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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생 오준임 그래도 꽃길이었어요

1929년생 오준임 그래도 꽃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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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40g | 153*224*30mm
ISBN13 9791155551899
ISBN10 115555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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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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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은 어디까지 정확할까? 내 인생을 글로 쓰고 싶다는 큰딸과 마주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어떤 기억은 어제처럼 선명한데, 어떤 기억은 가물가물 희미했다. 나는 항상 내일은 더 좋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살붙이들을 생각하면 나쁜 기억은 생각나지 않고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시숙님, 형님, 남편, 내 자식들, 사촌들, 피를 나눈 살붙이들 모두 감사하다. 친정 부모님과 오빠들, 동생이 그립다. 제주도 여동생도 고맙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들을 떠올려 봐도 모두 감사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 자식들의 태가 묻힌 강진군 성전면 명동 395번지… 골목의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불어오는 바람, 빛나는 햇살 한 줌도 소중하다. 어떤 분은 내가 목이 마를 때 깨끗한 물을 떠먹여 주기도 했다. 어떤 분에게는 꼭 갚고 싶은 은혜를 입기도 했다. 어떤 분의 아낌없은 격려로 힘을 얻기도 했다. 골목골목에 찍혀 있을 마을 사람들의 발자국에는 소중한 사람들의 절절한 얘기들이 찍혀 있다. 꺼내 보다가 펑펑 눈물을 쏟을 수도 있고, 너무나 좋아서 손을 붙잡고 빙글빙글 춤을 출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다.

나와 같은 시기에 자식 낳고 일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천국으로 주소를 옮겨 버렸다. 나도 그곳으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 지금껏 남아 있는 꽃같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만 생각할 것이다. 사는 날 동안 나와 연결된 모든 이들이 항상 행복하고 평안하길… 하나님께 두 손 모아 날마다 기도할 것이다.

94년의 삶을 책 한 권 안에 펼친다는 것, 종이 위에 한 점을 찍은 것과 같다. 하나님은 언제나 날 지켜보셨고 옳은 곳으로 인도해 주셨다. 내 세포에 새겨진 부지런함과 양심의 푯대는 하나님이 태어날 때 내 몸속에 이식해 주셨기에 가능했다. 생의 고비마다 아는 만큼 나와 연결된 사람들을 사랑하고 돌봤다. 여러 사람의 도움과 사랑도 받았다. 그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사람은 말의 씨앗을 잘 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시 나의 말실수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지면을 통해 용서를 빌고 싶다. 자식 여덟을 기르면서도 나쁜 말은 입에 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내가 생각지 못한 실수도 했을 것이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돌아보니 지나온 세월이 하룻밤 꿈 같다. 세월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갔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할 수는 없다. 내 자식들은 나무처럼 풀처럼 살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자식도 없고, 소문나게 부자인 자식도 없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보기 좋다. 무엇보다 가족끼리 화목하고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은 것이 고맙다.

자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삶은 날씨처럼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다고 하지만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기쁜 날은 기뻐하고, 슬픈 날은 그냥 울기도 하라고, 내게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삶이다. 뜨겁게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남편 고 김정현, 자식들 제방, 지영, 재구, 재심, 재숙, 재두, 재오, 재금, 며느리, 김순심, 박수자, 박현숙, 양리샤, 사위들 김대권, 조상수, 배종열, 손주들 호국, 은희, 하은, 정훈, 은혜, 하영, 주영, 단원, 정원, 주형, 의현, 성진, 희진, 화해, 신희, 풀잎, 손주며느리 채희선, 윤혜정, 손주사위 이루, 증손주 영우, 영훈, 라온, 새온. 모두모두 사랑한다.

오 준 임
---「내 안의 기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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