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원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은 곳이다. 그곳의 장소성은 여타의 장소가 지니는 감수성과 사뭇 다르다. 장엄하게 펼쳐진 태백산맥 줄기를 배경으로 백두대간의 흐름이 전달되는 곳이자 동시에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의 해안선이 절묘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설해원은 마치 한반도가 지닌 자연의 미학을 그대로 압축시켜 놓은 듯 다채로운 풍광들로 조화를 이룬다. 이곳의 풍광은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시적 공간들로 채워져 있다. 건축가로서 이러한 장소에 건축한다는 것은 지극히 흥분되는 일이다.
---「이정훈, ‘마스터플랜 - 기능과 상징의 중심축을 재정립하다’」중에서
골프장에 간다는 것은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떠나 잠시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시간을 보낸다는 말과 같다. 라운딩의 즐거움이란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성을 전제로 하며 이곳을 찾아온 모든 이들이 그러한 여정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공간이 하나의 아름다운 메시지로 읽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 때문에 골프 코스와 클럽하우스는 하나의 콘셉트로 읽혀야 하는 동일체로 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골프 코스를 본론이라 하면 클럽하우스와 부대시설은 각각 서론과 결론이라 말할 수 있다.
---「이정훈, ‘연결 - 캐노피와 회랑, 확장하는 공간의 서사’」중에서
종묘의 회랑은 외부이지만 내부화할 수 있는 중성적 공간이자 각기 다른 공간의 위계를 수평적으로 연결하고 하나의 볼륨으로 읽을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전통적 체계에서 보이는 회랑의 공간성을 클럽하우스와 설해온천을 연결하는 동선으로 해석하고자 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즉 회랑과 캐노피가 하나의 볼륨으로 해석될 수 있되 후면의 정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 주고 새로운 통합적 체계로서 강한 축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정훈, ‘연결 - 캐노피와 회랑, 확장하는 공간의 서사’」중에서
수평, 수직 증축된 공간의 핵심은 빛의 두께, 폭, 광원을 통해 공간성을 새롭게 확장하는 것이었다. 새롭게 증축되는 공간의 형태를 설해원을 상징하는 박공이 지배한다면 방문객이 경험할 내부공간은 빛의 시퀀스에 의해 연결된다. 증축공간은 천창을 통해서 하늘과 내부 공간이 수직으로 연결되며 새롭게 재편된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공간을 파고드는 빛은 전체적인 동선의 시퀀스를 연결 짓는 기호체계이다. 이는 공간의 깊이를 알려주며 지금 여기의 하늘과 빛의 감도가 여타의 것과 다름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이정훈, ‘수직 증축 - 빛의 은유를 담는 새로운 감각층’」중에서
설해원 클럽하우스 증축 및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숨 프로젝트는 아트 디렉팅을 맡았는데, 먼저 설해원의 의도와 니즈를 확인하면서 설해원의 철학과 가치관에 매료됐던 것 같다. 또 단순히 작품 하나를 구입하여 놓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이 공간’에 있어야 하는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겠다는 취지가 흥미로웠다. 이때 마음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작가가 신타 탄트라였다.
---「이지윤, ‘벽에 새긴 고요한 우주의 풍경: 신타 탄트라의 ‘Pink Moon Rising’ 벽화’」중에서
누구나 한번 쯤 경험해 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핑크빛 달을 마주하는 경험을. 나는 있다. 영어로는 서브라임(sublime)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즉 우주의 숭고한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로 너무도 놀랍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이번 작품에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 주었다. 설악산과 그를 둘러싼 우주의 모든 요소, 즉 해, 달, 별 등을 모티브로 공간에 생동감과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마법처럼 내가 설해원에 도착한 첫날밤에 핑크 문이 떴었다. 가히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신타 탄트라, ‘벽에 새긴 고요한 우주의 풍경: 신타 탄트라의 ‘Pink Moon Rising’ 벽화’」중에서
나의 회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호라이즌(horizon, 지평선)이다. 아주 작은 모티브에서 시작해서 물리적으로 보이는 어떤 지평선의 지점을 넓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지평선뿐만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공간 또는 추가적인 심상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풍경화를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침 설해원을 둘러싼 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웠기에 클럽하우스 안팎을 연결하는 맥락에서도 호라이즌 콘셉트는 알맞았다.
