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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씨의 시간

수박씨의 시간

[ 양장 ] 황금알 시인선-25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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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8*210*20mm
ISBN13 9791168150331
ISBN10 116815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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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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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속에 무쇠화로를 숨기고 있다
화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삼키고 뱉어
어떤 형식이라도 거기 담기면 모두 내용이 된다
엄동의 한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검고 붉은 씨앗들과 희고 단단한 얼음과 오래된 무덤까지도
녹이지 못할 것이 없다
세상의 형식들은 불이 되었다가 물이 되었다가 공기가 되었다가
후 불어내면 붉은 동백이, 훅 삼키면 노란 수선화가 되는
화로가 만드는 내용
그래서 꽃이 딛고 선 화로는 본디고
꽃은
신성한 생의 끝, 말미에 있다
---「뜨거운 꽃」중에서

씨앗이 흩어진 풀꽃 무늬 쟁반 위로
여름비가 내리고
우물처럼 깊어진 집
벌레가 두고 간 껍질과 짐승의 터럭을 안고
꽃은 제 시절에 늙어갔다
우물이 마르고 눈이 내리고
어긋난 무릎의 각질이 나이테로 쌓이는 동안
다시 풀이 자라고 꽃이 피고
수박씨의 수액이 붉은 홍수처럼 흘러내리도록
빙하기는 오지 않았다

질긴 방패를 뚫고 흘러나오는
수박씨가 우물을 삼킨 시간
온갖 풀꽃들과 짐승들을 키워낸 씨앗

누구나 한 생은 그렇게 시작된다
---「수박씨의 시간」중에서

그 집에 갔다

천년만년 구멍바위들이 악기처럼 우는 해변
지나 보낸 시간들이 무덤처럼 늘어선

소나무를 머리에 꽂은 지붕은
무슨 영험한 세월을 지나 보냈는지
진한 흉터를 목도리처럼 감고 있다

젊은 여자가 다홍색 부채를 펼치더니
그렁그렁 사연을 풀어 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두드리지 않아도
목구멍을 열어 울어주는
신통한 해변

고성 오호 오호리
피멍 든 서낭바위 속
구멍마다 신이 든 채
갔지만 당도하지 않은
그 집이 있다
---「서낭바위 그 집」중에서

자해의 흔적을 본 적이 있다
손목을 그은 비장한 심장은 소통을 멈추고 비어졌다
임진강 암벽에 불거진 칼날 자국들
빛나는 직선과 오묘한 곡선을 읽는 강물의 비문 낭독은
캄캄한 밤마다 울어대는 짐승 소리에 섞인다

고된 길을 느리게 돌아나가는 물살이
몸을 구부려 쓰고 나간 은밀한 답문
아름다운 꽃과 뱃사공의 노래와 죽은 여자의 푸른 치마
이야기를 만드는 건 사람들의 힘이다

물은 무르고 아찔한 손톱을 가졌다
강이 품은 수천 년의 유서는 대필되었다
문장은 산화되고 박리되어 꽃처럼 피고 지고
죽은 꽃과 새로 뜬 별이 강물에서 하늘로 옮겨 다녔다

암벽의 유적을 핥는 일은 강물이 얻은 최초의 노릇
새로 신서가 새겨지는 핏빛 저녁이다
---「신서神書」중에서

알고 보면 내 핏줄 속에 일억 오천 년 허풍이 흐르는 것을 이제 알겠다 광주 도마리에서 주어 온 사금파리 한 조각 고이 화장대에 올려놓고 아침마다 오백 년 호흡을 흉내 내다가 뚝도시장에서 산 오천 원짜리 어항 속에 퐁당 던져 넣었다 사금파리는 물을 뿜었다 삼켰다 제멋대로 백자 연적 흉내를 내다가 분양받은 열대어 새끼 중에 살진 한 마리를 냉큼 제 아랫배로 데려가 검붉은 무늬로 삼았다 어린 열대어들이 물방울을 튀기며 어항 밖을 탐할 때마다 나는 백자철화물고기무늬 연적에 더 커진 허풍을 담아 마셨다 목구멍을 훑고 지나가는 물인지 먹물인지 내장의 근육층마다 글자를 쓰고 지나갔다 참으로 달필이다 소란한 유적이다 불에 태워도 뼛조각에 남을 묵서다 허풍이다
---「소란한 묵서墨書」중에서

자작나무 아래 무쇠 아궁이를 들여다보다가
재만 남은 나이테를 뒤적이다가
부지깽이를 들어 아메리카노를 젓는다
아프리카에서 온 검은 열매가 폐를 물들이는 동안
아메리카노는 호수처럼 깊어졌다

만삭의 자작나무 잎사귀가 꽃을 매달고
탁자 아래까지 휘 늘어져
성수동 카페면 어떻고 늙은 부엌이면 어떻고
아메리카노면 어떻고 검은 숭늉이면 어떻고
눈이 생각하는 대로 마음이 보는 대로
세상살이의 진실은 옮겨 다니는 법이라고

그래 호수면 뭘 하고 아궁이면 뭘 하고
뭘 하고 뭘 하고
그러니 새똥 냄새가 지저귀거나 흔들리거나
자작나무 꽃이거나 자작나무 열매이거나
능수자작 한 채를 흔들고 있는 게
바람인지 새인지 하느님인지
알든 모르든
---「능수자작 한 채」중에서

너를 만난 적이 있었다
꽃을 감춘 나무라니
정동진 낡은 고샅길 끝에 어둡게 매달려 있던
꽃을 숨긴 녹색의 열매
처음으로 무화과를 씹었다
첫 경험은 언제나 눈물겨운 법
겹겹이 둘러싼 꽃잎의 어깨너머로
실눈을 뜬 한 꽃잎과 눈이 맞은 순간
우리는 나란히 혼절했었다

꽃을 잉태하기까지
푸른 소금물이 담벼락 아래 다다르기까지
태양을 떠나온 햇빛이 엽록소를 만들어내기까지
과즙처럼 익어가는 시간과 시간의 틈새
배냇짓 하던 입술은 늙은 주름을 매달고

한쪽 볼만 붉은 한 꽃잎
저 혼자 자지러진다
처음으로 처음처럼 혼절하는 매무새라니
시작이면서 끝인 너의 해방구
너와 나의 생
치명적인 찬란이다
---「무화과를 만나다」중에서

무엇이 부석이냐
핏줄 안을 떠돌던 돌멩이
낭떠러지와 계곡과 복숭아밭을 지나
불어난 흙탕물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번지는 통점의 얼룩얼룩

어디가 부석이냐
산빛 돌덩이와 물빛 돌덩이
구름 그림자와 이끼 숲과 감나무를 지나
무량수전 배흘림에 닿아 멈춘

어찌 부석이냐
바람 든 등뼈는 팔월에 더 시리고
욕창 무늬 진 옆구리는 어둠에 더 뜨거워
바람이 햇살을, 별빛이 어둠을 다독이는

양치질을 하다 뱉어낸 돌멩이 쪼가리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세상을 버렸구나
옆구리에 지었던 암자의 깨진 기왓장
부석浮石이 여기를 다녀갔구나
---「나의 부석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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