의 원인은 이후에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크게 다음의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먹고 마신 음식과 물이 독이 된 경우입니다. 둘째, 사고나 수술의 후유증 혹은 생활 습관으로 인해 체형이 틀어진 경우입니다. 셋째, 욕구를 과도하게 추구하는 경우입니다. 알코올, 도박, 마약, 약물, 흡연, 게임 등에 중독되거나, 경쟁, 목표 성취 등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과도하게 욕구를 좇느라 몸을 지나치게 혹사하는 삶이 당뇨를 야기합니다. 그러므로 병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유전이나 스트레스 즉 가족이나 특정인, 혹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이 모두가 자신이 만든 병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치료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당뇨가 생기는 원인은 크게 앞서 말한 3가지로 따져볼 수 있지만 이 원인들이 당뇨로 발전되기 전 거치는 중간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피로’입니다. 당뇨는 그야말로 만성 소모성 질환입니다. 장시간 피로가 누적되면 우리 몸은 더 많은 당분 공급을 필요로 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 몸은 스스로 피로를 해결하기 위해 당분을 많이 먹고, 몸 구석구석에 당분을 많이 실어 나르려고 합니다. 결국 혈액에 당분을 많이 싣고 생활하게 되어서 혈당수치가 올라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뇨 치료는 중간 원인인 피로가 누적된 근본 원인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피로의 원인은 찾지 않고 단순히 피로를 못 느끼게 하는 피로회복제, 생활 관리, 운동법 등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며 환자 스스로 낫기를 기다리는 치료법이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현대의학이 ‘관리의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약을 중단하면 더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복용하고 있는 당뇨약의 실체입니다. 그러나 당뇨는 피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서 생긴 질병입니다. 따라서 이를 환자 스스로 극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뇨가 생기게 된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죽을 때까지 약만 복용해야 하는 과정을 치료법으로 제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당뇨를 유발한 중간 원인, 피로가 생기게 된 과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p.22
대부분의 질병은 먹어서 생깁니다. 먹은 것이 잘 활용되고, 쓰고 남은 찌꺼기가 잘 배설되면 괜찮은데 그러지 못하고 몸에 축적되니 몸의 순환을 막아 결국 병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집에 쓰레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 몸속 쓰레기가 어디에 쌓여 있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당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이 병독이 되고 그것 때문에 당뇨가 생겼다고 판단되면 그 병독의 위치에 따라 적절한 약재를 써서 병독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야 합니다. 이 공급해 체형을 바르게 만들려고 하거나, 활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한계에 도달하면 혈당을 낮출 수 없는 상태, 즉 당뇨로 이환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당뇨 환자를 살펴보면 체형이 올바르지 못해 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당뇨 환자 중 상당수가 무릎 관절 질환, 척추관협착증, 근육 경직으로 쥐가 나는 증상, 심한 어깨 결림, 근육 뭉침 등의 증상이 있거나 척추, 어깨, 무릎 등에 수술을 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추나요법으로 체형을 올바르게 교정해주면 에너지 소모가 줄면서 피로도 감소해 당뇨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 p.28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한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 엄마가 몹시 화를 내고 있습니다. 서양 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하자면 화를 내고 있는 엄마를 치료 대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물을 한 잔 마시게 하거나 바람을 쐬게 하는 방법으로 엄마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요. 물론 이러한 방식의 치료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의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서양 의학은 일단 증상부터 없애고 조금 기다리면서 자연적으로 치료되기를 기다리는 방법을 취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엄마의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혹은 일시적으로는 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다 가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의 기분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엄마가 화를 내게 된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약을 써서 억지로 화만 내지 못하게 하니 더 큰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증상에 대한 치료만 하다가 상황이 더 악화됩니다. 같은 경우, 한의학적으로는 좀 다르게 접근합니다. 