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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아리랑

황연옥 | 청어 | 2022년 1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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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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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38g | 140*205*20mm
ISBN13 9791168550933
ISBN10 116855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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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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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다가 심심해지면 조그맣게 노래를 불렀다. “아침 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고기잡이배들은 노래를 싣고…….” 노래를 듣고 누가 따라올까 봐 노래를 그치고 몇 번이나 들은 팥죽 할머니 이야기를 또 해 달라고 졸랐다. 호랑이가 나타날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옛날이야기가 재미있어 매섭게 불어오는 골바람도 춥지 않았다. 지금도 거진 바다를 보면 어머니와 밤길을 걸어 집으로 오며 보았던 오징어잡이 배 불빛으로 찬란하던 밤바다가 생각난다.

어머니가 한을 담아 부른 아리랑은 구불구불한 진부령 길을 돌아 계곡으로 울려 퍼져나갔다. 진부령 정상 미술관 앞에서 차를 세우고 눈물 흘린 얼굴을 다듬었다. 어머니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선물을 받았는데 왜 우느냐며 눈물도 많다고 농담하는 남편도 장모님에 대한 추억으로 얼굴빛이 다른 때와 달라 보였다.

가끔 타인에게서 받는 뜻하지 않은 상처로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끝이 안 보이는 아득함으로 길을 잘못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고 계획하는 일들로 잠을 못 자는 일도 있다. 내가 가는 길이 도시의 큰길이든 시골의 소로이든 개의할 일은 아니다. 길을 잘 모르면 물어물어 나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갈 뿐이다.

봄은 땅에서 산으로 올라가고 가을은 산에서 땅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곱고 아름답던 단풍들이 모두 떨어지고 길섶의 들풀들까지 말라 드러눕게 되면, 우리는 아름답던 가을을 이별하고 추운 겨울을 만나야 한다. 만남은 이별을 의미하고,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생각하게 한다.

늦게 철난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도 있듯이 자아 성취가 늦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뒤늦게라도 목표를 바로 세우고 노력하면, 훗날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다. 밤에 국화 곁에 가면 촉수 낮은 전구를 켜놓은 것 같이 뜰이 환하고 향기 또한 은은하다. 달밤엔 국화가 더 아름답다.

산수유꽃은 아픔을 환한 그리움으로 피워 올리는 꽃이다. 겨울날 모진 추위 속에서 의연하게 서 있다가 환한 꽃망울을 터뜨려 봄이 온 것을 알려주는 이른 봄 손님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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