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공동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 갈림길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사실 이들 어휘들이 우리들에 가깝게 느껴진 건 불과 2~3년 전 밖에 되지 않는다. 그전엔 우리에게 생경스러운 단어들이었다. 폭염, 한파, 집중호우 등 예전과 다른 이상기후를 접하며 막연히 기후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대응 방안은 잘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정책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영향이나 효과도 미미했다. 우리 사회에서 그리 회자 되지도 못했다. 국제사회가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이라 한 것도 이런 탓일 게다.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이 우리 사회에 구체적으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10월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부터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우리와 달랐다. 유럽은 일찍이 1970년 로마클럽을 결성하여 기후문제를 주요 이슈로 제기했고, 기후변화에 대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1988년 설립돼 기후문제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기후문제를 지구촌 모든 국가가 참여하여 대응하기 위해 UN기후변화협약(1992년), 교토의정서(1997년), 파리협정(2015년) 등 국제협약이 이뤄졌다. 국가들은 이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수립·이행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UN에 제출하여 검증을 받아왔다.
국제사회에서 핫 이슈인 UN기후변화협약이나 파리협정 등이 우리에겐 낯설고, 기후변화 대응 정부 정책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국제협약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된 영향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경제성장 위주의 정부 정책 방향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장 큰 이유라 본다. 그러나 이제 기후문제 대응은 지구촌 어느 국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이다.
특히 세계 10위 정도의 경제력을 지닌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 압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기후 위기에 공
동 대응이냐 아니면, 집단 자살이냐.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경구도 깊게 되새겨 볼 일이다. 늦었지만 우리도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협약 등 국제동향을 비롯하여 국가별 기후변화 정책과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탄소중립 선언 등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요구된
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같은 의미를 고려해서 이 책은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등 기후변화 관련 기초 지식과 함께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 국제동향, 기후변화에 선행주자라 할 수 있는 유럽의 관련 정책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 앞으로 우리나라 기후변화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편찬했다. 이와 함께 이 책의 제목처럼 농업부문 기후변화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기술 등도 비중있게 소개했다.
농업부문 탄소중립 실현에 밑거름
우리나라가 한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3%이다. 노지나 시설 등 농사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농업현장, 그러니까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직접 배출량만을 계산한 결과다. 농산물의 생산부터 저장, 이동의 모든 과정과 농자재의 원료 생산부터 저장과 이동 폐기하는 전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계산하면, 최소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결코 적지 않은 배출량이지만, 농업부문은 그동안 자주 열외대상이 돼 왔다. 정책당국은 물론 농민들조차 농업이 기후변화 완화 영역이란 생각보다 식량안보를 위해 기후변화 적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온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생명산업으로써의 지위만을 되뇌이면서, 변화하는 탄소중립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바뀌는 정권의 정책적 부침에 따라 일관성 있게 연구가 진행돼 오지 못한 이유도 있다. 아직까지 농업인을 위한, 아니 농과대 학생을 위한 변변한 교재 하나 없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나 농촌진흥청의 소수 연구자들의 헌신적인 연구보고서에 의존해온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필자들은 농사 현장이나 대학 강단에서 농업인들과 대화하고 지도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역에서 로컬푸드 운동을 하거나 6차 산업 전문 농업인인 이들의 반응은 기후변화에 대해 “이런 것이 있었나?”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홍수와 가뭄 등 농업의 생산량을 좌우하는
데 기후변화영향이 크다는 것은 알면서도, 기본적인 이론과 해결방안 그리고 농업인으로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 했다.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파편적으로 제공되는 기후변화나 탄소중립 정보는 많지만, 이것이 농업에 어떻게 연결되고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이 책은 농업인들 나아가 농업을 전공하는 학생, 농업정책 담당자들이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 농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키 위해 기획됐다. 농업인들 시각에서 그 역사의 흐름 맥을 짚고, 현재 이뤄지고 있는 농업 관련 탄소중립 행위들을 집대성한 것은 아마도 본고가 처음일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다만 집필하는 의욕은 넘치지만, 아직도 공부가 많이 부족한지라 혹여 잘못된 내용이 있을까 매우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전적으로 필자들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학문적 성과가 그러하듯, 졸고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농업부문 기후변화 분야 연구를 해온 선배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물 덕분에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머리숙여 감사인사를 드린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업인들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최일선에서 창의적인 해법과 실천적 행동을 내오는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일조하길 기대한다.
---「프롤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