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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그 악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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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그 악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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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222g | 142*210*9mm
ISBN13 9788983898593
ISBN10 8983898593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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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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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맨정신일 때도 위험하지만, 술을 마시면 악마가 된다. 악마가 돌아온 집은 지옥이 되고 엄마와 난 슬픈 노예가 된다.
그가 또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나 보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물건 던지는 소리, 타작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떨리고 손이 떨린다.
엄마를 잡은 그가 내 방으로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책상에 앉는다. 진정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방 안을 오락가락한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지? 그로부터 엄마를 구해야 하나? 아니면 그의 기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하나? 지금은 그를 상대할 수 없지만, 이담에 몸이 더 커지고 깡이 생기면 그를 패버릴까? 난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 순간 방문이 화들짝 열렸으니까.
--- 「그가 미쳐가고 있다」중에서

그런데 상자 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다들 활기차고 건강한데 약해 보이는 4번 병아리는 다른 애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에 혼자 웅크리고 있었다. 헌 옷을 덮어 주고 전등을 켜놓았는데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머리를 떨군 채 계속 졸기만 했다.
‘병아리는 오래 살지 못한다더니 죽으려고 저러나.’
걱정으로 더 유심히, 더 오래 상자 안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병아리들은 4번 병아리를 수시로 쪼았다. 처음엔 놀이거나 저희끼리 하는 의사소통인 줄 알았다. 하지만 4번 병아리가 삐악삐악 울며 괴로워하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먹다가 놀다가 4번 병아리를 쪼았다. 4번 병아리를 괴롭히자고 찜해 놓은 게 분명했다.
--- 「악마를 보았다」중에서

연우는 악마의 먹잇감이 되었다. 나를 도와주려다 희생양이 되었다. 연우는 얻어맞으며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팔 한 번 뻗지 않았다. 착해서 남을 때린다는 건 생각도 안 하고 사는 애이고,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애였다.
악마들은 안다. 자기들의 먹잇감, 놀잇감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병아리 세 마리가 4번 병아리를 괴롭히듯이 몸이 약하고 기가 약한 애를 찾아 괴롭힌다.
호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연우를 때렸다. 손으로 머리를 때려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발로 차 넘어뜨려 모욕을 주었다. 얼굴에 대놓고 침을 뱉기도 했다.
--- 「악마도 성장을 한다」중에서

아이들은 궁금해했지만, 태진이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주동해서 벌인 싸움판인데, 징계는커녕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
‘무슨 이유가 있는 거지? 혹시 걔네 아빠가 거물인가? 그래서 아빠 찬스를 쓴 건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애들이 후환이 두려워 태진이 역할을 언급하지 않았거나, 말했어도 선생님 선에서 덮고 넘어갔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영악하고 교활한 태진이는 자기 손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호현이를 패배자로 만들고, 권력 투쟁에서 완전한 승리자가 되었다. 뒤에서 하수인들을 조종, 지휘하는 그림자 경영 덕분이었다.
--- 「그림자 경영」중에서

학교 가고 학원 가고, 그렇고 그런 날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공부하는 건 힘들다. 만날 공부만 하다간 미쳐버릴 것 같다. 공부 아닌 뭔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땅히 할 것도, 볼 것도 없다. 그러니 게임을 하고, 방송을 보는 거다.
교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연예인 학교 폭력 사건으로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된 거다.
아이들은 블랙홀처럼 빨려들어 갔다. 주변에선 좀체 볼 수 없는 잘생긴 애들이 나와 춤추고 노래하고 온갖 예쁜 짓, 멋있는 짓을 다 하고, 재주까지 부리니 사실 판타지가 따로 없다.
공부에 갇힌 우리에겐 판타지가 필요하다. 여자애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도, 남자애들이 게임에 열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판타지는 숨구멍이다.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을 잊고 숨 쉴 수 있는.
--- 「연예인 학교 폭력」중에서

기다려도 그의 학교 폭력을 폭로하는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다들 꾹꾹 눌러 참고 있나 보네. 용기가 없어, 보복이 두려워 못 올리나. 이미 거대 소속사 소속이라 학교 폭력을 폭로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했나. 하지만 이건 아닌데. 그는 누구보다 악랄하지 않았나. 연예인 학교 폭력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한 이종빈이니 하는 일진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교활하고 악랄한 역대급 악마인데 그를 보면서 살아야 하다니. 그를 보는 건 고통이고 고문이고 지옥인데. 그는 우리의 과거도 망쳤지만 현재도 망치고 있어.’
속수무책으로 2차 피해를 보는 현실이 답답했다. 더 심하게 당한 애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 더 화가 치밀었다.
진영이도 그를 보았을까. 보고도 가만있는 걸까? 공부에 치여, 미래 걱정에 그냥 있기로 했나. 진영이는 그의 학교 폭력을 폭로하는 대신 울분을 참으며 손목을 긋고 있는지도 모른다. 손목에 난 수많은 칼금처럼 인생에 생채기를 낸 그를 저주하며.
--- 「내가 바로 그 악마입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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