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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을 부탁해

리뷰 총점9.0 리뷰 5건 | 판매지수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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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48g | 128*188*25mm
ISBN13 9791156626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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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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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서 나온 그는 젖은 수건으로 현관부터 욕실까지 그가 걸었던 대로 되짚어가며 마룻바닥을 훔쳤다. 현관 입구까지 닦은 후 수건을 빨래바구니에 가져다 넣었다. 그리고 거실로 와 소파 옆에 섰다.
―미안해.
---「그는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중에서

이곳에서의 일상은 매우 단조롭다. 가끔 할머니 심부름을 하는 것 외에는, 바다를 보고 바다를 듣고 바다를 느끼는 게 전부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이글이글 불타던 내가 서서히 식어가는 느낌이라서 자꾸만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행여 또다시 몸과 마음에 불길이 치솟는다고 할지라도 바다로 뛰어들면 그만일 것이다. 연고도 없는 조용한 바닷가로 도망치듯 왔다. 어딜 가나 비상구를 찾는 게 습관이었는데 정작 내 비상구는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우리 동네 소방관은 마동석」중에서

빨리 낫길 바란다는 수백 명의 응원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난 화를 꺼트렸다. 나는 그 사람들을 보다가 눈가를 닦았다. 마지막 장면에는 제복을 차려입은 그들이 다 함께 경례를 보냈다. 이렇게 견뎌내는 거지. 또 한 고개 넘어가면서.
―나도 화상 흉터가 있어.
슈퍼맨이 상의를 올려서 둥그렇게 나온 배를 가리켰다. 큼직한 화상 흉터가 있었다.
―나도 있어.
배트맨이 다리를 걷어 종아리를 보여줬다.
---「소방관을 부탁해」중에서

인류는 오래전부터 불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았고, 그로 인해 이 작은 행성 구석구석에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마음속의 불을 다스릴 필요성이 대두된 건 비교적 근래의 일이었다.
---「마인드 컨트롤」중에서

행운과 불행. 그 경계를 떠올릴 때마다 태주는 어쩐지 모든 것의 경계에는 서늘함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 행운과 불행,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일상과 그 일상을 무너뜨리는 사고. 어쩌면 소방관의 일을 잘 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경계를 무덤덤하게 넘나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루디」중에서

―엄마랑 셋이 족구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셋이 할까?
―어떻게?
―방법이 있지. 이참에 네 엄마에게 롤링 스파이크 기술을 보여줄게.
오후의 햇빛이 하늘에서 내리비치고 있었다. 남쪽에서 흘러온 구름이 여름 해 쪽으로 다가갔다. 햇빛은 구름을 뚫고 사방으로 퍼졌다. 햇빛의 줄기를 하나 낚아채 올라가면 하늘의 입구에 닿을 것 같았다.
---「당신의 하늘에 족구공을 뻥 차올렸어」중에서

그냥 살았을 뿐이잖아, 남들처럼. 모두 그렇지 않나? 우리에게만은 비극이 피해갈 것처럼 혹은, 아예 그런 일 따위는 없는 것처럼, 모르는 것처럼 주어진 하루를, 날들을 살았을 뿐이잖아.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나. 세계가 꾸미는 비열한 음모에 휘말린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아진은 신에 대해 생각했다. 유난히 건조했던 날씨 때문에, 유독 바람이 심해서, 건물이 허술하게 지어져서, 하필 인화성 물질이 보관되어 있어서, 그런 중첩된 우연들.
---「밤에게」중에서

예전엔 누군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면 기분이 이상했거든. 불편하고 싫었어. 엉덩이에 느껴지는 그 온기가 말이야. 그런데 요즘은 그게 느낌이 달라. 따뜻해.
수연의 입김이 보였다. 추운 겨울은 아니었는데 올올이 풀어지는 입김이 우리의 대화 안으로 들어와 있고는 했다. 그날 준기의 말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봄이 올까. 정말 추운 날이 아닌, 그런 하루하루가 지나가면.
---「어제의 눈물, 그로부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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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의 이야기는 어떤 소설로 탄생할 수 있을까? 궁금증과 기대 속에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을 읽어나가면서 그 속에 담긴 애정과 존경, 희망 같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기쁨과 슬픔이 녹아 있는 이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에게도 가닿길 바란다.
- 박용주 (나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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