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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숲

보이지 않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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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62g | 140*210*30mm
ISBN13 9791168610996
ISBN10 116861099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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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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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여름에도 양복을 입을 정도로 입는 것, 먹는 것 모두가 까탈스러워 어머니를 힘들게 했지만 대인관계는 매우 시원시원해서 남의 일이나 동네일에 잘 나섰다. 어머니 말로는 그렇게 도와준 이들 중에 좌익에 몸담은 사람들이 있어 보도연맹이란 데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 p.38

아버지를 업은 아들이 무춤하게 멈추었다가 이내 걸음을 뗐다. 한 걸음이라도 더 걸어가는 게 등에 업힌 부친의 가쁜 숨소리를 듣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같이 섰던 지게 진 아들도 뒤따랐지만 뒤에 선 자위대원이 지게를 붙잡아 세웠다. 아버지를 업은 아들도 끌리다시피 제자리로 돌아오고 잠시 뒤 지게를 벗은 아들이 아버지를 뒤에서 껴안아 흙바닥에 앉혔다. 아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쓰러질 듯 비스듬히 앉은 부친에게 절을 올렸다. 엎드려 흐느끼는 형제는 자위대원에 이끌려 현장에서 떨어졌다. 길 모롱이까지 십여 걸음 되돌아오는데 너네 없이 걸음이 무거워 한참 걸렸다. 얼마 뒤 총소리가 빵빵 났다.
--- p.169

김인철은 어쩔 수 없이 서옥주와 서울 종로경찰서를 걸어나오던 그 치욕의 가을밤을 떠올렸다. 칙칙폭폭 동요 빌려 철길가 사람들 인정이 훈훈하다고 연기 피운 건, 경찰이 제 애비 죽였다는 소리 하기 위해 분칠하고 화장한 거야! 형사는 그때 이적행위란 말까지 했다. 서옥주의 글 한 줄이 이적 표현이라면 지금 그가 읽어낸 교재는 통째로 이적표현물 혐의를 덮어쓰고 있었다. 30여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다니, 그는 무섭고 허탈했다. 그래서인지 독후감은 큰산으로 끝났다. 큰산 철쭉제 시를 두고 씹어대던 나경삼 화백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 사람이나 법을 다루는 사정 당국에게 이 책은 큰산을 두 개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쓴 게 틀림없었다. 김인철은 또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자기 스스로 큰산을 두 개로 만들고 있었다.
--- pp.290~291

하지만 김인철은 작은아들에게 네 엄마가 왜 이렇게까지 과민하게 반응하고 걱정을 하는지 아느냐고 말할 수는 없었다. 자식들에게 그들의 할아버지들은 육이오전쟁 중에 ‘어쩌다 일찍 돌아가신’ 분들일 뿐이니 그 선을 넘어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증인 출석 문제를 아들놈에게 맡겨두는 것도 괜찮다는 판단도 있었다. 제 할아버지들의 생사를 가른 전쟁을 제 애비 에미가 상처로 싸매고 있다면 손자들은 달라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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