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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내 맘대로

한 번쯤은 내 맘대로

: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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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6쪽 | 380g | 140*210*16mm
ISBN13 9791158773168
ISBN10 115877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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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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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속인 사람과 남에게 속은 사람 중 누가 더 나쁠까요?” 지금까지 주로 듣기만 하던 내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내가 다시 어느 스님의 글 중에 “화를 내게 하는 것은 상대방의 책임이고 화를 내는 것은 내 책임이다.”라고 말하자 “속이게 만든 것은 건축업자 책임이고 속은 것은 내 책임이라는 뜻이네요.” 그는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평생을 조직 생활만 했기 때문에 사회에 대해서 전혀 몰랐고 건축에 대해서는 무지의 수준이었다. “부하 사원의 친구라는 점만 믿고 이런 큰일을 건축업자에게 맡겼으니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죠.” 하며 갑자기 소주잔을 입안에 털어 넣듯이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벼락을 맞은 사람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적한 곳에서 제주의 밤은 적막강산이었다.

긴 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한참 후에 “그렇네, 그렇네….”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을 크게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 몇 년 전, 읽은 법정 스님의 책 중에서 “믿지 못할 사람을 믿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다.”라는 글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5년간 마음속에 굳었던 응어리가 스르르 녹아내려 가는 느낌을 받았고 그 순간에 건축업자가 용서가 되어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졌다고 했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 이심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건축 이야기를 초반에 격정적으로 쏟아냈던 그의 얼굴은 자비로운 성인의 모습으로 변한 것같았다.

“미워하는 사람 내 맘속에 담고 다니느라 병만 생겼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용서는 가장 큰 수행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 pp.42~43

“사람은 배우지 않은 것은 알 수가 없죠, 자신도 모르게 배운 역기능적인 사고가 무의식에 남아서 다른 사람에게 특히 가족에게 그대로 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하자 “저는 심리상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소외감이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었다면 ‘무의식’이란 게 참 무섭네요. 딸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에서 억눌린 내 감정을 찾았네요.”라고 말하면서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의 행동에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할수록 그 감정은 더 강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감정이 형성된 원인을 찾아서 잘 보듬어주면 그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수정 씨는 그 감정을 모르고 지나다오늘 찾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남에게 가정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대로 이야기를 잘하셨네요.”라고 말하자 수정 씨는 마음에 응어리가 풀리고 딸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엄마의 소외감이 딸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그동안 베풀지 못한 사랑을 성희에게 베풀고 다른 문제가 있으면 그때 이야기하겠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통찰을 하셨네요. 성희의 문제를 통해서 수정 씨의 원가족에 대한 환경을 파악했고 어린 시절 핵심감정을 정확히 파악하셨네요. 더 중요한 것은 성희를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것이 너무 중요합니다.” 하면서 박수를 보내자 친구와 아내도 덩달아 박수를 보냈다.
--- pp.105~106

영우는 등산길에서 대학생 2명이 오는 모습과 아버지와 중학생 아들이 산을 오르는 것을 보면서 자주 말도 걸고,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 묻자 그는 젊은 시절 살아오면서 인생의 가치관 없이 회사 직원들과 술만 마셨지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한 것, 가족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한 것이 너무 큰 후회가 되어 그들에게 자주 눈길이 가곤 했다고 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글인데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는데 자주 웃는 사람이 멋지고 좋은 인생이었다.”라는 의미를 최근에 깨달았다고 했다.

영우는 성공 출세에 미쳐서 직장에 올인했던 시절에 사춘기가 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못했다고 했다. 아들은 학교 시절 왕따를 당해서 전학을 요구했지만 아이들의 입장을 귀담아들어주지 못했다. 아들은 크게 방황해서 지금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딸아이도 명문대에 입학은 했지만 그 이후 방황의 늪에 빠져 지금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삼십이 넘은 아들, 딸이 방황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의 탓인 것 같아 너무 괴롭다고 털어놓았다. “살면서 즐거운 일, 괴로운 일을 떠안고 좋은 쪽으로 해결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라고 하면서 나를 쳐다보는 그의 얼굴이 편안해 보이는 것이 해탈한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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