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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삭임이 비로소 너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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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0쪽 | 327g | 148*210*11mm
ISBN13 9791197648250
ISBN10 119764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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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은 수많은 감시 카메라의 불빛이었다. 그 불빛 사이로 나비가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나는 누워서 춤을 추듯이 날아다니는 나비를 세 보았다. 한 마리, 두 마리…, 펄럭이는 나비 를 잡으려고 손을 휘둘렀다. 나비의 날개에서 희뿌연 가루가 날렸다. 나는 입을 막고 마른기침을 하다가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 땐 내가 수술실에 묶여 누워있었다.
---「김주욱 - 리셋」중에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새 나갈 것 같아 나는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둥그렇게 말았다. 젊은 쪽 의 형사가 그런 나를 유심히 쳐다보는 것 같았다.
"수계서 형사팀에서 나왔습니다."
그들은 합이라도 맞춰 놓았던 듯이 각자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여전히 젊은 쪽 의 형사는 뭔가 탐탁지 않은 눈으로 나를 보며 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고, 젊은 형사의 사수로 보이는 쪽이 연이어 말을 꺼냈다.
"이 근처 강력 범죄 때문에 탐문 수사 나왔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입 밖으로 나오는 단어들은 공손했지만, 그것을 둘러싼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강력 범 죄라니. 나는 며칠 전 점장 휴대폰에서 들었던 강간 사건을 떠올렸다.
---「김은애 - 호접,비몽(胡蝶,非夢)」중에서

“훈장님은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나비가 어찌 사라졌는지 짐작이 가는 데라도 있습니까.” 맞은편에 앉은 훈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믿는 구석이었던 그의 입에서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럼… 처음 나비가 사라졌다는 건 어찌 알았습니까.”
“글공부를 하러 온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살펴보니 정말 나비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박권- 사또의 사건 일지」중에서

바스락, 무언가 밟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근 3일간 돌아다니며 이 마을의 지리는 거 의 다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길이 있었다. 이때까지 다녔던 길과 달리 깔끔하게 치워진 길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다. 구름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떠다 닌다. 죽는 날을 고를 수 있다면 딱 오늘 같은 날이 좋을 것이다. 숨을 길게 내뱉은 후 걸 음을 옮겼다. 프헤라는 고통스럽게 죽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프헤라보다 더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며 서서히 죽어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다.
---「배수연 - 가 닿은 세상」중에서

“제 동생이 사라졌어요. 동생을 찾아주세요!”
사람이 사라졌다는 말에 놀란 나는 벌떡 일어섰다. “네?”
“제 남동생이 사라졌다고요. 벌써 두 시간째 연락이 닿지 않아요.”
두 시간이라는 말에 나는 기운이 푸시식 빠져서 다시 털썩 의자에 앉았다. “아직 두 시간밖에 안 되었으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죽기 싫어서 도망친 것 같단 말이에요!”
“그게 무슨…….” 나는 다시 엉거주춤 일어났다. “빅 데이터가 동생에게 죽을 거라고 했어요.”
---「이준형 - 예언자 일보」중에서

나비병의 원인은 나비 그림자였다. 나비 그림자는 사람들에게 좋은 꿈을 꾸게 하는데 아이 러니하게도 이 좋은 꿈이 문제였다. 보통은 큰 증상 없이 아침에 깨어났지만, 현실이 너무 괴롭고, 평소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사람들은 ‘좋은 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꿈속 그림자가 다 드리우면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혜승은 이‘좋은 꿈’에서 벗어 날 생각이 없었다.
---「이현지 - 수면나비병(病)」중에서

“삼촌. 얘는 그때 얘기한 김정곤이라는 친구인데, 삼촌한테 여자 꼬시는 비법을 물어보고 싶다고.”
“어허. 상우야. 격 떨어지게 여자 꼬시는 법이라니. 삼촌이 말한 전설의 비법은 그런 잡기술이 아니야. 신이 허락한 예술 행위야. 조금의 오차나 불경한 마음이 있으면 소용없는 환상의 춤사위라고.”
정곤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소파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아저씨, 정말 그 비법이면 어떤 사람이라도 절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자B작_ㅋNU - 접무(蝶舞)」중에서

남자가 또 그를 향해 웃는다. 기묘한 불쾌감으로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서 그는 시선을 피 했다. 음흉하고 징그러운 느낌이 스멀스멀 그의 뒤통수를 훑고 지나갔다. 그는 얼굴을 주먹처럼 찡그렸다. 그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는지 모른다. 남자가 아이를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의 발목을 움 켜쥐는 남자의 손이, 질질 끌려가며 버둥대는 아이의 팔이, 아이의 발목을 더 세게 잡는 남자 의 손이. 갈비뼈 아래 붙은 힘줄이 뜯겨나가는 것 같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끔찍한 기분으로 얼어붙은 채 남자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호련- 나비장(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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