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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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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참 예쁘다

: 아들을 오빠라 부르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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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5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90g | 150*205*20mm
ISBN13 9788996584834
ISBN10 899658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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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수복
1955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서당을 다녔고 초등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졸업은 안 했으니 학력은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 학교 공부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책 읽는 것은 참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고민이 지나치게 많았던 탓에 평범한 학교생활이 불가능했고, 결국 열두 살에 초등학교를 자퇴하면서 무단가출을 결행했다.
용산역에서 소위 ‘양아치’라 불리는 아이들과 두 달 넘게 노숙 체험을 하기도 했고, 양말 행상 시절에는 도둑을 잡으려다가 오히려 도둑으로 몰려 사십여 일 동안 소년원 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신기하게 책 읽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허드렛일로 몇 푼 생기면 그것으로 헌책방에서 문고본을 사서 밤새 읽었다.

장남의 소임(?)을 다하려고 한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자퇴의 학력으로 시험에 당당히 붙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도 했지만, 실제로 공무원이 되진 않았다. 이 일로 집안 어른들로부터 “언제 사람이 될래?”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다.
삼십 대를 훨씬 넘어서까지 좌절과 방황을 거듭하던 그를 한결같이 위로한 것은 ‘글쓰기’와 ‘어머니’였다. 용산역 부근 쓰레기통에 버려진 문예지 한 권을 생각없이 주워들었다가 문순태 선생의 소설 입문 동기에 관한 글을 읽고는, 습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글을 쓰겠다는 그를 주변에서는 여전히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어머니만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엇이든 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야지.”
그런 어머니가 몇 해 전 모든 기억을 잃었다. 전등을 켜는 법도 저고리를 입는 법도 어머니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주변에서는 어머니를 시설로 모시라고 했지만, 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간 해온 모든 일을 접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론이 빤한 고민과 갈등을 뒤로 하고 그는 어머니에게 돌아갔고, 그녀와 함께 사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1997년 ‘제2회 광남문학상’이라는 타이틀로 중편소설 『한 줌의 도덕』을 일간지에 발표했고, 「오마이뉴스」와 「위클리 서울」에 산문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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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머니는 감탄은커녕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아예 거부한다. 억지로 겨우 목욕을 마친 뒤에는 “아따 시원하다”하고 목소리도 시원하게 한 마디 하지만, 그러면서도 며칠 뒤에 아들이 다시 “오늘 목욕합시다”하고 말하면 “먼놈의 목욕을 또 혀, 안 혀”하고 어디 숨을 데도 없건만 수줍은 소녀처럼 몸을 움츠리며 숨으려고만 든다. 가끔은 실제로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터지는 와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새로운 차원의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아들이 욕조의 물 온도를 조절하느라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어머니는 나 잡아봐라, 하듯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렇다고 어디로 멀리 가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토방이나 마당의 화초들 사이에 앉아있는데 그 모습이 흡사 무슨 음악감상이라도 하는 것 같다. 당신 딴에는 아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다고 여기는 것이 분명한 그런 어머니 앞으로 대번에 달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어라 우리 엄마 어디 갔지?” 짐짓 큰소리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다가설라치면 어머니는 숨소리조차 안 내려고 애를 쓴다. 그 바싹 긴장한 모습이 내 눈에 들면 나도 모르게 폭소가 터지는 것이다. --- 「오늘 그녀는 내 딸이 되었다」 중에서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가는 어머니와 하루 스물네 시간을 거의 함께 지내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죽음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어머니가 옷을 갈아입혀 줘서 고맙다고 하실 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연거푸 ‘고맙다’고 진정 어린 목소리로 말씀하실 때, 저는 어머니를 끌어안고 싶어집니다. 그냥 껴안는 게 아니라 어디가 부서질 만큼 있는 힘껏 끌어안은 채로 마구 몸부림을 쳐보고 싶어집니다. 한 번은 실제로 그렇게 해보기도 했지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큰 위안은 되지 않고 눈물만 나오더군요. 그런데다 어머니는 “아이고 이러지 마시오, 나 좀 살려주시오” 하고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애원을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민망하고 머쓱해져서 다시는 이러지 말자고 혼자 맹세를 하며 어머니를 이부자리 위에 가만히 눕혀 드립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또 말씀하십니다. “내가, 죽어서도 안 잊어 먹을라요, 이 고마움을…….” --- 「여는 글 / 어머니의 어머니께」 중에서