---「신타 탄트라, ‘벽에 새긴 고요한 우주의 풍경: 신타 탄트라의 ‘Pink Moon Rising’ 벽화’」중에서
레스토랑이 클럽하우스 내에 있으나 바로 옆 설해원 투숙객도 이곳의 잠재 고객이기에 조금 더 사용자층을 폭넓게 의식해야 했다. 보통 지방의 클럽하우스 내 레스토랑들은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이 있는데, 설해원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은 단지 ‘클럽하우스’ 차원이 아닌 전체 ‘설해원’ 차원에서 가족이나 친구 단위의 소그룹 등 다양한 연령층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했다.
---「박성권, ‘인테리어 리모델링 - 감각조율’」중에서
중요한 건 공간을 체험하는 이의 속도감, 그 순간의 감정 등을 고려해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예컨대 팽나무 군지를 지나 첫인상으로 다가 올 캐노피, 회랑, 그 너머로 보이는 조경의 빛이 마치 무릉도원에 도착한 듯 하나의 산수화처럼 여겨지도록 캐노피와 회랑에는 웅장한 구조미와 조형성이 잘 드러나도록 업라이트 조명을 우선하고, 볼라드 조명 등 이외의 등기구는 모두 다운라이트 방식으로 설정했다. 이 구조체가 수공간에 투영되는 모습으로는 마치 창덕궁 부용지에서 볼 법한 아름다운 미러 폰드(Mirror pond) 장면을 연출했다.
---「고기영, ‘인테리어 리모델링 - 빛으로 전하는 연주’」중에서
설해원은 세계적인 골프 코스를 유지, 확장하면서 골프 전용 시설을 가족형 리조트 단지로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클럽하우스의 리모델링은 핵심 프로젝트이다. 고트프리드 젬퍼의 표현을 빌리자면 리조트의 건축은 카니발처럼 유희의 퍼포먼스를 가능케 하는 일련의 가면이다. 젬퍼가 말했듯이 수준 높은 가면의 건축, 그 ‘탈바꿈’은 다만 화장의 문제가 아니라 세우고, 올리고, 덧대는 일체의 행위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배형민, ‘비평 - 세우다, 쌓다, 덧대다: 조호건축의 설해원 방법론’」중에서
진입구의 화룡점정은 타원 연못이다. 세워진 캐노피, 바닥에 덧댄 연못, 거기에 비춰진 이미지, 이들이 어우러져 설해원에 들어서는 경험을 사로잡는다. 구조체와 그 환영이 만든 모래시계 모양의 상징물, 맑은 설악의 풍광을 가로지르는 추상적인 조형물, 촘촘한 기둥 사이로 빛과 바람이 스며드는 열주랑. 낮과 밤, 안과 밖, 사람과 기계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체험된다. 설해원 캐노피의 탁월함은 세우기의 원리에 충실한 가는 부재가 바닥과 벽의 덧댄 면과 어우러져 풍부한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배형민, ‘비평 - 세우다, 쌓다, 덧대다: 조호건축의 설해원 방법론’」중에서
설해원 클럽하우스의 설계 과정이 보여주듯 건축은 하나의 정해진 해답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조건에서 여러 해법이 가능하고, 조건이 바뀌면서 세우고 쌓고 덧대는 전략이 함께 바뀐다. 정답이 없다고 하여 여러 해답을 오가며 우연히 좋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호건축의 작업은 이 사실을 확인해준다. 조호건축은 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전혀 다르지만 명확한 디자인을 구현하였다. 이것은 조호건축을 이끄는 건축가 이정훈의 일관된 방법론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다.
---「배형민, ‘비평 - 세우다, 쌓다, 덧대다: 조호건축의 설해원 방법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