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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하는 그림자

고자질하는 그림자

현대시학 기획시인선-3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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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04g | 125*188*20mm
ISBN13 9791192079455
ISBN10 1192079450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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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때문이었다
엄마 심부름으로 정육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산을 깎고 있었다
바리깡 한 줄 쓱 지나간 듯한 흙길에서 하늘을 보았다
선짓덩이 같은 노을 때문이었다
엄마가 죽는구나
엄마가 나보다 먼저 죽는구나
엄마 없는 세상을 어찌 사나
선양동 말랭이에서
노루지에 싼 고기 들고 목놓아 울던
흙먼지 날리던 여름 저녁
엄마가 김치찌개 끓이려고 이 고기 기다리실 텐데
저물도록 어디서 뭐하다 이제사 왔냐며
할망빠진년이라고 혼낼 텐데
걱정하면서도 엉엉
엄마 심부름으로 명산동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갈고리에 걸린 살덩이에서 고기 쓱 끊을 때 보았던
고무 양동이에 가득한 선지
핏덩이 푸딩이었다
마음이 멀미한 듯 심하게 울렁거리던
열두 살 인생이었다
---「열두 살 인생」중에서

산비탈에 모여 있는 무덤을 보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청하 초등학교 이학년 때 내 짝꿍은 정미소에서 멀지 않은 공동묘지 기슭 기와집에서 일본 여자와 함께 살았다 어디서 주워온 아이라고도 하고 일본 여자가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아이라고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봄 소풍 가을 운동회 때면 으레 학교에 오지 않았던 눈이 토끼 눈처럼 빨갛고 말 더듬던 아이 공동묘지 낡은 기와집 앞을 지날 때면 뼈를 고는 냄새가 진동하고…… 동네까지 들려오는 소문들은 무성했다 일본 여자가 키우는 아이들은 가끔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들로 바뀐다고도 했다 또 일본 여자는 무덤에 묻힌 송장을 잘라다 약도 만들고 먹기도 한다고 했다 동네 아이들은 보리밭에 숨은 문둥이보다 일본 여자를 더 무서워했다 얼굴은 본 적 없는 그녀 소식을 지난봄 고향 가서 들었다 한밤 전날 묻힌 시체 다리 한쪽을 무덤에서 잘라 오다 들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출소에 붙잡혀간 일본 여자는 며칠 만에 곧 풀려났다고 했다 그녀가 준 약으로 살아난 불치병 환자들이 서에 진정서를 냈다고 했다 내 유년의 그늘진 곳에 늘 서 있는 일본 여자 그녀가 키우던 내 짝꿍은 어딜 갔을까요?
---「유년의 그늘」중에서

그림자가
내게 악수를 청하는 순간!
아마 나는
죽어 누워 있겠지

나는 내 안에 숨은
그림자 손을 어떻게
오려낼 수 있을까?

눈빛 꺼지고
눈꺼풀도
셔터가 내려져 있을 텐데……

그때면
그림자가 기거하던
피 웅덩이는
바짝 말라 있겠지

그리고……
긴 노역도 끝나겠지

그러나
그게 끝인가?

끝이기만 할까?

한 생의 정탐을 마친 그림자가
검은 휘파람을 휘휘 날리며
신께 고자질하러 가는 건 어쩌지?
다음 생에는 나무가 되고 싶다

지리산 벽소령 대피소 지나
도라지모싯대 꽃 종 울리는 곳
백수 천수까진 아니더라도
나무로 살다 살다
하얗게 쓰러지면
나무에 이끼 불러 살라 하고
그 이끼마저 품을 수 없을 때
부서지고
바스라져
등산객들 발밑이나 포근포근하게 하는
나뭇가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상이나 의자의 쓸모보다는
그저 나를 딛는 발바닥 한 발짝이라도
호랑이 발바닥처럼
푹신푹신했으면 좋겠다
썩어 땅속으로 돌아가기 전에
---「고자질하는 그림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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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님 시인의 시세계는 생명에 대한 깊은 슬픔과 생존에 대한 깊은 아픔이 주조음을 이루고 있습니다. 종교적 관점에서는 죽음을 생의 완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끝’이란 인식에서 종내 벗어날 수 없습니다. 원래 ‘고자질’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쓰지를 않지요. 기독교의 신은 사후세계에서의 복락을 약속했는데 이 시의 화자는 죽음을 긴 노역의 끝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화자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자는 검은 휘파람을 휘휘 불며 ‘사후세계를 두려워하는 화자’를 고자질하러 신께 간다고 보았습니다.

소설가가 쓴 소설의 내용은 허구라고 생각하고 시인이 쓴 시의 내용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라는 시를 읽은 모든 독자가 사실이라고 믿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갖고 시적 가공을 하지 않을 거라는 동양적인 사고방식이 완벽한 허구인 그 시를 사실로 간주케 했던 것입니다. 저는 미지의 그대에게 시인의 유년 시절의 일화를 들려주는 게 아닌가 여겨지는 몇 편의 시를 먼저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 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전화로 물어봐야 하겠지만 상상력의 산물이면 어떻고 사실이면 어떻겠습니까. 시적 진실을 추구하면 그만인 것을.
- 이승하 (시인,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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