호두는 칠 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작아지지도 않았고 커지지도 않았다. 색깔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손으로 들어보면, 확연하게 느껴진다. 속이 텅 비었다는 것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대번에 알 수 있다. 껍질이 그렇게도 단단하고, 개미 한 마리는커녕 먼지 한 톨 들어갈 틈도 없이 완벽하게 무장(?)을 하고 있는데도 칠 년 전에 손으로 느낄 수 있었던 무게감을, 알맹이의 존재감을 이제는 느낄 수가 없다. 제법무상이라고 하는 저 완고한 법칙에 의해 스스로를 소멸시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인가?
이즈음의 어머니는 속이 텅 빈 호두 같다. 호두를 볼 때면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지고,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호두의 메마른 주름들이 겹쳐진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선 채 오줌을 벌벌 싸는 어머니에게서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본다. 어머니는 그 시절에 바짓가랑이 사이로 오줌을 벌벌 흘리는 아들을 보면서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고 나는 기억한다. “아이고 써글놈아” 소리는 나왔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외면이 아니었다. 적극적인 포옹이었다. 그런데 나는 선 채로 바짓가랑이 사이로 오줌을 흘리는 어머니를 발견한 순간 나도 모르게 외면을 한다. 그렇게 외면의 과정을 거친 뒤에서야 겨우 수습을 하고 나선다. --- 「속이 텅 빈 호두알」 중에서

누구 찾아올 사람도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앉았다 일어섰다 누웠다 다시 일어나서 읽히지도 않는 책을 빼 들었다 도로 꽂으며 남몰래 한숨이나 쉬어대는 시간에는, 이런 때에는 손톱을 깎아야 한다. 어제 이미 깎은 손톱이라 해도, 한 번 더 만지작거리며 내 몸에 드러난 각질을 느끼고 있노라면 바람난 마음이 어느덧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도시의 작은 셋방에서 비 오는 날 손톱을 깎고 있노라면, 안 그래도 작은 내가 한층 더 작아진다는 느낌이어서 금방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마당이 널찍한 시골로 온 뒤로는 그런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엄마도 쓸쓸해? 손톱 깎아줄까?” “응? 응, 그려.” 어머니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두 손을 쓱 내민다. 언제나 그렇다. 목욕을 하자 하면 언제나 두세 번씩은 ‘아까 했다’는 식으로 몸을 빼지만 손톱 발톱은 다르다. 소풍이라도 약속된 아이처럼 낙낙한 표정이 되어 두 손을 내밀고, 발톱도 깎아야 한다면서 양말을 벗었다가 금방 잊어먹고 도로 신기도 한다.
어머니의 손톱은 깎이는 느낌이 ?뭇 다르다. 내 손톱은 잘라질 때 느낌이 약간은 부드럽고 그리 멀리 날아가지 않지만, 어머니의 손톱은 마치 돌이라도 자르는 것처럼 깎이는 순간 부스러지거나 아니면 톡 튀어서 찾아내기 어려운 곳까지 멀리 날아가 버리곤 한다. 체내의 수분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증거일 게다. --- 「어머니의 손톱」 중에서

어머니는 당신이 자식들을 위해서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되면서 귀를 막고 싶으셨습니다. 눈을 가리고 싶으셨습니다.
그러나 들리고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해 볼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차츰 귀를 도려내고 싶으셨습니다.
눈알을 빼서 버리고 싶으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일 뿐
실천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생각만 잔뜩 있을 뿐인 당신의 머릿속이 어머니는 원망스러웠습니다.
저주스러웠습니다. 아아 이 놈의 생각, 이 놈의 생각을 어찌하나.
어머니는 차츰 생각을 안 하려고 하셨습니다.
했던 생각도 버리고자 하셨습니다. 당신이 이 날까지 살아온 생애 전체를
어머니는 그렇게 없던 일로 되돌리고자 하셨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요. 바라고 또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마침내 어머니의 생애는, 태어나서 오늘까지 걸어온 발자국은
하나씩 둘씩 지워져갔습니다. 자식들이 어머니에게 한탄하는
원망 섞인 목소리들이, 서로 제가 잘났다고 떠들어대던
그 무시무시한 목소리들이 사라져갔습니다.
어머니의 기억들은 그렇게 허공에 흩어지는 먼지처럼 사라져갔습니다.
병원에서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쩌면 자발적으로
기억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는 어머니의 상태를 중증치매라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치매라는 것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가족들이, 자식들이 오래 전부터 보여온 불화와 막말을
더 이상은 감당하기 어렵다 싶어질 때 당신 스스로 선택해서
숨어 버리는 거대한 장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수취인 없는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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