단순히 화를 내고 있는 엄마만 치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화나게 한 원인이 어디 있는지 찾습니다. 따라서 엄마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도 함께 살핍니다. 아빠가 돈을 벌어오지 않는지, 아들이나 딸이 엄마의 속을 상하게 하는지,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 문제가 없는지 등등 엄마가 화가 난 근본 원인을 찾을 것입니다. 만약 가족 구성원뿐만이 아닌 이웃이나 친구와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면 그 원인을 찾기가 더욱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해법은 엄마가 화가 난 원인을 찾는 데 있습니다. 엄마가 화가 난 이유가 아빠 때문이라면 아빠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야 자연스럽게 엄마의 화도 가라앉고 이외 가족 구성원들도 자기 자리를 잘 지키게 됩니다. 그 결과 온 가족이 건강해집니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병이 재발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말씀드리는 당뇨 치료의 원리가 이와 같습니다. --- pp.43-44
저는 당뇨를 진짜 당뇨와 가짜 당뇨로 구분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인슐린 의존형 당뇨 환자들이 겪는 갈증, 체중의 급격한 감소, 잦은 소변과 같은, 대표적인 당뇨 증상은 없고 체중이 증가하거나 피곤하고 무기력해서 검사해보니 혈당수치만 상승해 있는 경우를 가짜 당뇨라고 합니다. 가짜 당뇨는 혈당수치가 높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혈당을 무조건 낮추면 안 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가짜 당뇨의 경우 앞서 말한 대로 피로 회복부터 해야 합니다. 몸에 무리가 많이 와서 피로해졌고, 그 피로를 극복하기 위해 몸이 스스로 혈당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 당뇨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법을 따르기보다는 몸이 나빠진 근본 원인, 혈당이 상승한 근본적인 이유인 병독을 배출하는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가짜 당뇨입니다. 서양 의학에서 말하는 2형 당뇨는 무조건 가짜 당뇨라거나, 1형 당뇨는 무조건 진짜 당뇨라는 말은 아닙니다. 한의학적 치료법에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소갈병은 진짜 당뇨고, 소갈병이 아니지만 혈당이 상승한 대부분 의 경우를 가짜 당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 다식, 다뇨, 급격한 체중 감소 등의 증상에서 시작된 것을 전형적인 당뇨 즉 진짜 당뇨, 병원에서 당뇨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혈당 상승의 근본 원인을 찾아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를 가짜 당뇨로 구분한 것입니다. 앞의 표는 진짜 당뇨와 가짜 당뇨를 간단히 구분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치료과정에서는 좀 더 세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증상만으로는 진짜 당뇨와 가짜 당뇨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가짜 당뇨를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환자를 진찰해보니 몸속 병독의 위치가 확실하고 당뇨와는 전혀 다른 증상을 만드는 병독이 진찰되는 경우 이를 가짜 당뇨로 보고 혈당을 낮추는 치료와는 전혀 상관 없는 처방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변비, 호흡기 질환, 가슴이나 심장에 쌓인 병독, 갱년기 장애 증상, 배가 빵빵해지고 가스가 차는 증상, 근육이 뭉치는 질환, 그 외에도 신경이 예민한 것, 동맥의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것 등을 개선하는 처방으로 당뇨라고 진단받은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 pp.80-82
치료하는 의사는 때로 환자가 말하는 증상 너머의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있는 곳에는 병의 원인이 없고 전혀 다른 곳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몸은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몸속 쓰레기를 청소하는 A 기관이 활동을 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B 기관이 그 쓰레기를 끌고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쓰레기는 원래 B 기관의 몫이 아니므로 결국 B 기관의 조직이나 벽에 쓰레기가 쌓이게 됩니다. 이때 병원에서 검사하면 B 기관에 종양이나 질병이 생겼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면 B 기관이 힘들다고 울부짖는 증상을 조용히 진정시키는 약만 복용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에는 B 기관을 제거하거나 종양을 들어내는 수술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B 기관이 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호르몬제나 약을 죽을 때까지 복용하게 됩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입니까? 처음부터 A 기관을 치료해서 이 기관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B 기관을 억울하게 제거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서양 의학은 전문의 제도를 만들어서 질환이 아닌 사고에 의한 손상,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져버린 기관을 제거 또는 복원하는 수술, 혹은 인공 조직을 이식하는 데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의료기관을 전전하다 결과적으로 더 큰 병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인식조차 하지 못합니다.
---- pp.137-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