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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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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70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6723
ISBN10 896021672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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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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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어깨가 뻐근하더니 새벽마다 왼쪽 어깨에 찾아오는 통증에 잠이 깨곤 한다 통증의 꿈틀거림이 대뇌피질을 스멀스멀 파고들 때, 여기저기 굴러다닌 양은 주전자처럼 얼굴은 일그러지고 몸은 골병든 사과처럼 구석에 처박힌다 오십견이라는 자가 진단을 내려 보지만 벌레가 기어 다니는 몸을 어쩔까,

기다려 보자 통증의 자리, 울음 터 하나쯤 만들어 보자 의사의 집도를 허락하기엔 아직 이르다 내가 키운 것이니 내가 길들여 보자, 살살 어루만져 보자, 이리저리 뼈마디를 돌려 가며 오므렸다 폈다 하며 날갯짓하듯 팔운동을 하면서 인내의 먹이를 주자

파멸에서 시작이다, 내 살기를 파먹고 너는 성충이 되고 몇 잠을 자고 나면 나비가 되어 날아가겠지, 나는 너의 빈자리를 기억하겠다 파스처럼 붙었다 떨어져 나간 너의 기억을 향해 나는 한 번 더 날갯짓을 할 것이다
---「나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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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우 시인의 「그해 여름」은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는 과거의 시간이 아니라 미래로 한발 앞서가서 바라보는 오늘의 “나의 아침”이다. 시인은 오늘을 “수직의 절망”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절망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나의 그림자/ 벗어날 수 없는/ 나의 응달”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생의 진저리”를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출렁이고 뛰고 일렁이고 넘실거리는 느낌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 마리 죽은 새를 위하여 “꽃잎 한 장 덮어 주자”는 제안 역시 느낌의 실천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원래 은유는 분리된 세계를 통합해서 인식하려는 수사적 방법이지만 이 시집에서 시인은 분열과 억압을 치유하는 좋은 약재로서 은유를 적극 활용한다. 은유가 부재하는 곳에 결핍과 반목이 발생하는 법이다. 이오우 시인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불균형, 물기가 사라진 죽은 감정을 은유의 에너지로 재조정하려는 꿈이 있는 듯하다. 그 안간힘, 그 느낌, 그 진저리가 이 시집이다.
- 안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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