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나도 누군가 먼저 그려준 그늘이었다

나도 누군가 먼저 그려준 그늘이었다

[ 양장 ] 애지시선-110이동
허인혜 | 애지 | 2022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정가
12,000
판매가
11,400 (5%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27*193*20mm
ISBN13 9791191719116
ISBN10 119171911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물의 긴 혀가 굳어 있다

끊어진 말미를 이어보려고 벚나무 이파리
두꺼운 물소리에 귀를 대고 있다

말을 닫고 귀를 열었다

빙판에 엎드려
나뭇잎 문양의 물소리를 건져 올린다

깊고도 시린 음각 무늬

침묵의 집에 오래 갇혀본 적 있다
추웠다가 차갑다가 아팠다

언제쯤 미끄러져 넘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계절
어디쯤에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걸음

갇힌 말들이 섬세한 잎맥을 따라 물을 조각하고 있다
---「얼음 판화」중에서

흙 묻은 작업화 한 짝이 먼저 떨어졌다

더는 밀려 내려갈 바닥이 없어 밀어 올릴 수밖에 없는 허공
오랜 실업의 날들은 늘 언덕 위 구름 부피가 궁금했다

구름 한잔 하실래요?

내려올 수도 올라갈 수도 없는 지점
올라갈수록, 손에 잡힐 듯 멀어지는 구름 한잔

편대를 짜고 날아가던 새 떼의 행렬이 갑자기 흩어졌다
어떤 기미처럼

층층의 방들이 방들을 밟고 구름사다리를 오르는 현장에서
그는 작은 너트
녹슨 너트 하나가 빠졌을 뿐이다

동백꽃 하나 떨어져도 동백나무가 울지 않는 것처럼

꾸덕꾸덕 말라가던 콘크리트 바닥이 바닥을 껴안는다
온몸으로 꾹 눌러 찍은 음각, 생의 낙관

오늘 저녁은 소주 한잔 어때요?
아내의 목소리가 작업복 주머니 속에서 구겨지고 있었다
---「구름 한잔 하실래요?」중에서

의뢰인의 목소리는 깊고 어두웠다
보내온 주소는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차가운 습지였다

막다른 골목은 민들레꽃 환했다
꽃잎에 앉아 수평을 잡다가 날아가는 흰 나비의 시간이 고양이의 푸른 눈에서 잠시 출렁였다

혼자 죽은 사람이 남긴 주소는 대체로 문자가 아니라 사물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옷걸이가 걸치고 있는 뒤섞인 계절과 뒤꿈치 다 닳은 끈 풀린 운동화
마지막 눈빛을 받아 주었던 꽃무늬 벽지의 썩은 향기를 죽죽 찢어 구겨 넣었다
모두 세 자루로 묶여 생략되었지만
담요 위에 웅크렸던 그의 구겨진 잠은 뜯어지지 않았다
끝까지 태아의 자세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의 간절한 그곳, 아직 이곳

냄새의 소유권이 완강했다

마지막까지 움푹 꺼진 자국에 고여있던, 무릎과 가슴이 껴안은 체온은 메아리처럼 멀어지는 새소리로 식어갔다

자목련 꽃봉오리에 부리를 밀어 넣고 노래를 훔쳐 간 동박새는 가지로부터 가장 멀리 날아가 허공에 멍 같은 울음을 남겼다

다시, 잔설이 남아 있는 곳으로 봄이 풀려가고 있어도

바깥을 열고 나간 방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예 없었던 것처럼
---「그의 유품은 냄새였다」중에서

며칠째 밀린 잠을 자고 있다

그는 무기수다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혀 형량이 늘어났다
잔설 사이 꽃을 찾으러 나섰다가 들켜
잠속으로 도망쳤다
집중 감시당하는 잠
보초병들의 물 샐 틈 없는 경계
일정한 간격으로 맥박을 짚어 보고 체온을 재고 간다
잠의 근원지를 찾느라 온몸을 수색 중이다
보호자가 넣어 주는 영치금으로
산소를 사고 혈액을 구해 잠속에 숨어 있다

면회 시간마다 가족들은
그의 귓속으로 젖은 목소리를 흘려 넣는다

눈꺼풀이 가늘게 떨리고
차고 습한 감옥 콘크리트 벽 한쪽에
잃어버린 열쇠처럼 이슬 한 방울 맺힌다
---「결로」중에서

분나무*에 가을이 들면
붉어진 그 잎 곁에 자꾸 쪼그려 앉았다

은근하게 불씨가 번진 잎맥을 따라 시린 손 쬐고 있으면
심장에 낀 살얼음도 가만히 풀렸다

꽃을 좋아하던 그는 구절초가 지고 허전해진 뒤란에
모닥불 몇 가지를 피워놓았다

이름부터 향기롭고 따뜻한 나무
찬바람을 맞을수록 붉게 익었다

나는 나무 밑에 떨어진 불씨 몇 개를 골라
책갈피에 온기를 꼭꼭 눌러 놓곤 했다

하지만 계절을 물들이던 목록 하나, 둘 사라지고
그가 떠나간 뒤

아무리 방을 따뜻하게 덥히고 앉아 있어도
녹지 않는 지점이 생겼다

집보다 먼저 사라진 뒤란에 썩은 분나무는
숯덩이 같은 그루터기만 안고 있다

언제쯤의 가을이 책갈피에서 떨어져도
나에게는 더 이상 손을 쬘 나무가 없다

* 경기 화성 지방에서 쓰는 붉나무의 방언
---「단풍을 쬐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시인은 “갇힌 말들이 섬세한 잎맥을 따라 물을 조각하고 있다”라고 썼다. 나는 이 말을 바꾸어 이렇게 써 본다. 숨어 있던 말들이 미세한 감각의 길을 찾아 자신의 존재를 찾고 있다, 라고. 시적 주체가 자기 과시와 치장을 통해 대상을 흡입하는 게 아니라 입을 다문 대상에게 말과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떨리는 서정에 이르게 하는 기법. 작고 사소하고 가여운 것들에게 보내는 연민의 시선은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도 음각의 ‘생의 낙관’을 새긴다. 이때 낙관은 생의 마지막 장면에 찍는 ‘落款’이면서 남겨두고 가는 생을 위한 ‘樂觀’이기도 하다. 이 시집 속에는 “습기의 단어들이/맑고 정하게 찰랑거린다”. 허인혜 시인은 풍경과 사물에 깃든 물기를 찾아내는 것을 시업의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하다. 물은 긴 혀를 가지고 있고, 나뭇잎 모양의 물소리도 있으며, 긴 머리카락은 빗줄기를 닮아가고, 내 그림자를 물결이 핥아주고, 그늘에 고인 것은 먹물이다. 그늘의 습기를 더 키우고 키워 강물의 두꺼운 물결로 출렁이시길.
- 안도현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1,4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