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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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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72g | 122*190*15mm
ISBN13 9791192134277
ISBN10 119213427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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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길고 또 깊은 밤이 나를 덮을 때면

나는 더욱 세게 베개를 움켜쥐고,
결코 부드럽지 않은 그의 품을 향해
더욱 깊숙이 얼굴을 부비며 파고든다

지독하게 어두운 이 밤공기가
내 전신을 짓누르면,
나는 참고, 또 참고, 또 참아보다
결국 눈물을 터뜨린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나는 얼굴을 그에게 파묻은 채
한참을 더 흐느껴본다

결코 부드럽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는
묵묵히, 내 얼굴을 감싸며
서툰 위로를 보내온다

그렇기에 나는 꾸밈없이 울어본다
울다가 지쳐 잠이 들어도
무뚝뚝한 그가,
내가 미처 닦지 못한
눈물 자국을 닦아 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베개 _ 조배성」중에서

잃어버린 것은
모두 미련이 되었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연필 두어 자루와
졸업식 날 학교에 두고 온
시집 한 권이 그랬다

잃고 나서야
홀로 남은 것들을 생각하며
슬퍼하는 일이 여럿이었다

두고 온 자리에서
울고 있을 것들을
나는 항상 미안해했다

네가 나를
잃어버린 거라 하던
당신의 눈물도 선명했다
---「두고 온 자리에서 _ 한주안」중에서

어제 하나의 꽃이 시들었고
계절은 마지막을 예감한 듯
꽃의 흔적을 어루만졌다

꽃은 영원을 탐닉하였기에
필시 자신의 아름다움과 향기로
계절을 매혹하여 자신을 사랑토록 했다

한 번으로 끝날 조촐한 삶이라도
계절의 기억에 남아 머물게 된다면
그것은 꽃에게 있어 영원을 뜻했다

꽃이 피어나면 계절은 뒤따라 걸었다
계절은 시든 꽃을 그리워하며 뒤로 걸었다
무한한 되감기 속 사랑하던 꽃을 찾는다

계절이 돌아간다 계절이 돌아온다
계절의 걸음은 언제나 뒷걸음질
오늘도 계절은 꽃을 그리워한다
---「계절은 꽃을 그리워한다 _ 이성관」중에서

좋은 곳에서
눈으로 담은 풍경은

사진과 비교 못 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 나는
눈에 담고 있는

네 모습이 더
아름다워

너는 내 풍경이자
하나의 또 다른

---「풍경 _ 김수림」중에서

가끔 나의 눈과 표정은 서로 다른 말을 한다

그렇기에 내 눈의 속삭임을 듣기 위해선
기다림으로 응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사람을 꿈에서 만났다
나를 알고 싶어 했던 사람을

내 손에 쥐어진 민들레의 의미를 알고자 하던 사람
나의 말과 침묵의 이유를 묻던 사람
눈의 속삭임과 외침의 이유를 궁금해하던 사람

하지만 눈을 뜨니 그 사람은 없었고,
희미한 바람만이 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가끔 나의 표정과 눈은 서로 다른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주는 이가 없기에
꿈속의 그 사람, 내가 되기로 한다.
---「속삭임 _ 한혜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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